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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존경받는 어른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9/12 08:04 수정 2018.09.13 08:41
어른이 되려면 몇 가지 수칙,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것

존경받는 어른
백발이 성성하다고 해서 다 존경받는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는 일 없이 그저 세월 가는 대로 나이만 먹었다면 그는 어른이 아니라 어리석은 늙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저도 나이 80에 이제는 어른 축에 끼인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요즘 더는 추하지 않게, 젊은이들에게 ‘꼰대’ 소리를 듣지 않고 인생을 마감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저의 행동거지를 돌아보곤 합니다. 어느 노인 친목회의 모임에서 ‘노(怒) ⦁ 책(責) ⦁ 우(愚)’ 세 가지 행동강령을 모든 회원이 실천을 다짐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怒)’는 화낸다고 달라지지 않으니 화내지 말고, ‘책(責)’은 꾸짖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니 책망하지 말 것이며, ‘우(愚)’는 무엇이나 잘하는 사람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잘하지 못해도 무시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제의 청춘이 오늘의 백발노인으로 변해가면서 자기 성찰을 통해 배려하고 격려하는 생활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나이 들어 철이 난다는 것은 인생규범에 모순되고 그릇된 행동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죽하면 ‘노 ⦁ 책⦁ 우’란 행동강령을 만들어 실천하자고 다짐했을까요? 늙을수록 유행에 뒤떨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옷을 입으시는 분, 비싼 구두, 비싼 넥타이, 비싼 보석, 비싼 옷, 비싼 차를 갖고, 쓰고, 먹어야 늙은이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면서 그렇게 사시는 분, 또 그렇게 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새 젊은 놈들은’ 하면서 욕설을 뱉으시는 노인, ‘옛날에 우리 자랄 때는’ 하면서 어렵게 살던 일들을 줄줄이 나열하는 사람. ‘내가 옛날에 무엇을 했던 사람인 줄 아느냐’고 하면서 목에 힘을 주시는 인간, 몸에 좋고 특히 정력에 좋다면 가리는 것 없이 아무거나 찾아 잡수시는 꼰대, 등등, 이러한 노인을 보면 마음이 처량하고 슬프지 않은가요?

저는 이미 양복을 입어 본적이 오랩니다. 이제는 사시사철 검은 바지에 하얀 저고리, 조금 추울 때는 곤 색 조끼를 바쳐 입고, 하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이 고작입니다. 고급 옷을 안 입어도 당당합니다. 무슨 옷이든지 깨끗이 차려 입으면 됩니다. 그리고 누구를 막론하고 예의바른 행동만 하면 그 사람이 어른입니다.

늙은이로서 젊은이를 질책하면 안 됩니다. 부모로서 자식을 걱정하고 격려하는 부모가 되면 됩니다. 넉넉하고 윤택하지 않아도 삶이 그윽하고 만족스러워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입어도, 어디에 살아도 즐겁게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고마워하며 살 수 있는 노인, 언제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면서 자신의 주변을 흐트러지지 않게 정리하시는 어른, 이런 노인이 진짜 존경받는 노인이 아닐까요?

이렇게 존경받는 어른이 되려면 몇 가지 수칙(守則)이 있습니다.

첫째, 불평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 마음에 안 든다고 내뱉는 불평은 아랫사람에게 ‘선물’이 아닌 ‘배설물’일 뿐입니다. 그저 감사하는 것입니다. 칭찬과 격려의 말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잘났어도 못난 척하는 것입니다.

고집스럽고 깐깐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관대함과 겸손함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따뜻이 대합니다. 잘나면 얼마나 잘 났겠습니까? 겸양 이상의 미덕은 없습니다.

셋째,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넓고 인재는 넘쳐납니다. 나 보다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알아도 모른 척 하고 젊은이들의 말을 경청(傾聽)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얻는 것이 많이 있게 되는 것이지요.

넷째, 있어도 없는 척 하는 것입니다.

그냥 궁한 모습만 보이지 않으면 됩니다. 이 나이에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세상이 넓은 만큼 부자도 많습니다.

다섯째, 젊은 세대의 사조(思潮)를 비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 사조를 솔직히 인정할 수 있을 때 그들과의 소통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 고집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노인이 고집을 세워 자신의 논리로만 일관한다면 젊은이들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고집은 한낱 우둔한 늙은이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일곱째, 상대방을 존중하며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나이든 것은 자랑이 아닙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고, 지혜로움으로 무장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이 일곱 가지 수칙만 잘 지켜도 우리는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고 여생을 잘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가 마음껏 도전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의 의무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어른이 있다면 그는 ‘사람을 많이 사랑한 사람’일 것입니다.

인생은 80부터라는 말이 생겨난 지도 오래입니다. 우리가 몇 살이 되었던 인생은 이제 부터가 시작입니다. 진한 인생의 참 맛을 알고 자신의 노후를 멋지게 만들려면 자신의 철학으로 철저히 단련하고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접받는 늙은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존경받는 어른’이 될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의 의지로 탄생되는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이만 먹고 백발만 난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남을 잘 용납하고 덕을 입히는 것이 어른입니다. 남을 용납하고 덕을 입히는 사람은 연령이 적어도 어른이요, 남의 용납만 받고 덕을 입기만 하는 사람은 언제나 미성년자입니다. 남의 용납을 받기 보다는 남을 위하고 덕을 베푸는 존경받는 어른이 되면 우리의 노후가 좀 더 풍성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9월 1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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