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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부부가 무엇이기에..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부부가 무엇이기에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7/04 07:53 수정 2018.07.05 08:45
▲ 김덕권 칼럼니스트

부부가 무엇이기에

요즘 들어 집사람이 여러 군데가 아프다고 합니다.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다리가 아파 잘 걷지를 못하기 때문에 못난 이 남편의 다리가 되어주고 눈이 되어주는 것을 보노라면 얼마나 양심에 가책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젊었을 때는 전 세계를 뛰어다니느라고 여행한 번 함께 가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몸이 불편해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신세를 한탄해 봅니다.

그러니까 젊어서도 못해 본 잉꼬부부가 지금의 우리 부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잉꼬부부는 원래 ‘원앙부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일본식으로 잉꼬부부라고 하는데 사이좋고 금슬 좋은 부부를 칭하는 말이지요. 원래 일본식으로는 잉꼬부부(사랑앵무부부)라 부르지만 우리식으로는 ‘원앙부부’라 칭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 런지요.

원앙이나 앵무를 보면 암수 둘이 딱 붙어서 다니고 같이 있기를 좋아하고 서로 얼마나 애정이 돈독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부간에 좋은 모습이 다 늙은 요즈음의 우리 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아내에게 제가 해줄 일이 없네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저녁에 뉴스나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의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주물러 주는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열심히 주무르다 보면 온 삭신이 녹아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잠자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제 마음도 여간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조금이라도 빚 갚는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부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부부란 정(情)을 나누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늙으면 부부가 성적(性的)인 문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부부란 정서적 공동체라는 얘기 아닌가요? 여기 ‘어느 암환자의 감동스토리’가 있어 올려 봅니다. 어느 간호사가 암 병동 간호사로 근무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새벽 5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습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렸습니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놀라서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달라니... 맥이 탁 풀렸습니다. 그의 아내가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사과를 깎았습니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습니다. 그러자, 예쁘게 좀 깎아 달라고 합니다. 할 일도 많은데 별난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 못 들은 척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습니다.

나는 사과 모양새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를 뒤로하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습니다. 며칠 뒤, 그 분은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3일장을 치른 그 분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습니다.

“사실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었어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정말 고마워요.”

저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나는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 부인이 눈물 흘리는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말했습니다.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그것으로 충분했노라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부탁일지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크나 큰 삶임을.......” 저는 작은 사랑이라도 얼마나 한 인생에 큰 감동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땅에서 허락된 시간에 작은 봉사라도, 나눔이라도, 섬김이라도 실천하며 살 일입니다.】

어떻습니까? 부부의 사랑은 이런 것입니다. 어느 카드 회사가 40대 남성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아내에게 가장 남기고 싶은 유언’을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1위가 ‘미안하다(17.6%)’ 2위가 ‘사랑한다.(16.2%)’로 나왔습니다. 내가 죽으면 ‘재혼하라(4.07%)’ ‘재혼하지마라(1.8%)’보다 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사랑> 이었습니다.

그럼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의 도>는 무엇일까요?

첫째, 믿음(信)입니다.

신위만선지본(信爲萬善之本)입니다. 믿음은 모든 선의 근본입니다.

둘째, 화합(和合)입니다.

화위만복지원(和爲萬福之源)입니다. 화합은 모든 복의 근본입니다.

셋째, 정성(精誠)입니다.

성위만덕지종(誠爲萬德之宗)입니다. 정성은 모든 덕의 으뜸입니다.

이렇게만 산다면 죽음에 다다라 아내에게 아무 말 안하고 죽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은 죄가 하도 많아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염불처럼 외우고 떠나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그 위에 ‘고마웠소.’ ‘용서하오.’라는 말을 덧붙이고 가야 할 것 같네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월 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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