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재현 기자] ‘한국인의 밥상’에서 민통선 안 꼭꼭 숨겨진 청정의 섬,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풍요로움이 넘실대는 생태의 보고를 만난다.
그물 속 밴댕이와 함께 찾아온 볼음도의 여름,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밥상
북한 황해도 연백과 불과 5km 정도 떨어진 접경지역이라 출입도, 어로 활동도 제한받는 볼음도. 그래서 수많은 규제 때문에 개발이 비켜 가 청정지역인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풍부한 어장을 자랑한다. 볼음도 앞바다에 물이 빠지자 기현씨 부부는 경운기를 타고 어장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조업 제한 때문에 그물로 길을 막아 고기를 몰아 잡는 건강망 형식을 이용하는 볼음도에서는 조금만 늦어도 물고기들이 갈매기 떼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란다. 발길을 재촉해 도착한 기현씨네 어망에는 밴댕이, 병어, 숭어 등 물고기가 한가득이다.
고소하고 차진 6월 밴댕이는 참돔하고도 안 바꿀 정도로 맛이 좋다는데 기현씨 부부도 이 맛과 건강망에 반해 9년 전 볼음도에 정착했다고 한다. 비록 귀어한 부부지만 이들 집 건조장에는 토박이들의 집 못지않게 수많은 생선이 있다. 부부의 보물창고라는 생선 건조장에서 가장 맛있는 생선은 얼마 전에 잡아 말리고 있는 숭어 짠족이다. 짜게 해서 매달아 놓았다가 먹는다고 해서 짠족이라고 불린다는 숭어짠족를 들고 기현씨의 아내 경해씨는 어디론가 바삐 간다.
볼음도에서 나고 자란 옆집 언니 근자씨가 경해씨가 가지고 온 짠족으로 실력발휘를 한단다. 짠족에 쌀뜨물을 넣고 가마솥 밥 위에 올려 지면 밥물이 스며들어 야들야들한 그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밴댕이를 넣고 담근 순무섞박지를 잘게 썰어 시원하게 국수까지 말아 먹으면 볼음도를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는데~ 청정지역 볼음도가 선물한 자연 그대로의 밥상을 만나본다.
주문도 갯벌이 품은 백가지 무늬 조개, 백합…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백합 밥상
물이 빠지면 섬 크기보다 큰 갯벌이 드러나는 자연의 섬, 주문도. 지금 주문도에서는 한참 소라와 백합이 많이 나오는 시기다. 60년 넘게 주문도에서 살아온 유경분씨는 물 때 시간에 맞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갯벌로 향한다.
유경분씨는 주문도에서 소문난 백합 캐기 달인이다. 백합을 캘 때는 그레질을 하거나 눈이라고 부르는 조개 숨구멍을 보고 캐는데, 유경분씨는 이 숨구멍을 보고 단박에 백합을 찾아낸다. 주문도 백합은 해감하지 않아도 모래가 씹히지 않아 잡은 즉시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잡은 싱싱한 백합으로 유경분씨와 동네 주민들이 점심상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백합을 끓여 육수를 낸 국물에 백합과 오이, 얼음까지 더해지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백합오이냉국이 완성된다. 이 시원한 백합오이냉국을 한 그릇 먹고, 백합을 통째로 밀가루에 굴려 전을 해 먹으면 그 궁합이 환상이라는데 백합과 일생을 살아온 유경분씨의 밥상을 찾아간다.
아차도 바다가 내어 준 풍성한 여름 선물, 병어…강화군 서도면 작은 섬 아차도 밥상
볼음도와 주문도 사이 20여가구가 옹기종기 살고 있는 작은 섬, 아차도. 아차도에는 다른 섬들과 다르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마을 중간에 위치한 무인가게와 무인카페가 그것이다. 물건을 사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섬사람들을 위해 10여 년 전 마을 목사님께서 만드셨다는 무인가게는 마을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게이다.
그 옆에 위치한 무인카페는 마을에 방문하는 방문객과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는데, 여기서 한 달에 한 번, 육지의 예술가들이 방문하여 함께 아차도를 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준비한단다. 작은 섬 아차도를 대표하는 수산물 소라로 차린 음식을 먹으며 그림을 설명하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아차도는 섬 밖 바다에서도 언제나 분주하다. 아차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철신댁 부부는 결혼 후 뱃일도 평생을 함께했다. 요즘 한참 많이 난다는 병어 조업을 하러 새벽부터 서두른 부부는 바다 위에서 지낸 세월이 더 많기에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오늘은 물때가 좋아서 그물에 든 병어도 많아 부부의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언제나 끼니 중 한 끼는 배에서 해결한다는 부부는 오늘 잡은 병어로 김치찌개를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깔끔한 병어를 찌개에 넣어 끓이면 밥도둑이 된다. 병어 그물에 덤으로 걸려 올라 온 게를 간장장이 아닌 바닷물에 담그면 간이 저절로 딱 맞아 밥반찬으로는 안성맞춤이란다. 섬과 바다에서 살아온 세월이 묻어나는 아차도 사람들의 밥상을 따라간다.
여름 농어는 주문도 주민들의 보양식이다…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농어 밥상
거친 파도를 뚫고 물고기 떼가 뛰노는 한적한 주문도 앞바다. 이른 새벽, 상길씨의 어선은 주문도 바다를 깨우고 유유히 자리를 잡는다. 여름이면 풍부해지는 바다 덕분에 농어낚시를 즐겨한다는 상길씨는 벌써 36년 차 베테랑 어부다. 다른 곳과 달리, 주문도 바다에서는 민농어가 아닌 등에 점이 박힌 점농어가 잡힌다는데, 점농어는 육질이 더 단단해 맛도 좋단다.
상길씨가 막 잡은 싱싱한 농어를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마을에서 손맛 좋기로 유명한 경자씨가 오늘은 농어로 한 상 제대로 대접한다. 농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버릴 게 없는 보양식이란다. 농어를 손질해 모습을 드러낸 뽀얀 살은 회로 먹고, 남은 것은 쌀뜨물로 탕을 끓이면 깊고 시원한 맛이 난다. 따로 손질한 농어껍질은 끓는 물에 살짝 담가 샤부샤부로 먹으면 쫄깃쫄깃함에 홀릴 수밖에 없다. 또, 농어의 쓸개는 소주에 터뜨려 먹으면 약이나 다름없다는데 아직도 자연의 순수함이 물씬 넘치는 주문도 바다의 밥상을 찾아가 본다.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28일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