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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안철수의원-이희호여사 면담 꼭 정권 교체 하세요? ..
정치

지난 안철수의원-이희호여사 면담 꼭 정권 교체 하세요? 오보 옹호

[시사] 김현태 기자 입력 2016/01/27 07:46
듣고 싶은 것만 들었던 안철수-이희호 면담 꼭 정권 교체 하세요? 오보는 아니지만 확대 해석… 자사 보도 옹호하기 바쁜 월간중앙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발언을 왜곡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의원이 이희호 여사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나온 뒤 이 여사의 발언을 확대 해석해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평소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 매섭게 질책하곤 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지 않나 생각되는데, 오늘 야당 집중발제에서 관련 내용을 다뤄보면, 논란의 발단은 지난 4일 안철수 의원이 새해 인사차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 여사가 직접 내어준 모과차를 마시며 만남은 20여 분간 이어졌다.
예방 뒤 안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 의원/국민의당 (지난 4일) : 이제 앞으로 만드는 정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 데 꼭 중요한 역할들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이 말을 두고 바로 확대해석이냐 거짓말을 한 것이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호 월간중앙이 당시 비공개 만남에서 안 의원과 이 여사가 주고받은 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안 의원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하겠다. 저는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이다"라고 얘기를 하니 이에 대해 이 여사가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여사는 안 의원의 말에 호응한 것뿐인데 이 여사가 먼저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말한 것처럼 국민의당 측이 '뻥튀기'를 한 것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측에서는 녹취록 일부만 공개된 것이고, 전체적인 대화 맥락에서 "그런 취지의 언급이 있었고 더 이상 언급하는 건 이 여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25일 월간중앙 "이희호-안철수 1월 4일 동교동 비공개 면담 녹취록 공개" 보도 역시 언론의 해석에 따라 '만들어진' 뉴스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발단은 지난 6일 중앙일보가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희호)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 안철수 의원이 지난 4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모습. ⓒ노컷뉴스

관련 보도는 야권이 분열돼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호남 민심 얻기가 절실할 때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을 낳으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씨가 보도자료를 통해 "어머님은 안철수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이어 김홍걸씨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대화 내용에 대한 진실 공방과 해석이 난무했다.

월간중앙은 마치 자사 보도로 인한 공방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 후속 기사를 내놨다. 하지만 자사 보도를 옹호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만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월간중앙은 단독 입수한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안 의원은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라고 했고, 이희호 여사가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월간중앙은 해당 부분의 녹취록에 대해 "안 의원의 당초 주장에 따르면 기존에 이뤄졌던 덕담 수준의 발언을 과장해서 해석한 면도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홍걸 씨가 '어머니가 안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

강한 정권 교체 의지를 밝힌 안 의원에 대해 의례적으로 말할 수 있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는 답변이 이희호 여사가 적극 정권교체를 주문하는 것으로 안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됐는데도 녹취록을 재해석해 자사의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그리고 월간중앙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월간중앙은 "1월 1일 문 대표가 이 여사를 예방한 모습과 대조되면서 이 여사의 안 의원 지지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었다며 "문 대표의 이 여사 예방은 8분간 짧게 이뤄졌고 비공개 면담도 없었다. 당시 이 여사도 문 대표에게 '올 한해 원하시는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덕담 외에는 의미있는 얘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월간중앙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도 이희호 여사가 안 의원에게 한 말은 "꼭 그렇게 하세요",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두 마디 뿐이었다.

특히 월간중앙은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의원에게 "이 모과가 앞에 있는 모과를 따서 만든 겁니다.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모과나무를 참 좋아하셨습니다"라는 녹취록을 공개해놓고 "이 여사는 동교동 자택 마당에 있는 모과나무 열매로 만든 모과차를 안 의원에게 대접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월간중앙은 "(문재인 대표 방문시)이 여사가 차를 내오라고 했지만 이 여사 측 관계자가 만류해 차도 나오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월간중앙은 “지금까지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양측의 불필요한 공방”으로 번졌다며 녹취록 공개 취지를 밝혔지만 또다시 '모과차' 대접에 대한 해석을 적극 남겨놓으면서 논쟁을 예고했다.

 
 
끝으로 월간중앙은 "이 여사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덕담으로 읽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용기를 복돋게 하기 충분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희호 여사의 발언이 안 의원 측이 유리하게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앞서 자사의 보도 역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월간중앙의 보도는 공방에 마침표를 찍기는커녕 안철수 의원 측과 중앙일보가 짬짜미를 통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비난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아가 녹취록 입수 경위를 밝히라는 요구와 함께 녹취록 공개도 보도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언론의 해석은 마치 객관성을 띠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선거 국면에선 한쪽을 일방적으로 감싸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과도한 해석의 폐해는 크다. 오히려 월간중앙의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가 안하니만 못한 뉴스가 돼버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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