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단편소설 〖독도 아리랑〗7회
“그런디. 언젠가 손녀가 할아버지 독도 땅이 정말 우리 땅 맞아요? 하고 묻더라 고. 아 그래서,“아, 우리 땅이 맞다 ”고 했더니 어째서 우리 땅이냐고 또 묻더 군. 사실 나도 어떻게 해서 독도가 우리 땅인가를 잘 모르거든. 그냥 독도가 우 리 땅이라고 떠들어댔싸니까 그렇게 여기고 있고 우리 땅이기를 바라고만 있는 정도지. 역사적으로 그 내용은 나도 까막눈이네”
곁의 풀빵을 맛있게 먹던 노인이 거들었다.
“거 일본 놈들 이번 지진 일어난 것 천벌을 받은 거야. 그 놈들이 우리나라에 들 어와서 얼마나 죄 없는 사람들을 많이 죽였소. 아, 끔찍해! 삼일운동 때 사람 들에게 총을 겨누고 피투성이가 되던 그 때 그 광경!……”
“피를 흘렸으니 피의 값을 받는 것이라고!”
“아, 그러니 참회할 생각은 고사하고 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도 왜곡하 고 있다는데 일본 돕기 성금은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어!”
“옆집에 불나면 함께 불 꺼 주는 인정이지. 도와주는 나라에게 그런 억지 쓰면 되남?”
“지진이 자꾸 일어나니까 독도가 더욱 탐나기 시작한 것이겠지”
이 때 한쪽에서 비웃는 듯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풀빵만 먹던 노인이 끼어들었다.
“아, 고만들 혀. 독도가 우리 땅이면 어떻고 일본 땅이면 어때? 우리들 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어. 나라가 잘 살아도 이 팔자 이 모양이고 나라가 못살아도 이 팔자 이 인생이지.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내 호주머니 사정이 불어나는 것도 아 녀!”
“참, 이 사람아, 자네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감?”
“아무튼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는 얘기야. 밥이 생기나 국이 생기나”
“자네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친일하여 나라를 팔아먹는 놈이 있는 겨”
“뭐여? 이 사람이!”
두 노인네는 드디어 말다툼까지 하기 시작한다.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다>가 그냥 하는 말은 아니리라. 경제가 좋아지니 어쩌니 하여도 개인 당사자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런 문제들과 관련이 되어 질 것이다.
“자네가 박원순을 시장으로 뽑은 장본인이여. 그래 시장한테 훈장 좀 받아야 하지 않나?
“아니, 이 양반이 정말 그러기여!”
“박원순은 김정일보다 못한 놈이여. 국가관이 없는 놈을 시장으로 뽑아놨으니 나 라 앞날이 걱정이구나!”
“친일파보다 더 독한 놈들이 나라의 절반이 되어 있어. 노무현 따르는 놈하고 그 안철수인가 하는 놈들이, 거기다가 민주당과 범 야당까지 합세하는 마당에 나라 가 어떻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나?”
“한나라당이 나라를 위해서 뭘 한겨? 부자들을 위한 정치지. 우리 서민을 위해서 한 게 뭐가 있어?”
“명박이가 대통령이니까 이 정도라도 나라가 돌아가고 있는 겨. 청계천 공원조성 할 때도 그 일대 상인들에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힘껏 배려해 준 것 자네 알기나 아나?
“흥, 애국자 나섰구먼. 명박이 실체를 모르면서.... 탐욕이 얼마나 많은 줄 모르면서..... ”
“민주당 그놈들 도대체 하나에서 열까지 반대만 일삼으니 나라 일이 제대로 되겄 남?
“야당이 괜히 있남? 잘못하면 반대도 하고 적당하게 견제를 해야지”
“자, 그럼 어르신네들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는 공손히 인사하고 서서히 종묘 길로 향하였다. 마음이 착잡하고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덧 긴 낮은 석양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는 종묘의 안 쪽으로 걸어가며 늘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그 곳 정자에 이르렀다. 조금만 저 안쪽으로 걸어가면 명성황후가 시해된 장소가 보인다.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한국의 자존심을 깨뜨리는 굴욕적인 심정과 안타까운 역사 때문이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알력! 총명한 명성왕후가 있기 때문에 조선을 지배하는데 30년이 걸려야 할 판이라고 하였던 일본 정부! 그 보배로운 명성왕후가 힘없이 왜놈의 칼에 쓰러져 죽은 사건! 모두 수치스럽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
왜 우리는 비운의 역사만이 점철되어 있단 말인가! 역사는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