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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보의 정치를 하는 정동영, 더 이상 진보는 없다..
사회

퇴보의 정치를 하는 정동영, 더 이상 진보는 없다

[시사] 김현태 기자 입력 2016/02/20 11:00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정동영 전 의원이 주장했습니다. 자기 노선은 외곬 진보가 아니라, 합리적 진보라고 했습니다. 자신과 국민의당 노선이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딱히 뭐라 할 수 없습니다. 말만 놓고 보면 틀렸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1월로 돌아가 보죠. 정동영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합리적 진보를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합리적 진보정당으로 진화시키려고 했지만 당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중도우경화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이게 탈당의 이유였고 진보정치를 표방했던 국민모임 합류의 명분이었습니다. 말만 놓고 보면 정동영 전 의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합리적 진보의 길을 자기 노선으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단지 말일 뿐이고, 정치적 수사일 뿐입니다.

평가 잣대를 다른 것으로 돌려보죠. 아주 단순한 잣대입니다. 1년 전의 새정치민주연합,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합리적 진보 노선이 구현될 수 없고, 국민의당에서는 구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정동영 전 의원의 근거입니다. 그게 뭘까요?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1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자신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구해 왔던 진보적 가치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이 점을 '중도우경화 환상' '새누리당 따라하기'의 증좌로 삼았습니다. 헌데 아무리 비교해 봐도 지금의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표방하는 노선과 가치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당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강령이나 정강정책의 글귀만 읽으면 그렇습니다.

텍스트의 영역이 아니라 컨텍스트의 영역으로 관찰 영역을 확장하고, 글귀가 아니라 행적을 우선시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비교 평가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판단근거가 아주 심각히 뒤틀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이 대선 실패 후 이른바 담대한 진보를 주장하면서 몇 년간 '낮은 곳'을 찾아다녔던 그 행적을 기준 삼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행적을 비교하면 둘의 노선은 달라도 상당히 다릅니다. 오히려 더민주가 가깝다고 보는 게 현실적일 겁니다.

자기가 박차고 나온 당에 되돌아가는 게 면구스럽지 않겠느냐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평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게 문제였다면 정동영 전 의원은 국민의당이 아니라 정의당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정의당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얘기입니다만).

정동영 전 의원이 지금의 더민주를 박차고 선택한 정치적 둥지는 국민모임이었고, 그 국민모임은 정의당과 합체해 진보의 길을 계속 걷고 있습니다. 이런 합체를 두고 합리적 진보의 강화가 아니라 외곬 진보의 심화라고 단정할 수 없는 한 정동영 전 의원은 차라리 정의당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게 그나마 최소한의 일관성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는 게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릅니다. 정치적 생존을 모색하고 정치적 실리를 따지는 사람에게 노선과 가치를 잣대로 들이대는 건 부적합한 일이니까요.

정동영 전 의원의 선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담대한 진보의 길에서 이탈해 안락한 정치적 고향의 품에 안긴 것입니다. 이것으로 정치적 구명 호스를 확보한 것이고, 국민의당 합류로 정치적 실리 확장의 기반을 확보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지난 몇 년간 주장해온 담대한 진보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표현을 순화시켜 그의 진보 노선이 퇴보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퇴보한 진보노선'은 형용모순입니다. 그냥 파탄이라고 표현하는 게 단순 명쾌합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금배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여느 정치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정치적 위치를 다르게 설정할 필요도, 그의 국민의당 합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익숙한 현상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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