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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덕망(德望)..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덕망(德望)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7/09 09:14 수정 2018.07.10 08:52

덕망(德望)

김덕권 칼럼니스트

지난 7월 5일, <덕화만발 덕인회(德人會)>에서는 원불교 여의도교당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했습니다. 그간 <덕인회>를 이끄시느라 수고하신 우전 송원갑 전회장과 온 몸을 던져 일하신 이충재 총무님에게 더할 수 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새로 중책을 흔쾌히 맡아 주신 초월(初月) 김덕호(지식) 회장님과 홍성남 사무총장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덕인회>가 무엇입니까? 덕인(德人)들의 모임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덕인들은 저마다 덕행을 최우선으로 하고 사시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특히 새로운 임원진은 더욱 <덕망(德望)>으로 <덕인회>를 이끌어 가시라는 뜻에서《참전계경(參佺戒經)》제180事에 나오는 <수식(收殖)>이라는 말로 격려의 말씀을 올립니다.

‘수(收)’는 사람들의 선망을 얻는 것이고, ‘식(殖)’은 재물을 널리 베풀어 쓰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을 덕(德)으로 구제(救濟)하는 데에는 인망(人望)이 없다면 달성하지 못하고, 은혜(恩惠)로 구제하는 데에는 재물을 베풀어 쓰지 않으면 믿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인심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구제하는 지혜를 이루고자 하면, 인망을 귀하게 여기고 재물을 쓰는 것을 가볍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 인망이 무엇인가요? 인망은 세상 사람이 우러러 믿고 따르는 덕성을 말합니다. 또한 덕망(德望)은 덕행으로써 얻은 명망(名望)이지요.

사람을 구제하는 데는 재물도 필요하지만 인망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진정한 복지(福祉)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항상 그 위치에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덕으로써 사람을 깨우고, 그 사람이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깨달아 동등하게 일어서길 바라는 것입니다.

붓다가 깨달은 진리의 내용이 연기(緣起)입니다. 이 연기를 쉽게 표현하면 모든 일은 조건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모든 일에는 그에 걸 맞는 원인인 씨앗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과 열매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하기만 해서는 결코 사과 열매를 얻지 못합니다. 사과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원하는 좋은 결과물인 행복은 그에 걸 맞는 씨앗을 심어야만 열리게 됩니다.

한 거사(居士)가 붓다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붓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부처님,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하면 명예, 재물, 덕망, 좋은 벗과 동지를 얻을 수 있습니까?” 이 거사가 얻고자 하는 것, 바로 우리가 얻고 싶은 것 아닌가요? 적절한 명예와 적당한 재물, 그리고 좋은 덕망과 훌륭한 벗과 동지가 있다면 바로 우리들 최고의 삶일 것입니다.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얻을 수는 없는 이 희망사항들은 분명히 그에 해당되는 씨앗이 존재합니다. 붓다는 그 거사에게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명예를 얻고자 한다면 계율(戒律)을 지키시오. 재물을 얻고자 하면 보시(布施)를 행하시오. 덕망이 높아지고자 한다면 진실한 삶을 살고, 좋은 벗을 얻고자 한다면 먼저 은혜를 베푸시오. 그러면 그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오.”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도덕적인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못합니다. 삶에서 순간의 실수가 이 도덕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지요. 인생을 살아가자면 악의 유혹이 강렬합니다. 그러나 계율의 갑옷을 입고 있다면 이러한 유혹들로부터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계율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명예의 열매는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욕망인 재물을 얻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재물을 잘 베푸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자들이 재물을 베푸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은 재물을 베푸는 공덕에 의해 더 큰 재물이 생긴다는 진실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벗과 동지를 얻는 방법도 아주 쉽습니다. 동지나 벗의 덕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조건 벗과 동지들에게 덕을 베풀어주는 것입니다. 벗이나 동지에게 덕 보려고 하는 것이 아귀(餓鬼)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벗과 동지에게 덕을 베푸는 것은 보살(菩薩)의 마음입니다. 아귀와 보살, 좋은 벗과 동지들이 누구에게 다가갈까요?

원하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분명 그에 해당되는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인연과(因緣果)! 이것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씨앗 없이 열매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행복을 원한다면 그 행복의 씨앗들을 심고 가꾸면 분명 노력을 기울인 만큼 열매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요?

덕망을 천망(天望)이라고 하고, 인심은 천심이라고 합니다.《장자(莊子)》의 <덕충부(德充符)>에 노(魯)나라의 왕태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덕충부>는 글자 그대로 ‘덕(德)이 충만(充)한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부합(符)된다’는 뜻입니다. 그 왕태는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발이 하나 잘리고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왕태는 너무나도 덕이 많아서 그를 따르는 제자가 공자를 능가하였다고 합니다. 왕태는 제자들에게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서든 앉아서든 무어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제자들이 구름처럼 따랐지요. 그래서 공자의 제자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왕태는 말로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빈 마음으로 찾아갔던 사람들이 돌아올 때는 마음에 무엇을 가득 채워 오게 되는데 말없이 가르치는 법도 있는지요?” 있습니다. 왕태는 겉으로 나타내지 않아도 마음이 완성된 덕망이 넘치는 사람일 것입니다.

덕망이 있는 사람이란 누구인가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 덕망이 있는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덕입니다. 덕이란 자연의 이치에 거슬림이 없는 것이 덕입니다.

우리 새로 취임하신 초월 김지식(덕호) 덕인회장과 홍성남 사무총장께서는 누구에게나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고, 몸을 낮추어 말없이 몸으로 가르치는 왕태의 덕으로 덕인회를 이끌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덕망을 쌓아 저절로 사람들이 따르고 덕화만발 덕인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아닐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7월 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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