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불출마나 공천 탈락 등으로 잇달아 낙마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유권자의 정치 불신을 의식해 엄격한 공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데다 제3당 출현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20대 총선이 중진 의원들의 ‘무덤’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3선 이상 중진 76명 중 29일 현재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강창희(6선), 정의화(5선), 이한구(4선), 김성곤(4선), 최재성(3선), 신학용(3선), 박기춘(3선) 의원 등 모두 7명이다. 각종 비리 혐의 등에 연루돼 공천 탈락 위기에 놓인 중진 의원들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늘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전 1심에서 유죄 판결이라도 내려지면 공천에서 제외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예비경선을 앞두고 경쟁후보의 제보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 중도 낙마자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석 의원(4선)이 예비경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이날 선고 직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민주에서는 입법로비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신계륜 의원(4선)을 비롯해 의원 ‘갑질’ 논란으로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받은 신기남(4선) 노영민(3선) 의원 등이 공천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신 의원과 노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구제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의원들의 연쇄탈당 사태로 인해 두 개로 갈라진 더민주와 국민의당 다선 의원들은 20대 총선이 정치생명을 건 최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선수를 쌓은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은 1차 ‘물갈이’ 대상으로 분류된다.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한 천정배 의원은 “총선에서 뉴DJ(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며 ‘호남 물갈이론’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민주를 탈당한 호남 출신 다선 의원은 박지원(3선) 박주선(3선) 김동철(3선) 주승용(3선) 박지원(3선) 의원이고, 당 잔류 의원은 최규성(3선) 김춘진(3선) 우윤근(3선) 강기정(3선) 의원 등이다.
5선급 이상 중진 의원들도 상대 당의 전략공천이나 강력한 경쟁자 및 정치신인 등장으로 정치 은퇴의 기로에 섰다. 5선의 정세균 더민주 의원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내에서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 중 누가 본선에 올라와도 박빙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로 돌아온 황우여 의원은 19대 국회를 ‘식물 국회’로 만든 주범인 국회선진화법을 대표 발의한 전력 등으로 공천 및 본선 경쟁력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를 통해 7선이 된 서청원 의원은 8선 길목에서 김성회 전 의원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재·보선 당시 공기업 사장 제의를 받고 후보직을 사퇴했던 김 전 의원은 최근 서 의원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임종석 전 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당의 혁신을 내세우기 위해 여야가 다선 의원의 물갈이를 선거 캠페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며 “정치 신인을 대거 수혈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경험 있는 중진을 무조건 물갈이 대상으로 내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