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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통신넷=이민숙 기자]김가람 작가는 “작품을 만들 당시 23살의 대학생이었는데 뮤지컬과 창극의 결합은 어려운 형식이고 실험적인 시도였다. 당시 지도 교수님이었던 박동우 예술감독의 도움으로 ‘아시안 시어터 스쿨 페스티벌’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페스티벌의 주제가 ‘전통극의 현대화’였다.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우리 전통의 멋도 낼 수 있는 판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뮤지컬과 창극의 경계를 허문 창작뮤지컬 ‘아랑가’가 오는 4월 1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을 만난다. 2014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총 23개 국가의 37개 대학 연극교육기관이 참가한 제2회 ‘아시안 시어터 스쿨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중앙대 동기인 김가람 작가와 이한밀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지난 17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가람 작가는 “졸업작품으로 개발했던 작품이 여기까지 오게 돼서 감개무량하다”면서, “역사를 고증하려는 목적이 아닌 욕망에 집착해 점차 파멸해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이어 “뮤지컬에 창극을 접목해 장대한 이야기지만 압축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공연을 준비했다”면서, “채우기보다 비워냄으로써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인혜는 “판소리를 판소리답게 들려주면서 리얼리티를 살리려 노력했다”면서, “판소리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서사를 진행하다가도 카메라의 ‘줌인’처럼 한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판소리가 대중에게 가까운 장르는 아니지만 창의 테크닉을 활용해 상황을 생동감있게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개로 역에는 배우 강필석과 윤형렬이 더블 캐스팅됐다. 배우 윤형렬은 “예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 없는 개로를 관객에게 매력적인 배역으로 보이게끔 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개로가 태자 시절부터 저주를 받았고, 주변 사람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았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설득력을 갖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백제 장군 도미의 사랑스러운 아내인 ‘아랑’ 역에는 김다혜와 최주리가 더블 캐스팅됐다. 김다혜는 “정절을 품고 있다. 그 안에 내재된 강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연약하고 나약하기보다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으로 그려질 수 있게끔 캐릭터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도미 역에는 이율과 고상호가 맡았다. 배우 고상호는 “처음에는 장군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인물을 고민하다가 대본을 볼수록 도미의 감성적인 측면에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도창’은 광활한 역사 속에서 흐르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화자로, 텅 빈 무대, 장구와 북으로 이뤄진 구성진 가락 위에서 자유자재로 노니는 도창은 배우이자 작창으로 작품에 참여한 박인혜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 없이 장면 간 시공간을 잇는 판소리의 특징을 살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면서 작업했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황 전달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아랑가’는 삼국사기에 수록된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백제의 마지막 왕인 개로가 꿈 속 여인인 아랑의 환상에 사로잡혀 파멸로 향하는,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인생과 사랑을 노래한다. 이 작품은 판소리와 뮤지컬넘버를 극에 다양한 형태로 배치해 동.서양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연출은 변정주가 맡았고,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 실력파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