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病 고독 (詩 김석태)
귀뚜리 처량히 우는 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맘에 새겨진
이름 석 자 부르는 일
입 벌려 소리 없이
또렷이 부르고 나면
눈가엔 눈물 맺히고
恨된 그리움 사라져요
문신처럼 새겨진 이름들
밤하늘 떠돌다 지치면
다시금 주워 담아
하늘 꼭대기 걸어둬요
만수위 호수 같은 밤
걸어둔 이름들 빛나면
저미는 그리움, 그리움
가슴 차오르는 고독이여.
가을 사색 (詩 김석태)
쪽빛 하늘이 누런 누리를 보며
“썩는 냄새는 나게 하지 말라”
고 하자, 땅은 하늘을 올려보며
“흐린 구름은 끼게 하지 말라”
고 선문답하듯 얘기를 나눈다
돈이 끓는 곳 부패하기 쉬우며
청렴하면 흐린 물감 들기 쉽고
끝없는 욕망, 멸망의 길로 간다
욕망과 불신, 팽배한 이 세상
정의는 모두 하나님께 맡기고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 겸허히 고개 숙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