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며 문화를 탐구하고 이해한 바를 글로 썼다. 넓은 의미의 문화는 예술 활동을 넘어 사회, 관습, 사람의 개념을 포함한다. 문화에 대한 글은 다양한 소재를 고민하게 하며 사회를 해석하는 기회가 되었다. 글을 향한 갈증이 이로써 해소되지는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의문이 끝없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타당한 지식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우리의 생각과 일치할까?’ 이 질문은 진리를 탐구하겠다는 목표 의식으로 이어졌고, 이 에세이는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와 소통하고 고찰하는 매개가 되길 바란다. 독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어 의식하고 읽게 되는 글은 다음의 과제다.
에세이에서 인간 사회의 기저에 있는 진리를 탐구할 것이다. 진리를 정의하는 방법에 있어 학문적 충돌이 빈번하다. 근원을 통찰하는 사유의 깊이가 부족할뿐더러 연속된 사상적 변화는 진리의 개념에 불가분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번에 진리에 도달하려는 태도는 경솔하고, 근원을 꿰뚫기 보단 표면과 근원을 오가며 질문을 반복해 근원에 다가가는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지식에 관해 논하며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 즉 지식에만 의문을 가질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 사색의 영역에서는 진리마저 지식의 형태로 표현될 운명에 처한다. 공통된 사실에서 시작했더라도 의식을 거쳐 제각기 다른 체계로 정립된 산물인 지식은 개개인에 있어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인류에 통용되는 진리를 논하는 것은 지식의 주관성에 모순되는 행동으로 섣불러 보인다.
그럼에도 인간이 모두 의식과 지성을 갖고 있음은 명백하며, 모든 지식은 언어를 통해서 다시 풀이되며 타인에게 판단, 평가될 수 있다. 즉, 지식 속에 공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가 있음을 추정할 수 있으며, 지식 자체가 적절한 언어의 포장 아래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패러다임과 유사하게 보편 지식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 속의 보편 지식은 때때로 개인의 신념과 같이 옳다고 믿는 것이 되어 진리처럼 여겨지곤 한다. 보편 지식은 비교적 타당한 근거로 인간의 지성을 설득하여 타당하게 받아들여진 지식들이며 그 어떤 지식들보다 인간 진리와 맞닿아 있다. 이 에세이는 보편 지식의 타당성을 고려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것이 진리 그 자체인지 진리의 그림자인지 밝혀내려 한다.
결국 첫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질문을 만나게 된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타당한 진리가 있을까? 있다면, 보편적인 지식과 일치할까?’
에세이에서 ‘보편’의 개념은 조금은 넓은 관점을 채택했다. 보편은 본인과 타인이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갖는 성질의 일종이다. 본인이 대상에 대한 ‘지식’을 믿거나 알지 않더라도, 타인의 대부분이 그 대상에 한하여 그 ‘지식’을 따르거나 수용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면, ‘지식’은 보편 지식이다.
다시 정리하면, ‘인간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가 대주제가 될 것이다.
보편 지식과 진리 사이의 틈을 인식하고 그 사이를 더 옳은 지식으로 채울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지식을 타당한 듯 선전한다면 되려 진리와 멀어지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 지식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절반의 성취를 기대한다. 앞으로 연재될 글들은 저마다의 질문을 고민할 것이다. 주제 소개, 문제 의식 제기, 타당성 고찰의 순서로 쓸 예정이지만, 질문을 함께 고민한 예술가의 작품을 글 속에 이야기로 녹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한, 사유의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형식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