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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진짜와 가짜..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진짜와 가짜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8/27 08:05 수정 2018.08.28 09:33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진짜와 가짜
요즘은 짝퉁이 판을 치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진짜 인간과 짝퉁인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명품 가방과 신발은 물론, 위조지폐, 조화 같은 것들은 모두 진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짜들이 얼마나 진짜와 비슷한지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든 분야에 가짜가 있지만 중요한 것일수록 가짜가 많고 더 진짜처럼 행세합니다.

한 여성이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았습니다. 딸이 성년이 되어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그녀 자신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은 소유한 물건들을 하나씩 팔아 생계를 이어 갔습니다. 마침내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져 온 사파이어 보석이 박힌 금목걸이마저 팔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에게 이 소중한 목걸이를 주며 보석상에게 가서 팔아 오라고 일렀습니다. 딸이 목걸이를 가져가 보석상에게 보여 주자 보석상은 세밀히 감정한 후, 그것을 팔려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처녀가 어려운 가정 사정을 이야기하자 이런 대답을 해 줬습니다.

“지금은 금값이 많이 내려갔으니 팔지 않는 것이 좋다. 나중에 팔면 더 이익이다.” 보석상은 처녀에게 얼마간의 돈을 빌려주며 당분간 그 돈으로 생활하라고 일렀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보석 가게에 출근해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처녀는 날마다 보석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지요. 그녀에게 맡겨진 임무는 보석 감정을 보조하는 일이었습니다. 처녀는 뜻밖에도 그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빠른 속도로 일을 배워 얼마 안 가 훌륭한 보석 감정가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실력과 정직성이 소문나 사람들은 금이나 보석 감정이 필요할 때마다 그녀를 찾았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보석상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보석상이 처녀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알다시피 지금 금값이 많이 올랐으니 어머니에게 말해 그 금목걸이를 가져오라. 지금이 그것을 팔 적기이다.” 그녀는 집으로 가 어머니에게 목걸이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보석상에게 가져가기 전에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그것을 감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금목걸이는 금이 아니라 도금한 것에 불과한 가짜였습니다. 가운데에 박힌 사파이어 보석도 미세하게 균열이 간 저급한 것이었지요. 이튿날 보석상이 왜 목걸이를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처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져올 필요가 없었어요. 배운 대로 감정해 보니 전혀 값어치 없는 목걸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어요.”

그녀는 보석상에게 그 목걸이의 품질을 처음부터 알았을 것이 분명한데 왜 진작 말해 주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보석상이 미소 지으며 말했지요. “만약 내가 그때 말해 줬다면 내 말을 믿었겠느냐? 아마도 너와 네 어머니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내가 값을 덜 쳐주려 한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아니면 넌 절망해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 것이다. 내가 그때 진실을 말해 준다고 해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겠는가? 아마도 네가 보석 감정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너는 보석에 대한 지식을 얻었고, 나는 너의 신뢰를 얻었다.”

이 이야기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짜와 진짜를 감별하는 눈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갈 뿐이지요.

이 세상은 정글과 같은 경쟁사회지만 일단 인간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교육할 때 ‘세상에 나쁜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네가 나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나쁜 사람을 알아보는 법을 배워서 피하면 된다.’고 가르치면 됩니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사람에게 잘 넘어가기 마련이지요.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짜 웃음에 잘 넘어가기가 십상입니다. 인간관계의 경우 정이 많아서 자신은 마음을 다 줍니다. 특히 착한 심성을 가져서 남을 잘 믿는 사람들은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이때 사람을 잘 알아볼 줄 안다면 훨씬 수월하게 대인관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살펴보면 가짜인생은 내면에 열등감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이 더 진짜처럼 보이도록 애를 씁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해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불원천리《덕산재(德山齋)》까지 찾아 오십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가짜인 사람은 더 진짜처럼 꾸밀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원체 사람을 잘 믿고 좋아하기 때문에 가슴이 짠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터득한 방법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남에게 존대받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하는 짓을 보면 홀대 받는 일을 더 많이 하니 어찌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언제나 만나는 사람마다 제가 먼저 그 사람을 믿어 줍니다. 왜냐하면 대하는 그 사람이 바로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제게 죄도 주고 복도 주는 권능(權能)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불공(佛供)드리는 심정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지요.

내 마음이 맑고 밝고 훈훈하면 언제나 대하는 사람마다 그분의 심성(心性)이 제 마음에 투영(投影) 됩니다. 그래도 저는 조금은 바보 같이 살아갑니다. 얼마만큼 손해를 봐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섭섭한 꼴이 보이더라도 혹 그 사람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곳에서라도 미워하거나 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천지의 기운이 서로 통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운이 먼저 통해 상극(相剋)의 씨가 묻히고, 그 사람 모르게 좋게 여기고 칭찬 한 번 한 일이라도 기운이 먼저 통하여 상생의 씨가 묻혀 있다가 결국 그 연(緣)을 만나면 상생의 씨는 좋은 과(果)를 맺고, 상극의 씨는 나쁜 과를 매게 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내 마음을 먼저 맑게 하고, 밝게하며, 화(和)하게 하는 것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8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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