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이민숙 기자]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스튜디오 반, 극단동양레파토리는 원로예술인재조명 사업의 일환으로, 극작가 노경식 50년 기념공연으로 창작극 ‘두영웅’(사명대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을 오는 2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된다.
영극 ‘두영웅’(연출 김성노)은 조선왕조의 사명당 유정 큰스님과 이웃나라 일본국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대장군을 그린 역사극으로, 유정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승병대장으로 큰 전과를 올렸다. 특히 가토 기요마사의 적진에 네 차례나 찾아가 세 번 회담하고, 왜군 침공의 부당성을 설파하고 무리한 요구를 물리친 공로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유정은 1604년 8월 대일강화사신의 사명을 띠고 도일해 8개월 간 그곳에 머물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설득해 수많은 포로 동포들과 함께 귀국했다.
이 작품의 무대는 일본을 중심으로, 1604년 8월 조선에서 탐적사로 파견된 유정이 활약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말 그대로 적진을 정탐하는 역할과 함께 두 차례의 왜란에 잡혀간 많은 동포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협상의 사명을 띤, 길고도 긴 여정이다. 이 작품에는 두 영웅시대의 한일관계가 그대로 나타나 있고, 또한 두 영웅의 기지와 익살에 넘치는 대사를 통해 지도자로서의 속내와 국가적인 입장을 넌지시 표현하고 있다. 표면적인 내용은 유정의 일본방문 및 협상기록이고, 이면적인 내용은 양국인들이 회상하는 과거사의 문제들로, 플래시백 장면들이 자주 삽입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표제가 암시하듯, 양국의 두 영웅을 대결시키는 것이 주제이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아니라 양국 7년 전쟁의 생생한 생활을 배경에 두고, 때로는 전쟁 당시를 재현하면서 전개된다.
먼저, 21세기 오늘날의 한일관계 위에서 시점이 출발한다. 한국 측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탄압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교과서 문제, 점령한 섬을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독도 문제, 조선인의 유골을 되돌려 주지 않는 야스쿠니신사 문제, 여성을 유린한 종군위안부 문제, 일본에서 노동한 임금을 제대로 되돌려주지 않는 조선인에 대한 급료체불 문제 등 여러 가지 식민지배의 ‘잔재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과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무엇으로 열어야 하고, 새로운 시대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가지고 보고 있는 이 극에서, 사명대사의 눈에 비친 일본인은 침략자가 아니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넘어선 공멸의 길이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대사의 가르침을 깊이 받아들인 히데타다는 제2대 쇼군이 된 이후 일본의 해외진출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속죄의 길을 걸었다.
이 공연을 통해 아베정권은 역사 속,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추구하고자했던 세계, 즉 문(文)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던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명대사 역에는 배우 오영수가, 이수광 역에는 남일우,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에는 이인철이,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엔 김종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