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존엄사 판결이 있었더라도 이후 생존을 이어가며 인공호흡기 부착 이외의 진료비가 발생했을 경우엔 환자 측이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인공호흡기 부착과 관련한 병원비 부담을 면하는 기준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선고된 시점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고영한)는 28일 국내 첫 존엄사 판결을 받고 숨진 김 모 할머니 유족을 상대로 연세대가 미납 진료비를 청구한 소송에서, 연명치료에 들어간 비용 8640여만 원을 을 사실상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08년 2월 폐 종양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로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응급 처치를 했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가 된 김 할머니는 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내 1심과 2심에 이어 이듬해 5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뒤 인공호흡기를 뗐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이후 201일을 더 생존하다 숨졌고, 병원 측은 유족들이 진료비 납부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2008년 11월 김씨의 인공호흡기 부착은 상태 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인공호흡기 제거를 선고했다. 연명치료중단판결은 2008년 12월4일 원고에게 송달됐다.
대법원은 2009년 5월21일 연명치료 중단을 확정판결했다. 연세대는 6월23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김씨는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에도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를 병실에서 받았다.
김씨는 자가호흡으로 연명하다가 2010년 1월10일 사망했다. 이번 사건 쟁점은 김씨 유족이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보호자의 병원비 부담의 기준 시점이다. 또 연명치료 중단 이후에도 일정 기간 생존한 것과 관련해 인공호흡기 이외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연세대는 김씨 유족이 연대해 8690여만원을 지급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연세대 측의 부분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내용만 보면 김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준 결정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돼 인공호흡기가 제거됐으나 그 후에도 환자가 상당기간 생존한 경우 병원 측이 진료계약에 의해 입원비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경우 중단돼야 할 연명치료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최초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