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김민지 기자]# 독일, 샤우뷔네 극단 &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 ‘민중의 적’
“다수는 항상 옳은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파격적인 결말로 화제를 모았던 ‘인형의 집-노라’와, 카메라를 든 햄릿을 등장시켜 ‘고전의 재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햄릿’으로 국내에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17년째 고전과 현대극을 오가면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중산층의 위기를 담은, 논란과 화제의 작품들을 발표해 온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특히 그는 입센, 셰익스피어 등 고전을 21세기 신세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스타일리쉬한 무대 디자인과 영상, 음악, 신체 언어를 과감히 사용해 인터넷과 영화에 빠져 있는 젊은 세대를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민중의 적’의 배경을 19세기 노르웨이에서 21세기 베를린으로 옮겨 놓았다. 신문기자들과 인디 밴드 멤버들로 활동하고 있는 스토크만 박사는 온천 도시인 이 마을이 오염된 사실을 알고 언론에 이를 폭로하려고 하지만, 시의원인 형은 관광도시로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 불편한 진실을 숨길 것을 강요한다.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인 대중연설 장면에서 스토크만 박사는 연설 장면을 극장 장면으로 옮겨와 “이익을 위해 침묵하는 다수와 정의를 위해 소신을 말하는 소수, 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는가?”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난 2012년 초연된 이 작품은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오스트리아 등을 투어하면서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 열정적인 토론이 펼져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5월 26일-28일)
# 타이거 릴리스 & 덴마크 리퍼블리크 씨어터 음악극 ‘햄릿’
2016년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맞아 음악극으로 변신한 가장 독특한 ‘햄릿’이 온다. 지난 2013년 LG아트센터에서 처음 소개된 멀티미디어 음악극 ‘늙은 뱃사람의 노래’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된 영국의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에 대해 “천사와 같은 목소리로 영국 현대인의 밑바닥 삶을 노래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오페라와 집시풍의 카바레 음악, 보헤미안 풍의 노래를 혼합한 듯한 독특하고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밴드로, 특히 뮤지컬, 음악극, 캬바레, 콘서트, 서커스,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들은 2002년 컬트 뮤지컬 ‘쇼크해디드 피터’로 올리비에상 ‘베스트 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뮤지컬 베스트 조연상(마틴 자크)’를 수상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으로, 더 이상 새로운 버전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햄릿’이지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는 보컬 마틴 자크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이번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단 ‘리퍼블리크’와 만나 음악극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들을 골라 21개의 곡을 입힌 음악극 ‘햄릿’은 내레이터 역할의 마틴 자크가 부르는 노래와 햄릿 역의 배우 카스파 필립손의 매력적인 대사를 교차시키면서, 서정적이고도 몽환적인 ‘햄릿’을 만들었다. 이 작품에는 아크로바틱, 인형극 등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특히 아크로바틱은 오필리어의 아름다움과 비극성이 돋보인다.(10월 12일-14일)
# 장우재 연출 신작
2015년 차범석 희곡상, 김상열 연극상과 2014년 동아연극상 희곡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하는 등 최근 굵직한 연극상을 휩쓸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는, 그가 직접 쓰고 연출한 ‘여기가 집이다’ ‘환도열차’ ‘햇빛샤워’ 등을 통해 감각적인 필력과 날카로운 연출력으로 한국 연극계의 대표 주자이다.
이번 신작은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쓴 관동만유(關東漫遊)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문인인 경숙과 기지, 그리고 무사 회옹, 이들이 임금의 폭정을 피해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온갖 고난과 궂은 일도 그저 웃으면서 포용하고 넘겼던 선인들의 여유와 지혜를 통해 각박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고단한 심신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10월 26일-11월 6일)
# 필립 드쿠플레의 프렌치 카바레 ‘콘택트’
“발칙한 상상력으로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필립 드쿠플레의 원더랜드를 경험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으로 손꼽히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의 총연출가이자,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 ‘Iris’의 연출가, 파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크레이지 호스’의 카바레 쇼 연출가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는, 2014년 ‘파노라마’로 LG아트센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데 이어 최근작 ‘콘택트’로 돌아온다.
드쿠플레는 이번 공연에서 뮤지컬 ‘파우스트’를 제작하는 과정을 기본 플롯으로 인종, 나이, 체격, 개성이 모두 다른 뮤지컬, 무용수, 코메디언 등 16명을 출연시켜 기상천외한 쇼를 선보인다. 여기에 영화, 서커스, 고전 뮤지컬, 라이브 음악, 그림자극, 발리우드의 요소를 뒤섞어 화려한 ‘드쿠플러리’ 카바레 쇼를 완성했다. 특히 여러 편의 단편영화와 광고필름 등의 제작을 통해 그간 축적해왔던 그의 영화적 기량이 집약된 영상효과와 출연자들의 라이브 공연이 빚어내는 시각적 일루젼의 일품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09년 세상을 뜬 피나 바우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은 작품이기도 해, 작품 중간에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콘탁트호프’에 대한 오마주가 들어간 장면도 나온다. 안무가, 연출가, 마임이스트, 광고제작자, 이벤트 기획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면서 모방이 불가능한 독창성과 기발한 창조성을 발현해 온 그의 유쾌한 상상력은 이 작품에서도 100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만큼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전작 ‘파노라마’가 변화무쌍한 드쿠플레 스타일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초편’이었다면, ‘콘텍트’는 그의 작품 세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심화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11월 11일-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