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식처럼 손자를 길렀다면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 즉 만날 수 있는 권리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연합통신넷=심종완 기자]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제갈 창 판사는 23일 딸이 숨진 뒤 3년 가까이 외손자를 키운 신 모(60) 씨가 사위를 상대로 손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낸 면접교섭권 허가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한 쪽과 자녀가 서로 면접교섭을 할 수 있다'며 부모와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권만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출산 직후 딸이 숨지자 대신 손자를 맡아 키우게 된 외할머니는 사위와 함께 살며 3년 가까이 지극정성으로 손자를 키웠지만 사위가 재혼을 결심하면서 분가를 해 지난해 1월부터 손자를 만날 수 없게 됐다. 이에 속앓이를 하던 신 씨는 손자를 볼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 사위는 새 가정을 꾸리려고 만나는 여성을 아이가 어머니로 알고 있는 만큼 외할머니와 만나게 되면 친엄마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손자를 정성껏 키워온 신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 씨와 손자 사이에 깊은 애착 관계가 만들어진 만큼 사위의 일방적인 뜻에 따라 관계를 끊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친족의 면접교섭권을 무제한 인정할 수는 없지만, 예외적으로 어머니가 숨진 상황이라면 아이를 키워온 신 씨에게 면접교섭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처음으로 조부모에게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면서 외할머니 신 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손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