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복귀무대는 준비됐다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손학규 전 대표의 몸값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손학규 전 대표의 지지층은 넓다. 2008년 총선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로서 두 차례 야권 통합을 이끌어낸 리더십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중 내내 빈소를 지키며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에서 돌아오면서 정치권에 "새판을 짜야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호남 민심도 우호적이다.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러브콜도 계속 되고 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강진을 방문하고 박영선 의원이 "손 대표의 역할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은 "손 대표가 산에서 내려오실지는 불확실하지만 오시게 되면 국민의 당에 합류할 것"이라 밝혔고 문병호 의원도 "손학규 고문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달라"고 호소했다.
제3당도 이미 만들어져있다.
DJ는 정계에 복귀하며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지만 손학규 전 대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손학규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골고루 있어 차후 야권연대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의당에는 김동철(광주 광산갑), 임내현(광주 북구을), 최원식(인천 계양을),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 등이 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유정 전 의원도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더민주 총선기획단장 및 총무본부장을 역임 중인 정장선 전 의원과 조정식·이춘석 의원은 더민주에 남아있다. ‘손학규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남재 예비후보는 더민주 소속으로 광주북구을에 출마 예정이라 임내현 의원과의 한판 승부도 예고된 상태다.
손학규 전 대표가 이번 총선 전후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로 그의 나이도 거론된다. 올해 손학규 전 대표는 70세를 맞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은퇴를 번복했을 때 나이가 72세였다.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2017년 19대 대선이 마지막인 셈이다.
20대 총선까지 두 달정도, 19대 대선까지는 약 1년10개월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DJ가 95년 지방선거에서 지원활동을 했듯 손학규 전 대표도 대권을 노리고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면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손 전 고문은 주로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7일 손 전 고문은 더민주를 탈당한 뒤 국민의당 후보로 광주에서 뛰고 있는 김유정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여기(호남)에 있지 않으냐. 꼭 당선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국민의당으로 옮긴 신학용·최원식 의원 등에게도 전화를 걸어 "잘하고 있느냐. 고생이 많네"라고 하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입법 로비 사건으로 재판 중인 신 의원에게는 "걱정이 된다. 몸은 잘 챙기고 있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두 의원은 모두 "날씨가 많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셔야 한다고 답했다"면서 야권 상황과 정계 복귀 여부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손학규계 의원 중에도 더민주에 남은 조정식 의원 등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7·30 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를 떠난 손 전 고문은 전남 강진에 머물며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이런 가운데 친(親)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탈당한 안철수 의원을 따라 국민의당에 입당하거나 더민주에 잔류하는 등 각자 다른 결정을 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6일 서울로 올라와 설을 지낸 뒤 9일 강진으로 다시 내려갔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러시아 방문 뒤 귀국해서는 "정치의 새판을 짜서 우물 안 정치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 "정치 복귀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