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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인내의 꽃..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인내의 꽃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7/19 07:31 수정 2018.07.20 03:43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인내의 꽃
인생의 꽃밭에는 온갖 꽃이 피어납니다. 어느 꽃이 아름답게 피지 않는 것이 있으랴마는 저는 그중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 인내의 꽃(忍耐花)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올해로 제가《덕화만발(德華滿發)》이라는 글을 쓰며 [덕화만발 카페]의 문을 연지 꼭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덕화만발이라는 뜻은 ‘덕의 꽃이 만발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덕의 꽃’은 어떤 꽃일까요? 삭막하기 짝이 없는 이 세상에 ‘맑고 밝고 훈훈하게 피는 낙원의 꽃’입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무슨 수로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저 한 사람이 덕의 꽃을 심으면 몇 사람이라도 낙원에 살 수 있을 것이며, 몇 사람이 이 덕의 꽃을 가꾸면 가꾼 만큼 세상은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이 된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당(唐)나라뿐 아니라 중국 역사를 대표하는 시인 이태백(李太白 : 701~762)으로부터 나온 사자성어(四字成語)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중국의 촉(蜀) 땅을 방문해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이백은 이미 10살 때부터 시와 글에서 신동으로 불릴 만큼 그 재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부에는 유난히 흥미가 없었기에 아버지는 걱정하며 이백에게 스승을 붙여 상의산이라는 산에 보내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백은 얼마 안가 공부에 싫증이 났고 스승 몰래 산을 내려와 도망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마침내 이백은 기회를 엿보다 스승 몰래 산을 내려가는데 성공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을 내려오는 길에 한 노파가 냇가에서 바위에 큰 도끼를 쉼 없이 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이백이 노파에게 묻습니다. “할머니, 지금 뭐하시고 계신건가요?” 그러자 노파가 당연한 듯이 “바늘을 만들고 있단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백이 놀라며 “아니 도끼로 바늘을 만들다니요?” 노파는 놀라는 이백을 보며 “그래 이렇게 도끼를 돌에다 갈다 보면 바늘이 되지 않겠느냐?” 노파의 어이없는 대답에 이백은 크게 웃으며 “할머니, 그 도끼를 얼마나 오래 갈아야 바늘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요?”

이에 노파는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갈다 보면 이 커다란 도끼도 바늘이 되는 법이라네.” 노파의 말씀에 이백은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문제다. 끝까지 하면 꼭 결과를 얻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다시 산으로 올라가 공부에 정진하게 되어 학문에 대성(大成)을 이루게 됩니다.

이후 이백은 자신의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노파의 말을 생각하며 학문에 정진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은 당나라대의 천재시인 두보(杜甫 : 712~770)와 함께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시인입니다. 그는 무역상인 아버지 밑에 자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였지만 시와 글에 있어서만은 천재였다고 합니다.

이후 이백은 당나라 현종의 부름을 받고 한림공봉이라는 관직을 하사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종 곁에서 정치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만 쓰다가 관직에 따분함을 느꼈지요. 그래서 관직을 내려놓고, 두보와 함께 중국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를 지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이백은 워낙 시의 성인이라 불렸던지라 그가 장강(長江)에 비치는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의 죽음 역시 낭만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렵습니다. 한 분야에 성공하는 것도 어렵고, 도끼를 바위에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이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에 덕화를 만발시키기는 얼마나 어려울까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古事)와 같이 인내의 꽃을 피우지 않고서는 불가능일지도 모릅니다.

참을 인(忍)자는 칼도(刀)자 밑에 마음심(心)자가 놓여있습니다. 참을 인(忍)자를 해석하자면

가슴에 칼을 얹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가만히 누워있는데 시퍼런 칼이 내 가슴위에 놓여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가슴위에 놓인 칼에 찔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인데 누가 와서 짜증나게 건드린다고 함부로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겠는지요?

화나는 일이 생겨도, 감정이 밀어닥쳐도 죽은 듯이 가만히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듯 참을 인(忍)자는 참지 못하는 자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평정(自己平定)을 잘 유지할 줄 아는 것이 인내입니다. 참을 인(忍)자에는 또 다른 가르침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때로는 죽순(竹筍)처럼 솟아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온갖 미움, 증오, 분노, 나태우치(懶怠愚癡), 배타심 그리고 탐욕들이 그러합니다. 이런 것이 싹틀 때마다 마음속에 담겨있는 칼로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이렇듯 인내에는 아픔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고의 삶을 터득하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내의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이제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덕화가 만발하는 인내의 꽃을 피울 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을 하직하는 그날까지 저는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가다가 못 가면 사랑하는 덕화만발의 가족들이 제 뒤를 이어 낙원세상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진즉에 <덕화만발의 카페지기>도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에게 넘겨드렸고, <덕화아카데미>도 김남석 원장님이 ‘제 5회 초청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또한 덕인들의 모임인 <덕인회>도 제 2기 새로운 임원진으로 개편해 두었습니다. 모든 일에 본말(本末)과 선후(先後)를 찾아 준비함이 있어야 인내의 꽃도 피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앞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영원한 장래를 놓고 보아 근본 되는 일에 힘을 쓰는 것입니다. 우리의 근본 되는 일은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낙원을 건설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덕화만발의 뜻을 이어받아 저마다 인내의 꽃을 피워 가면 좋겠네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7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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