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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위로의 말 한마디..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위로의 말 한마디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9/06 07:41 수정 2018.09.07 06:04
▲ 김덕권 칼럼니스트

말 한마디에도 죄와 복이 왕래합니다. 그런데 어찌 말을 가려서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그래도 사라진 한 정치인의 막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 행복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얼마 전 열반(涅槃)으 드신 고 노회찬 의원의 ‘촌철활인(寸鐵活人)’의 말 한마디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여간 마음이 허전한 것이 아닙니다.

이해인 수녀(修女)의 시 <꽃이 향기로 말하듯>에서 저는 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꽃이 향기로 말하듯> -이해인-

「꽃이 향기로 말하듯/ 우리도 향기로 말할 수 있었으면/ 향긋한 마음의 꽃잎으로/ 서로를 포근히 감싸 줄 수 있었으면/ 한마디의 칭찬이/ 하루의 기쁨을 줄 수 있고/ 한마디의 위로가/ 한 가슴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작은 위로에서 기쁨을 얻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듯/ 초록의 한마디가 사랑의 싹을 틔울 때/ 그 하루의 삶도 꽃처럼 향기로울 것입니다.

실수 했을 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실망 했을 땐 힘 내 다음엔 잘 할거야/ 만났을 땐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헤어질 땐 건강해라 행복해라/ 이런 말에 화낼 사람은 없겠지요./ 잘 했다는 칭찬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고/ 괜찮다는 위로에서/ 또 다른 희망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운가요.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그 말씨에도 향기가 납니다./ 마음 씀씀이가 예쁜 사람은/ 표정도 밝고 고와서/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울 테니까요.」

“잘 지냈는가?” 이렇게 물어오는 동지의 안부전화는 하루 종일 분주했던 우리 마음에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는 말입니다. “고맙소!” 가만히 어깨 감싸며 던진 말 한마디는 가슴 저 깊이 가라앉는 설움까지도 말끔히 씻어줍니다. 또 “수고했어!” 어깨 툭툭 치며 격려해주는 위로의 한마디는 우리의 삶에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는 용기의 말입니다.

“넌 최고야!” ‘엄지 척!’ 하고 들려주는 그 말 한 마디는 우리에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가슴 뿌듯한 말입니다. “사랑해!” 귓가에 속삭여주는 달콤한 사랑의 말 한마디는 우리의 눈물샘에서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게 합니다.

위로의 말 한마디에 관한 실화 한토막입니다.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크게 발생했었습니다. 두 열차가 서로 충돌,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손실이 있었지요. 대형교통사고는 늘 끔찍합니다. 한 열차의 기관사는 사고 현장에서 숨지고 말았고, 다른 열차의 기관사는 목숨을 건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사고원인 조사를 철저히 한 결과 살아남은 기관사의 과실이었습니다. 살아남은 기관사는 양심의 가책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회사와 경찰에서 수차례 엄격한 조사를 받는 동안 기관사는 정신이 이상한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선 말에 조리가 없고, 횡설수설, 엉뚱한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는 때도 있었습니다.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난 것이지요.

철도회사 사장이 직접 이 기관사를 만나 보려 그를 찾았습니다. 그는 극도의 두려움이 가득 차서 입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철도회사의 사장은 안절부절 못하며 서있는 기관사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관사의 어깨 위에 사장이 팔을 올려놓았습니다.

“이번에 우린 운이 아주 나빴어요. 나는 당신이 이 한 가지를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우리 회사서 일하는 사람이 당하는 어려움이나 슬픔은 곧 나의 어려움이나 슬픔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요.” 사장의 따뜻한 위로의 말에 기관사는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윽고 사장과 기관사 두 사람은 어깨를 함께 한 채 흐느껴 울었습니다.

진심어린 위로의 말 한마디! 그 한 마디가 평생 잊지 못할 악몽에서 사로잡힐 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주지 않았을까요?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사장은 해내고 말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위로나 격려의 말 안에도 얼마든지 따끔한 질책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로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대학(大學)》에 ‘일언분사 일인정국(一言僨事 一人定國)’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도자의 한 마디 말이 정국을 뒤엎을 수 있고,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나라를 안정시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정태옥 의원이란 사람이 ‘이부망천(離富亡川)’이란 해괴한 말을 하고 부천과 인천 사람들에게 고소를 당했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으로 내려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그의 한 마디 말로 인천과 부천에 사는 사람은 물론 듣는 이들의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반면 말 한 마디에 나라에 평안을 주고, 약자에게 위로를 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작고한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사상초유의 무더위에 시원한 새벽바람이었고, 엄동설한에는 뜨거운 난로처럼 따스했습니다.

우리도 이왕 하는 말, 복도 짓고 남도 살리는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이란 그저 기술로 나오지 않습니다. 품성(品性)이 말을 만들지요. 건강한 품성이 바른 말, 따뜻한 말을 만듭니다. 반대로 악한 품성은 명령과 갑 질의 말을 만들지요.

그리고 웃는 얼굴로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말 한 마디에 일을 그르치고, 말 한마디에 나라를 안정시킨다.’고 했습니다. 지도자의 한 마디 말뿐 아니라, 집안의 가장이나 우리 [덕화만발]카페에서도 위로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조심하고 조심할 바입니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 아닐까요? 잘못 쓰면 입이 화문이지마는 잘 쓰면 얼마나 큰 복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왕이면 위로의 말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영생의 복문을 활짝
 열어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9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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