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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링에 오르는 올드보이들 "경륜" vs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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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링에 오르는 올드보이들 "경륜" vs "세대교체".. 귀환 논란

김현태 기자 입력 2018/08/09 20:26 수정 2018.08.10 20:12

[뉴스프리존= 김현태 기자] 최근 정치 기사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과거 정치권에서 소위 '한가닥'했던 인사들이 당권을 틀어쥐고 쥐락펴락하려 한다는 것이다.

2018년 8월 정계의 올드보이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14~16대 국회의원, 경기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고,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한 4선의 정동영 의원은 민주평화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손 전 대표의 나이가 72세, 정 대표의 나이가 66세다.

피로감을 있는 게 사실이다. '또 그 사람이야'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한낱 노욕' 정도로 치부하는 댓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수 언론도 이들이 '올드보이'라며 비판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나이와 경력보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콘텐츠'가 하나로 모아졌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를 두고 양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거대양당을 중심으로 한 영호남 지역주의와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한국 정치를 후퇴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치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지난 5일 정동영 대표의 민주평화당 당 대표 선출 직후 던진 화두는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의회를 만들고,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이끌어내겠다는 다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동영 대표의 선거제도 개혁 의지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제도 개혁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격려했다. 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를 바꾸는 것을 잔다르크의 심정으로 뚫어보고자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격돌했던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3인방의 정치 전면 재등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 5일 유성엽, 최경환 의원 등 타 후보를 제치고 일찌감치 당대표에 선출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해찬 전 총리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거기에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손 전 위원장이 무언가를 하려 할 때마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겨 뉴스에서 사라지는 이른바 ‘손학규 징크스’는 너무 유명해 더 이상 화젯거리도 아니다. 2006년, 경기도지사 퇴임 후 나섰던 100일 민심대장정 결과를 발표하는 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징크스가 생겨났다.

2년여 동안 칩거했던 전남 강진 만덕산의 토담집을 뒤로 하고 정계 복귀를 선언할 때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통에 그는 뉴스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국민의당 입당 발표 때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징크스는 ‘과학’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지난 8일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징크스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일까? 아니면 손 전 위원장의 정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일까?

확산하는 손학규 대세론, 일성은 당내 통합

바른미래당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현재까지 총 12명이다. 그중 하태경 의원이 부상하는 가운데, 사실상 ‘손학규 對 비 손학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유승민, 안철수, 두 명의 대주주가 사라진 마당에 안심(心)이 작동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추측도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손 전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국회 정론관에는 국민의당 출신 지역위원장이 30여 명이나 함께했다. 그만큼 강력한 차기 대표주자다.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정계 안팎에서도 손 전 위원장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나이로 보나 정치 경력으로 보나 올드보이 맞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개혁 의지입니다.”

그가 출마의 변으로 가장 먼저 밝힌 것은 당내 통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통합 후에도 사무처 직원을 따로 쓰는 등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크고 작은 내홍에 시달려왔다.

당내 통합에 관해, 손 전 위원장은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언급하면서 “당대표를 두 번(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하면서 야당 통합을 이뤄낸”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7공화국 정계개편 가능할까?

“7공화국 건설로 우리 정치의 새판짜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바른미래당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어 내겠습니다.”

손 전 위원장이 내세운 두 번째 출마의 변은 7공화국 정계개편이다. 7공화국 얘기는 2016년 정계복귀를 선언할 때 손 전 위원장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핵심은 다당제와 협치의 제도화 및 연립정부 구성이다.

다당제와 협치가 가능하려면 승자독식,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제왕적 대통령제와 같은 폐해의 산실인 현행 소선거구제를 득표수만큼 의석수를 얻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일식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제7공화국 정계개편의 골자다.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거듭나기

“민주당은 이념 지향적 낡은 진보이고, 자유한국당은 반공냉전이데올로기, 성장지상주의에 갇힌 낡은 보수입니다. 바른미래당은 미래형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손 전 위원장이 말한 중도개혁통합정당은 낡은 진보 대신 국민생활과 국가의 미래를 추구하는 실용적이고 미래적인 진보세력과 낡은 보수 대신 국민의 삶을 위해 진보적인 정책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혁적인 보수세력을 합친 정당이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가야 할 정치노선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제3의 길’과 함께 ‘시장주의’, ‘평화주의’, ‘민주주의’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손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장성민 전 의원은 손 전 위원장을 “6・13지방선거에서 참혹한 실패를 초래한 책임 당사자”로 지목하며 “(당대표 출마는) 국민들이 바라는 책임정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고 성토했다. 지난 6・13지선에서 바른미래당은 4,000명이 넘는 후보를 내고도 고작 26명 당선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 바 있다.

손 전 위원장의 출마 뉴스를 다룬 기사에는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댓글들이 수도 없이 달려 있다. 특히 “올드보이가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댓글들, “이제 그만 쉬라”는 댓글들이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손 전 위원장의 주장에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거라는 계획이 부족한 탓에 추상적이고 사변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대통합민주신당 3인방의 귀환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대세론이 쉽게 꺾일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후보,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후보가 ‘올드보이’라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대표에 이어 이해찬 후보가 이달 25일 개최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다면, 손학규 대세론은 한층 더 굳어질 전망이다. 귀환한 2명의 올드보이를 카운터파트로 상대할 만한 인물은 손학규뿐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확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드보이들의 귀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변화와 혁신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72세 정객의 세 번째 당대표 도전은 성공할까? 강력한 카운터파트인 정동영, 이해찬(당선 시)에 맞서 협치를 제도화해내고, 문재인 정부와 연립정부를 구성해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간 늘 외쳐왔던 ‘저녁이 있는 삶’에 우리 정치를 보다 가까이 위치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구호에 그치고 말까?

‘또 다른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따른 협치와 연정 등 합리적 정계개편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올드보이들의 한판 대회전이라는 면에서, 손학규 전 위원장이 나선 바른미래당의 9・2전당대회가 기다려진다.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보면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축사만 건넨 후 자리를 뜨기 십상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경청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에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토론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토론의 주제로 올리기도 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소수의 민심도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특성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영호남 지역주의를 허물어뜨리고, 정당의 정책경쟁을 유발하며, 다양한 원외정당의 의회 합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성이 보장되며 의회의 대표성이 강화돼, 대의민주주의의 기틀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의 장점을 알면서도 거대 정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해왔다. 자유한국당은 철저히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외면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삼았던 민주당은 정권교체 후 미온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드보이라 비난하는 손학규, 정동영 두 정치원로가 선거제도 개혁의 선두에 선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두 분이 선거제도 개혁을 전면에 내건 것은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이런 식의 선거제도로는 정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하단 것을 느낀 결과라고 본다"며 "두 분이 나서주면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탄력을 받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손학규, 정동영 두 정치인이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할 대상은 언론이 아니라 국민이다. 이제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국민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의 진정성을 어떻게 인정받을 것이냐이다. 두 정치원로의 발언에 답이 있다. 잔다르크의 심정으로 마지막 소명을 향해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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