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에 문재인 대표는 오늘(27일)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전권을 갖게 된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고강도 개혁에 이미 들어갔다. 국민의당에 안철수 의원도 호남에서 새로운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며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국회,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오늘 당 중앙위원회에서 대표직을 사퇴하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길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 하위 20% 물갈이' 공천규정에 대해 "남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고강도 물갈이를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과 범주류 중진 신기남 의원이 시집강매와 로스쿨 아들 구제 시도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은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적쇄신에 박차
‘안철수-천정배 통합’으로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인재 영입과 인적 쇄신을 축으로 전열 정비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사퇴를 하루 앞둔 이날 인재영입위원장 바통을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에게 넘겼다. 문 대표는 18번째 영입인사인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입당회견에서 “지금까지 당이 영입을 발표한 인사들은 총선 출마를 전제로 영입한 인재들”이라며 “예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로,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인재 영입과 인적 쇄신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은 구체화되고 있다. 이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금태섭 변호사는 27일 신기남 의원의 지역구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금 변호사는 뉴파티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중용되는 만큼 당과 조율을 거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4선 중진인 신 의원과 문 대표의 최측근인 3선 노영민 의원이 공천 배제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현역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대적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그는 “‘하위 20% 컷오프’는 남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번 총선에서 의원들 탈당 전 기준으로) 127석 이상을 당선시켜야 문 대표가 책임론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사퇴 후 경남 양산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 사퇴하는 문재인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대표직에서 사퇴한다. 김종인 교수를 20대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할 당시 선거사무 전반을 넘어서 아예 비상당권을 넘겨주겠다고 공언해온터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등이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것이 당의 혁신’이며 ‘문재인 대표 사퇴가 그 핵심과제’라고 주장하다 관철되지 않자 탈당까지 한 것을 복기해보면 눈여겨 볼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제기해온 사람들이 모두 탈당하여 아무도 ‘사퇴하라’고 강박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오히려 외부 인재영입이 성과를 보이며 지지율 상승세를 가져오고 있는 시점에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정치 상식을 뛰어넘는 전략적 결단이 있어 보인다.
공천제도를 포함해 당운영시스템을 한사람의 외부인사가 뒤흔들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 대표는 당을 대표한다. 수백억대의 선거예산을 편성하고 안건을 제기하며 당내 모든 인사권을 쥐고 공직후보추천권한도 일정비율 쥐고 있다. 게다가 대표의 발언은 그 자체로 당론으로 평가되며 수시로 언론에 노출된다. 당의 얼굴이자 당의 실체 그 자체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도박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결단임에 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결정을 전략적 결단, 외로운 승부수라고 표현한다. 문재인 대표는 전략적 판단을 했고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훨씬 복잡한 일들이 짜임새 있게 전개돼야 한다. 사퇴하는 문 대표에게 우리의 당부는 이렇다.
첫째, 대표직은 사퇴했지만 여전히 더민주는 문재인 대표가 책임져야할 당이며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적 생명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오직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신의 임기를 잘라서 내준 것인 만큼 총선은 자신의 책임이다. 형식논리를 뛰어넘어서도 지금 더민주를 대표할 만한 유일한 정치인은 문재인 대표 한사람밖에 없다.
둘째,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닌 당무를 관장하는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파기를 성토하고 그 대안제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공약파기이며 그 핵심은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안한 당사자인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적어도 이 분야에서 발언권이 충분하다. 김종인 위원장의 모든 관심은 반박근혜에 가 있어야지 당내 혁신이니 하는데 쏠려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 문재인 대표의 본래 생각이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민주세력의 통합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 당내에서는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를, 당밖에서는 정의당과 통합을 강조해온 만큼,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해서 총선시기 야권 전체의 단결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넷째,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정치의 공백상태가 발생하고 이 세력을 현존하는 정치질서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승인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