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 ‘방바닥 긁는 남자’..
문화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 ‘방바닥 긁는 남자’

이민숙 기자 입력 2016/02/19 13:00



[연합통신넷=이민숙 기자]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은 연희단거리패는 창단을 기념하는 첫 공연으로 ‘방바닥 긁는 남자’를 선정, 오는 2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09년 초연된 이 작품은 부산 가마골 소극장 대표로서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젊은 연출가 故이윤주가 연출한 작품으로 자유롭고 활달한 가마골소극장 스타일의 작품이다.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는 재개발이 예정돼 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간 어느 동네, 낡은 단칸방에 모여 사는 4명의 사내로부터 출발한다. 음식과 기나긴 잠만 필요한 사내들 표정은 돌덩이처럼 생명이 없고 나무늘보처럼 느러 터졌다. 땟물이 시커멓게 말라붙은 얼굴의 사내 네 명이 비좁은 방을 굴러다니면서 온갖 지저분한 난장을 펼친다. 신문지로 세수를 하고, 잠자는 이의 입에 발가락을 집어넣고, 속옷을 서로 빼앗아 입고, 엎어진 자장면을 주워 먹느라 아귀다툼을 펼친다.

어떡하면 쉬지 않고 잘 수 있을까? 무슨 수를 써야 상대방의 먹을 것을 뺏어 먹을 수 있을까? 평생 옷을 갈아입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따위의 고민 뿐이다.

또 머리 크기로 서열을 정해 권력투쟁을 펼치고, 그리고 자신들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기 위해 방바닥에 납작 붙어서는 스스로를 ‘누룽지 인간’이라고 자처한다. 하지만, 연극이 끝날 때 완전히 무너져 내린 단칸방을 벗어나 따가운 햇살 아래 선 누룽지 인간들을 보다보면 우리도 점점 그들의 이야기에 압도 되고 만다.

이 공연은 지금 이곳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부 인생으로 밀려나 버린 네 명의 남자들이 벌이는 ‘진지한 놀이극’이다. 그들은 방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고 비좁은 방에서 잠에 빠져 지낸다. 설거지는 한 달에 한번, 속옷은 3년에 한번 갈아입고 이들은 시시콜콜 간섭하고 억압하는 제도적 규범에서 일탈한 아웃사이더(주변인들), 노동 중독에 걸린 사회에 저항이라도 하듯 게으름의 극한까지 자신을 방치하는 인간들이 할 일 없는 사내들의 전복적 상상력이 펼치는 짓거리와 잡소리를 통해 지금 이곳 한국 사회를 역설적인 시각으로 해부하고 있다.

이 작품은 ‘원전유서’로 한국연극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는 작가 김지훈과 연희단거리패 故이윤주가 연출하고 홍민수, 김철영, 조승희 등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들의 앙상블로 2009년 한국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면서, 2010년 동아 연극상 작품상과 신인 연출상(이윤주)과 함께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이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방바닥 긁는 남자’의 초연 연출 이윤주는 ‘햄릿’의 오필리어, ‘하녀들’의 끌레르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이면서도, ‘맨발의 청춘 이찬전’ ‘서툰 사람들’ 같이 소시민의 애환을 자유롭고 유쾌하게 표현하는 연출 스타일로 이 작품 역시 유머감각과 리듬감, 매력적인 캐릭터 창조로 언더그라운드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10년간의 암투병중에도 연극작업에 열정을 불살랐던 불굴의 연극인이기도 했던 이윤주는 연출작 ‘안데르센’과 출연작 ‘코마치후덴’을 마지막으로 지난 해 4월 영면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연희단거리패 무대에서 계속 올려 질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