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뜻밖의 재난이나 사고 따위로 허망하게 죽는 것을 이름이지요. ‘NATIONAL POST’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경 태국에서 작은 거두고래 (Pilot whales) 수컷 한 마리를 수로에서 구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고래가 너무나 많은 플라스틱 비닐봉투를 삼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지요.
이 고래는 구조하는 과정에서도 플라스틱 비닐봉투를 토해냈으며, 안타깝게도 구조 후 5일 후인 지난 6월 1일 비명횡사를 했습니다. 이후 부검에서 밝혀진 사실은 고래의 위(胃)에 80개 이상의 플라스틱 비닐봉투와 여러 가지 플라스틱이 들어있어 이 고래가 영양실조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의 무게는 7.7kg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비닐봉투의 부피가 너무 커서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를 막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심각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이제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에야 유럽을 중심으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우 처치 곤란한 문제입니다.
아무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가능하면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식탁 위로 돌아온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 사회, 무턱대고 쓰다보면 내 입으로 들어온다!’는 제하의 7월 1일 방영된 ‘-sbs스페셜’을 보았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며 하루를 여는 당신, 물은 건강을 위해 생수를 마시고, 점심 식사 후엔 졸음을 쫓는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다시 오후를 버티며, 퇴근 후엔 마트에 들러 삼겹살 포장육에, 비닐봉지에 든 마늘과 상추를 사서 푸짐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시원한 캔 맥주 한 잔과 함께 그 날의 피로를 풀어내며 하루를 마감하는 우리입니다.」
2018년 우리의 가장 친근한 ‘벗’은 어느 틈에 ‘플라스틱’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벗’인 줄 알았던 플라스틱이 알고 보니 우리를 죽이는 ‘소리 없는 암살자’였다면, 이 무서운 공포를 어떻게 막아내면 좋을까요? 과도한 사용으로 이제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sbs스페셜’은 경고합니다.
더운 여름 대표적인 아이스커피 한 잔, 이 커피를 마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평균 1인당 이런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시간은 20여분, 그런데 이들 플라스틱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건 대부분 1분, 그에 비해 1회용 컵이 지구에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20~50년, 플라스틱 빨대는 200년, 비닐 포장재는 200~400년, 페트병은 450년 정도가 걸린다는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1회용 플라스틱 용품 소비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한 해 소비하는 빨대는 5억 개라고 합니다. 1년 동안 1회용 컵을 한 개인이 사용하는 수량은 평균 257개이고요. 한국인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는 세계 2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은 132톤으로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지난 66년 동안 63억 톤의 플라스틱을 세계는 써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만들어내고, 마구 써대며, 반면 폐기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결국 지구 전체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범람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건, 지구의 마지막 정수장이라는 ‘바다 속 플라스틱 오염’입니다.
영덕에서 온몸이 붉은 색으로 변한 채 죽은 바다거북이 발견되었습니다. 나이 30세 정도로 추정되는 이 바다거북의 내장에서 발견된 건 플라스틱 비닐봉지, 비닐 전단지, 비닐 끈 등 쓰레기 들! 바다 생물들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죽음의 덫입니다.
바다거북만이 아닙니다. 놀래미, 아귀 등 익숙하게 우리 밥상에 오르는 생선들의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해조류(海藻類)는 어떨까요? 담치를 실험용 비이커에 넣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물을 담았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후, 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오염물을 담치가 흡입한 것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5mm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처음부터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것들도 있고, 플라스틱 제품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과정에서 부서지면서 생성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너무도 쉽게 눈에 띄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생활 쓰레기들, 그리고 양식 등에 사용되는 스티로폼이 해양 생물과 바다의 주오염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10배나 많이 해양이 오염되어 있으며 모래사장이나 갯벌 역시 일본이나 러시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976n/㎡, 러시아 293n/㎡, 우리나라는 평균 3.936n/㎡이라고 하네요.
문제는 이런 해양 오염이 결국 우리의 식탁 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종 먹 거리는 물론, 우리가 안심하고 사먹는 생수까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 그 자체, 대기, 용기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생수의 93%가 오염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10개의 생수 중 4 종에서 폴리스틸렌, 폴리카보네이트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수돗물은 조금 다를까요? 국내 정수장 10곳 중 3곳에서 역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플라스틱’을 벗어날 수 없는 플라스틱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라고 다를까요?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만지고 닿는 거의 모든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환경 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가 아이들이 사용하는 리듬악기, 사인펜, 리코더, 미니가방에서 기준치를 한참 초과하여 검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리듬악기 174.4배 초과, 사인펜 174배 초과, 리코터 232.6배 초과, 미니가방 96.7배 초과라고 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해양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바다를 오염시킨 미세 플라스틱은 이제 ‘역주행’을 거듭하여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 자리에 있는 인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 망서 릴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나부터 우리부터 ‘소리 없는 암살자’ 플라스틱 퇴출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7월 1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