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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남북 '개성'에서 다시 만나야..

[세상읽기] 남북 '개성'에서 다시 만나야

송기호 | 변호사 기자 입력 2016/02/29 21:07

개성공단의 문을 닫은 지 보름이 지났다. 결과는 무엇인가? ‘끝장 제재’를 이끌었는가? 미국의 북한제재법과 유엔의 대북제재안을 보자. 핵심 내용은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성이 있는 거래 금지이다. 주민의 경제생활 거래까지 제한하지 않는다. 이것은 유엔법의 기본적 원칙이다. 모든 국제 제재에 대해 적용하는 유엔의 원칙은 “특정 국가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국제 평화 규범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기본권을 박탈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1997년에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가 결정한 원칙이다.


끝장 제재는 성립할 수 없는 허구적인 개념이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길이는 870마일, 140만㎞이다. 휴전선 길이의 다섯 배가 넘는다. 물리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 석유 공급 중단? 북한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석유 공급 중단을 중국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국제인권법 위반이다. 중국 외교부의 왕이 부장이 적절하게 미국 케리 국무장관에게 발언했듯이 “북한의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석유 공급 중단은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를 가져온다”. 대규모 동사라는 참사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미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미국의 북한제재법도 석유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인도주의’ 예외를 두었다. 북한제재법이 미국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때는 차례대로 올 1월12일과 2월10일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전이다. 한국이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어 미국의 강력한 북한제재법을 이끈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의 해외 취업도 마찬가지다. 북한 사람이 중국과 러시아에 취업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은 근로의 권리를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위반이다. 그래서 유엔 결의에 담을 수 없다.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 문제가 심각할수록 그 해결 방법과 과정은 인권적이고 문명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준 남북협력 사업승인은 아직 살아 있다. 유효하다. 정부는 사업승인을 취소하지도, 정지하지도 않았다. 기업의 개성공단 방문은 금지한 상태이다. 아무리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더라도,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해야 한다. 토지 이용권, 공장 건물, 기계, 원료, 재고품 등 막대한 국민의 재산이 개성에 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남과 북은 우선은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 관리 문제를 위해서라도 만나야 한다. 북한이 동결한 재산의 정확한 현황을 함께 파악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채무가 얼마인지 정산해야 한다.

이 접촉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인 근로자 임금 지급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로동규정’도 “기업은 로동 보수를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제32조). 북한법대로 북한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주어 핵무기 개발 자금 전용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임금 지급용 북한 화폐를 한국 기업이 조달하도록 남과 북이 통화 교환 협정을 맺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은 북한 돈으로 북측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고, 북한은 한국 돈을 한국 제품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 속에서도 가능한 협력 사업의 대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
송기호 | 변호사  |

개성공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도 한계의 모습을 드러냈다. ‘끝장 제재’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개성공단에 있는 재산은 한국민의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산 관리를 위한 남북 접촉에 나서야 한다. 북한도 일방적 재산 동결이라는 불법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북한 근로자의 임금 채권 정산을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의 재산 가치가 얼마인지 남과 북이 같이 확인해야 할 것 아닌가? 개성에서 남과 북은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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