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7일) 오후 국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정청래의원은 새벽 4시 41분부터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연설을 시작한 뒤 11시간 49분 뒤인 오후 4시 20분에 마쳤다.
지금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지난 24일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이 세운 10시간18분이었습니다.
당시 은 의원은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한 10시간 15분을 갈아치웠다.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1시간 39분간 토론을 벌여 같은당 은수미 의원의 10시간 18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국회 최장의 연설 기록이다.
더민주 추미애 의원에 이어 27일 새벽 4시 41분, 17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오직 국정원을 위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국민들이 나서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 17조와 18조를 설명한 뒤 "이 헌법 17조, 18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키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이라며 위헌성을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이긴다, 국민을 이기려는 정권만큼 바보스런 정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때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어찌 국민항복시대를 만들려 하고 있느냐, 국정원을 강화해서 비밀정보권력을 키워서 또 다시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이냐, 퇴임 후에 안전할 것 같으냐, 행복할 것 같으냐"며 "박 대통령은 유신본능을 이제 이자리에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원은 필리버스터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를 우려한 듯 "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일이기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막아햐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유신질주본능을, 유신의 추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로 장시간의 연설을 마쳤다.
토론중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정 의원은 재치있는 발언으로 받아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필리버스터가 장기화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단을 대신해 의장석에 앉아 사회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5분쯤 사회를 보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체력적 한계로 부득이 잠시 본회의 의사진행을 부탁한다"며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정 의장은 정 의원에게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고 의장석을 떠나게 돼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본회의는 국회의장과 2명의 부의장 등 의장단이 사회를 맡도록 돼 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정 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이 24시간 3교대로 사회를 보면서 의장단의 체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지난 23일 저녁 7시 5분 시작된 필리버스터에는 지금까지 모두 17명의 의원이 참가해 토론을 마쳤고 현재는 더민주 진선미 의원이 18번째 주자로 바통을 넘겨받아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이 연설을 마칠 당시 사회를 보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늘 12시간 가까운 정 의원의 토론을 들으면서 정말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신뢰를 쌓아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구나 생각하고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단을 대신해 사회를 보던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오후 3시 정 의원의 발언을 잠시 중단시키고서 "지금 정청래 의원이 금일 4시 41분부터 무제한 토론을 시작해 현재까지 약 10시간 19분을 넘기며 발언하고 있다. 이는 지난 24일 은수미 의원이 기록한 10시간 18분의 최장발언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정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의당을 겨냥한듯 "새정치를 주장하는 분들 87년 6월 항쟁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운동권을 비판하는 분들 5·18 광주항쟁 때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정청래 의원의 다음 주자로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