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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시론] 지방선거에 '접화군생'(接化群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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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시론] 지방선거에 '접화군생'(接化群生) 정치를 기대

이인권 논설위원장 기자 leeingweon@hanmail.net 입력 2018/06/09 12:47 수정 2018.06.13 08:49
이인권 논설위원장 / 문화커뮤니케이터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선거전이 뜨겁다. 어디서 확보했는지 개인 휴대폰 번호로 예비선거에서부터 자기에게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한다. 거리마다 각종 공약을 내세운 현수막과 선거유세 차량이 동네 거리를 누비고 있다.

과거나 현재나 선거전의 양상은 똑같다. 과대 포장된 개인 역량 선전과 과도한 공약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수준은 과거와 다르다. 그런 만큼 이제는 정치인은 물론, 정책이나 사업들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사회 모든 부문에서 ‘균형감과 일체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지역에 따른 정치 간극, 부와 권력과 출신에 따른 불공정과 불평등이 사회구조를 지배했었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갈등과 대립과 적대감이 상존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불거진 다양한 형태의 미투나 갑질은 우리사회의 진면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우리사회의 대부분 문제는 이러한 비균형적인 사회구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외쳤다. 이 말은 ‘맹자’에 나오는 말로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의미다. “왕이 음악을 연주하는 데 백성들이 종과 북과 피리 소리를 듣고 힘들어하기”에 이것을 백성과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주체는 백성이 아니라 왕이다. 단지 왕이 연주를 혼자 하지 말고 백성과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연주의 중심은 왕에게 있다. 수직적인 개념의 ‘시혜’다. 옛 유교사회의 맹자시대는 이런 주종의 관계가 사회적 기조였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 평등의 세상, 선진사회를 바라보는 지금은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가치가 필요하다. '군생(群生)에 접(接)하여 화(化)하는' 곧 지역, 세대, 계층의 경계를 넘어 조화와 화합의 정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수평적 공감의 개념을 담은 접화군생은 소통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사회를 말한다. 백성이 주체가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누리다. 다시 말해 유기적이며 포용적인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융합인 것이다.

언어는 문화의 표현이다. 그래서 언어가 그 사회의 문화와 정신(ethos)을 만들어낸다. 언어에 담긴 내연(內延)이 외연으로 발현되는 것이 순리다. 그렇다면 이제 주권재민의 자유민주 정신에 따라 여민동락의 개념을 탈피하여 접화군생을 내재화 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과거의 수직적인 시혜의 세상이 아니라 수평적인 공유의 시대다.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위임받은 권력도, 정책도, 사업도 공유의 개념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선거에 당선된 정치인들이 마치 개인의 재원을 투자라도 하듯 일방적인 '포크배럴'(pork barrel)식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포크배럴이란 정치인들이 지역주민의 인기에 영합해 지역구 선심사업을 정부예산으로 과도하게 펼치는 미국 의회정치의 구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지금까지 수직적인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입안된 정책이나 사업들이 민생 일선에 다다르면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여민동락과 같이 시혜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접화군생의 실용적인 행동양식으로 혁신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실사구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금은 20세기 낡은 관리의 유산이 된 헤드십의 ‘지시적 통제’가 아닌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진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참여적 공감’이 절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말하자면 사회 권력이 20세기에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그런 권한이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이제는 여민동락이 아닌 접화군생의 시대다. 이제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보다도 그들의 참다운 마인드세트 곧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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