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부패는 이제 그만
요즘 불교조계종의 사태가 심각한 모양입니다. 세수 87세인 설조 스님이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40여 일째 단식을 진행 중이라 합니다. 설조 스님은 지난달 20일 “이 목숨이 끝이 나거나 종단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설조 스님은 단식 선언을 하면서 “우리 종단은 정화(淨化)의 전통을 계승한 종단인지, 정화의 이념을 짓밟으려는 집단인지 구별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종단 사태 불행의 원인은 비(非) 비구(比丘)들의 종권장악이다.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지 않은 승려가 80년대 이후 행정을 장악하며, 군화가 사찰을 짓밟고, 노름꾼의 수괴가 수많은 불자들의 존경을 받는 스님을 종단 밖으로 내몰고, 악행의 유례가 없는 자가 종단의 행정대표가 되어도 거침이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라며 종단의 개혁과 비위를 저지른 승려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7월 1일 MBC ‘PD수첩’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 3대 의혹이 재조명되었습니다. 숨겨둔 아내와 자녀, 재산 은닉, 학력 위조 등 불교계 ‘큰스님’에게 3가지 의혹을 물은 것이지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 당시 제기된 이 의혹들을 딛고 총무원장에 올랐습니다.

이런 의혹들을 제시하고 총무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설조 스님이 단식에 들어가면서 그를 따르는 승려들과 신도들 역시 조계종의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계종은 여전히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가운데 10일 오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천막을 찾아 설조스님의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설조 스님은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서 물러나고 당사자들이 물러나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 물러난 후에 개혁을 논의하자”며 입장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조계종은 “설조 스님의 단식이 대중의 설득력을 얻으려면 승가 공동체 내부에서 불교적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제시해야한다. 지금의 단식도 과거 미봉책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설조 스님이 종단 부패에 대한 도덕불감증을 일깨우기 위해 단식에 돌입했지만, 종단 파계승려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가 없다. 그 중 대표가 바로 설정 총무원장”이라고 맞섭니다. 설조 스님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지만 조계종의 변화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고 상황은 격랑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만 다행인지 대한불교조계종 사태가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중대 결단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7월 27일 불교계에 따르면 단식 38일째를 맞은 설조 스님은 최근 기력이 급속도로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령의 스님이 폭염 속에 단식을 계속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종단 안팎의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하네요.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거센 퇴진 요구에 설정 스님은 조만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습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더는 입장 표명을 미루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입니다. 이르면 금명간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설정 스님의 진퇴문제와 종단혁신기구 구성 등 혁신안이 언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불교계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반발이 확산하고 있어 현 집행부가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만간 수습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심이 된 설조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등 각종 단체가 국고지원 예산낭비와 횡령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조계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비단 불교 조계종에만 한 한 일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각 종단의 부패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의 성추문은 이미 썩을 대로 썩은 교계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보도된 경기도 과천에 있는 한 교회 목사 신 모 씨는 신도 감금, 폭행 혐의로 붙잡혔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4천만 원의 이주비를 받고, 신도들을 남태평양의 피지로 이주시킨 후, 여권도 빼앗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현실에 충실하고, 사후에 천국에 가서 쉬는 것이 교리입니다. 그런데 ‘지상에 천국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지요.

돈과 권력으로 타락하고 부패하는 종교, 종교간 종교 내 갈등. 사이비를 비난하며 자신도 사람들을 미혹하는 사이비로 전락하는 종교인은 어찌하면 좋은가요? 이런 상황은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승려ㆍ목사ㆍ신부 등의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특히 폭력ㆍ강간 등과 같은 강력범죄가 늘고 있어 종교인들의 도덕적 타락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직업이 종교인으로 등록된 수는 약 38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 중 종교인 56명 중 1명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인들은 이러한 종교계의 부패와 타락의 원인으로 첫째, 감시감독 장치 부족. 둘째, 사찰ㆍ교회 권력의 대형화와 정치화. 셋째, 자질 부족 성직자 양산 등을 꼽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계가 스스로 몸집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질이 부족한 종교인들을 솎아내야 하며, 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엄격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그래야 “종교인들이 초월적 진리를 좇는 종교의 목적을 되새기고 세속화를 지양하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인적 쇄신이나 조직개편을 해도 임시방편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제 종교계 내부에서 오래된 악습을 떨쳐내는 근본적 개혁과 자정(自淨)에 노력을 기울여야 종교의 부패를 막고 종교 본연의 모습을 찾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7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