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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8/28 09:29 수정 2018.08.30 11:46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나이 80에 ‘80견(肩)’이 왔는지 요즘 왼쪽 어깨와 팔이 너무 아파 잠을 설칩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 말 못할 통증을 호소하며 ‘엉엉’ 앓는 소리를 하였더니 아내가 놀립니다. “부처님도 아프면 앓는 소리를 하나요?” 그럼 부처님은 어떻게 열반상(涅槃相)을 나토셨을까요?

석가모니는 80세의 노령에 이를 때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45년 동안의 교화(敎化)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노령(老齡)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안 석가모니는 생애의 종말이 다가옴을 느끼고서 수도 라자그리하를 떠나 자신이 태어난 고향 쪽을 향해 최후의 여행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단의 질서에 관한 지침을 남겨주기를 바라는 아난에게 석존은 이제까지 남김없이 법을 설해 왔으며 ‘스승의 꽉 쥔 주먹’처럼 감추어둔 진리는 없음을 밝히고, 유명한 ‘자등 명(自燈明) 법등 명(法燈明)’의 유훈을 설하십니다.

“아난아, 너 스스로를 너의 등으로 삼고, 또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너의 의지 처로 삼아 살아라. 그 밖의 어느 것도 너의 의지처가 아니다.” 서가모니는 도중에 대장장이 춘다(Cunda)가 공양한 돼지고기 음식을 드셨는데 이것이 쇠약해 있는 석가모니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쿠시나가라에 도착한 석가모니는 “나를 위해 두 그루의 사라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으로 향하게 누울 자리를 깔아 달라. 아난아, 나는 피곤하다. 옆으로 눕고 싶다”고 말하고, 옆으로 누워 있으면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을 설하셨습니다. 특히 슬픔에 싸여 울고 있는 아난을 불러 이렇게 말했지요.

“아난아, 울지 마라. 이별이란 우리에게 가깝고 소중한 모든 것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내가 이미 네게 말하지 않았더냐. 태어나고, 생겨나고, 조건 지워진 것은 무엇이나 그 자체 안에 사멸(死滅)할 성질을 포함하고 있다.” 임종(臨終)이 다가오자 석가모니는 비구(比丘)들에게 어떠한 의심이나 질문이 있다면 물으라고 세 번이나 말하시며 편안하게 숨을 거두셨습니다. 이렇게 석가모니의 임종은 아름다웠습니다.

또 한 분의 부처님이신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의 열반상은 과연 어땠을까요? 구타원(九陀圓)이공주(李共珠) 제자가 남긴 <메모>에 근거한 전문의의 소견에 의한다면 소태산 부처님의 열반의 주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 합니다. 원불교를 창교(創敎)하신 소태산 부처님은 세수(歲壽) 53세요 가르침을 편지 28년이 되는 1943년 6월 1일에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至極)하면 유와 무가 구공(俱空)이나 구공역시 구족(具足)이라.>는 게송(偈頌)을 남기시고 거연히 열반상을 나투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역시 부처님의 열반상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로는 부처님도 아프시면 고통을 호소하십니다. 다만 마지막을 차질 없이 처리하고 의연히 가시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더불어 부처다운 의연한 모습을 남기고 삶을 마무리할 실력을 갖추어야 최후가 아름답고 장엄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끝까지 존엄(尊嚴)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요? 몇 년 전 폐가 굳어지는 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도반(道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습니다. 혼자 살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정리해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8천만 원만 들이면 폐를 바꿔 달 수 있다고 해요. 그러나 저는 하지 않으렵니다. 그냥 마지막까지 잘 아프다가 잘 죽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분은 스스로 의사에게 심정지가 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고 운명을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아파야 하는지, 죽는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정말 ‘잘 죽는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나 세인들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어디 보통 실력인가요? 나이가 들수록 부지런히 수행을 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자등 명 법등 명’ 스스로 공부하고 깨달아 삼대력의 위대한 힘을 기르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공부가 바로 <정신수양(精神修養) 사리연구(事理硏究) 작업취사(作業取捨)> 의 삼학공부입니다.

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일 것입니다. 생사거래(生死去來)에 세 가지 근기(根機)가 있습니다.

첫째, 애착 탐착 끌려서 거래하는 근기입니다.

가고 오는 길에 정견(正見)을 하지 못하고 항상 전도(顚倒)가 되어 닥치는 대로 몸을 받아 취생몽사(醉生夢死)하며 또는 원한이나 증오에 끌려서 악도(惡道)에 타락하는 근기입니다.

둘째, 굳은 원력(願力)을 세우고 거래하는 근기입니다.

정법회상(正法會上)에 철저한 신념과 발원(發願)을 가지고 평소에 수행을 하며, 최후의 일념을 청정(淸淨)히 하면 오나가나 부처님 회상에 찾아드는 것이 마치 자석에 쇠가 따르는 것 같이 되는 근기입니다.

셋째, 마음의 능력으로 생사를 자유로 하는 근기입니다.

이는 철저한 수행의 결과 삼대력을 원만히 얻은 불보살 성현들이 육도(六道 : 天道 ⦁人道⦁修羅 · 畜生 · 餓鬼 · 地獄) 거래를 임의로 하는 근기입니다.

무상(無常)이 신속합니다. 잘 죽는 것도 실력입니다. 열반을 앞두고 갖추어야 할 보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덕(功德)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善緣)이며, 셋은 청정일념입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원리를 철저히 깨달아 최후일념을 청정히 하는 것이 제일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리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8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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