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9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공감’에서는 이동양봉꾼들을 만나본다.
지독한 추위가 물러가고 바야흐로 봄이다. 하지만 꽃이 피는 봄부터 겨울 추위를 대비하듯 바짝 긴장하는 이들이 있다. 남도에서부터 멀리 강원도까지 모두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꽃과 벌을 쫓아다니며 양봉을 하는 이동 양봉가들. 4월 말에서 5월말, 아카시아에서 나오는 꿀은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좌우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0일에서 한 달. 이 한 달을 위해 작업자들은 1000km를 이동해가며 작업한다. 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벌통 하나의 무게는 평균 30kg. 2층으로 이뤄진 벌통은, 작업자 두 명이 힘을 써도 옮기기가 쉽지 않다. 벌통을 놓는 자리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꽃을 따라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이동하는 이동 양봉은 그 여정 자체가 험난하다. 야간 이동을 하는 작업자들은 매일 최소 4시간씩 장소를 옮겨 다닌다. 몰려오는 졸음과 계속 달려드는 벌들과의 사투 속, 30kg가 넘는 벌통을 하나하나 내려놓는 일은 고역이다. 더군다나 벌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 있어 벌통을 1초라도 서둘러 내려놔야 한다.
매일 벌집을 관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 질병이 나진 않았는지, 여왕벌이 잘 살아있는지, 분봉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조금만 소홀해도 벌들이 집을 나가는 '분봉'이 일어나는데, 많을 때는 80통까지도 벌통을 잃어버리게 된다. 양봉은 1분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업이다.
남쪽지방에서 강원도까지. 아카시아의 개화 시기에 맞춰 북상해야 하는 이동양봉. 4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온 이병로(63)씨는 이 고된 일정을 아내와 함께 다니고 있다.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서도 이렇게 전국을 같이 다녀왔다. 그런 부부에게 시련이 찾아온건 10여년전. 아내에게 말기 유방암이 선고된 것.
하지만 금주씨는 투병와중에도 남편과 함께 이동양봉일을 해왔는데 그 후 기적처럼 말기암을 이겨냈다. 이제 걱정할 일이 없겠다 싶었는데 웬 걸, 남동생 정로씨 부부가 양봉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처음 해보는 좌충우돌에 병로씨네 부부씨네 부부도 본인들의 일보다는 동생네에 더 신경이 갈 수 밖에 없는데. 노후 자금을 털어 새롭게 뛰어든 일, 그런데 올해는 10년 만에 봄 일기가 최악인 해. 과연 동생네 부부는 무사히 양봉일에 안착할 수 있을까?
서천에서 여주, 김천등지를 오가며 이동양봉을 하고 있는 노영근씨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을 다니던 막내아들이 3년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양봉일에 합류한 것. 똑똑한 아들답게 영농후계자 자격증도 따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도 하지만 아직 아버지를 따라오기는 힘들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이번에는 벌 한 통을 모두 죽이고 마는데. 꽃따라 삼천리를 다니는 이동양봉꾼들, 좌충우돌, 해프닝과 사고의 연속인 이동양봉, 그 애환을 담아본다.
올해는 양봉꾼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양봉농사 최악의 해. 이상기온으로 날씨는 춥고, 비바람이 몰아쳐 아카시아꽃도 일찌감치 졌다. 꿀 수확량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일 년 내내 5월 한 달을 위해 키워왔던 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 하지만 정작 하늘이 정해준 날씨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아카시아를 피우는 것도, 기후에 예민한 벌들이 잘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모두 하늘의 일. 하늘이 짓는 농사 , 그리고 그 하늘의 뜻을 살피며 전국을 도는 이동양봉꾼들. 그들의 행로를 따라가 본다.
KBS 1TV ‘다큐공감’은 9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