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심종완 기자]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외교부가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내용을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개별 방문으로 설명했다는 결과 발표에 대해 '여론 호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대협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출연기금 10억엔(약 100억원)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개별 지급한다는 외교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대협은 4일 외교부 발표 직후 공개한 입장문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한일 정부끼리 합의하고 나서야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다니는 이 뒤바뀐 순서는 (한일 정부간) 12ㆍ28 합의가 그랬듯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고 그 내용마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신권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소장도 “양국이 합의한 이후에도 일본 정부 관료 망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가 일본 기금을 개별적으로 받으라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접촉해 유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교부는 피해자와 보호자 18명을 면담했다고 했지만, 노환과 의사소통 곤란 등으로 의견을 듣지 못한 경우를 고려하면 직접 청취는 3명에 불과하다" 고 반박했다.
이어 정대협은 "외교부는 위안부 피해자 14명이 양국 정부 간 합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4명의 부정적 반응보다 월등히 높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합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피해자 모두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 측 반응이라고 첨언하는 것 역시 합의 반대 의견이 피해자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호도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하며, “노환과 의사소통 곤란 등으로 직접 의사를 청취하지 못한 경우를 고려하면 결국 피해자 직접 청취는 3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높이 샀지만, 부정적 반응을 나타낸 피해자들은 일본 총리의 직접 사죄를 바라거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과 소녀상 이전 등에 반대했다.
안 소장은 “우리 정부에 피해자로 공식 등록된 분이 238명인데도 생존자 46분만 고려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라며 “나중에 유족 등이 정부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특히 외교부의 이번 발표가 오히려 일본 정부를 위안부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답변서를 유엔 인권기구에 내면서 한일 간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일본은 그저 뒷짐 지도록 둔 채 잘못된 합의를 들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책임을 떠안은 한국 정부의 작태는 볼썽사납다”고 강력 규탄했다.
안 소장은 “정부가 너무 급하고 부실한 합의안을 만들어놓고 할머니들을 설득하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는 행동”이라며 “일본은 내놓은 기금이 배상금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라고 했는데 외교부 공무원들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합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일 합의에 따라 우리가 세울 재단에 일본이 출연할 10억엔은 추모 사업 등이 아닌 피해자 개개인을 위한 순수한 지원에 쓰일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세부적인 부분은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 정부 예산도 별도로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가해자인 일본 정부 외에 우리 정부 예산도 투입되는 점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