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충남=오범택 기자] 한국자연미술가협회는 오는 30일 2018년 상반기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성과보고전을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서 개최한다.
한국자연미술가협회에 따르면 2018년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은 국제적인 작가교류를 통해 한국의 자연미술운동을 소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작가 개인 연구 및 전시 프로그램과 더불어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협력사업과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날 전시회는 국내·외 입주작가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고요한(한국), 남정근(한국), 신미연(한국), 박정익(한국), 로버디 킨거(헝가리) Lovadi Kinga(Hungary), 사라 샤 모하마디안(이란) Sara Shamohammadian(Iran) 작가 등이다.
‘천년의 시간을 지나서(書)’을 주제로 연미산의 곰나루 전설을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재해석된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이며, 한편 지역에 스며있는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서(書)의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계의 리듬과 형(形)을 탐구하고 재해석될 ‘곰’이야기에 미학적 기대감에 펼쳐진다.
한편 (사)자연미술가협회 야투(YATOO, 野投)는 한국의 중부지방을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금강을 끼고 있는 고도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연미술가단체이다.
<안녕? 고마>
내가 작업한 이곳 연미산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구전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나무꾼을 사랑한 동물이 결국 죽음을 택해야 했던 슬픈 내용이 담겨져 있다. 오늘날 이 이야기는 우리지역 공주를 대표하는 고마나루 설화로서 슬픈 곰을 소재로 다양한 상상력이 결합된 새로운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천 년의 세월 속 수십 번 변화되었을 연미산과 금강을 따라 숲길 시간여행을 한다. 설화의 내용이 다소 현실감이 없어 보이긴 하나 나 또한 호기심 어린 상상력이 발동된다.
나의 작품 속 어미 곰과 어린 곰 둘은 설화의 슬픈 이야기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정하게 떠나버린 이를 그리워하지도 아니한다. 천 년을 지나 다시 연미산으로 돌아와 행복한 삶을 찾는 날개를 가진 곰의 가족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나무꾼을 대신하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원한다면 연미산 숲속 곰의 가족들에게 친절한 인사를 부탁한다.
<여전히, 그곳에>
본인의 작업 ‘여전히, 그곳에’는 공주 고마나루 설화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설화라는 것은 구전으로 전해지며 역사적 사실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은 힘이 있고, 이야기는 잊혀 지지 않고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힘은 강력하게 우리 앞에 구현되어진다.
이 자리, 이곳에 ‘기다림’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공주 고마나루 설화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기다림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작업은 어느 한곳을 응시하는 모습을 통해 그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하고자 한다. 설화 속 곰의 모습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이미지를 잡고자 한다. 곰, 또는 곰이 되어버린 한 여인은 금강이 내다보이는 높은 자리에 앉아서 무한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다. 영원한 시간 속 ‘기다림’은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러했으며 다가올 미래에도 이 자리 이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는 ‘과정’일 뿐이다.
<사이(Gap)를 채우다>
자연과 현대사회의 환경,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와 현대인들의 삶에는 틈이 있다. 이러한 틈을 줄이기 위하여, 나는 관람객들을 상징적인 순례에 초대한다. 이 순례는 고마이야기를 따라, 전설 속 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돌 하나를 주워 당신의 슬픔을 그 안에 담아 내려놓으며 자유함을 얻으라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행하는 순례의식). 그리고 곰의 머리 아래에 있는 돌탑에 돌을 하나 얹어서 고마의 몸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해 보라.
곰의 머리는 강변에서 주운 돌들로 만들어졌다. (강은 어미 곰과 아기 곰들이 사라진 바로 그 강이다.) 그리고 돌탑은 땅에서 주운 돌들로 만들어진다. 이 두 부분이 연결될 때,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전설과 현실의 사이가 좁혀질 것이다.
<민들레>
민들레는 정절을 상징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민들레의 삶은 한 번 바람에 쉽게 사라져버리고 만다.
암컷 곰은 소유에 대한 욕심 없는 충절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설 속 그녀의 사랑은 한 숨에 훅 날아가 버리는 민들레처럼 사라져버렸다.
나의 작품은 고마나루의 전설에 대한 열린 해석을 제공한다. 재료는 목재, 대나무이다.
<예술과 마을_ 예술농사 프로젝트>
우리는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땅심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먼저 잡초라고 불리는 들풀을 관찰하고, 자연 에너지의 유용성을 실험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체화시킨 지속가능한 생태문화인 퍼머컬처(Permaculture)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1970년대에서 시작되어 범지구적으로 퍼져나간 세계적인 생태운동인 퍼머컬처는 지속적인(permanent)이라는 뜻의 perma-와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의 -culture가 합쳐져 ‘영속농업’,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문화라는 뜻도 지니고 있기에 ‘영원한 문화’라고도 한다. 이는 생태를 중심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의료와 예술, 영성, 등 다분야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공주 원골마을에서 다양한 생명력이 넘치는 텃밭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지 않고, 거름을 주지 않으며,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비닐덮개 대신에 풀을 덮어주는 등의 실험을 하고 있다. 작고 느리더라도 자력으로 자라나는 작물을 지켜보고, 기록하려한다. 우리나라 토종씨앗, 그리고 향기로운 꽃과 허브를 심어 변해가는 계절을 느끼고 이 땅의 생태계와 하나 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