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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배려의 향기..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배려의 향기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9/28 09:13 수정 2018.10.01 08:15
배려에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배려의 향기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배려(配慮)의 향기가 으뜸일 것 같습니다. 배려란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 주는 것이 배려이지요. 또한 인간성에 포함되는 덕목으로 상대방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거나 실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함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족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실례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할 바입니다. 배려라는 행동을 위해선 상대방의 아픔에 민감하게 공감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많은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듯 관계를 맺는 현대 사회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일의 효용성에도 큰 영향을 발휘하는데, 토론 중에 이것이 부족하면 건전한 의견 교환에서 벗어나 무례한 언행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싸움으로 악화되기 쉽습니다. 자신의 언행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잘 생각하지 못해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결과만 내놓기 쉬운 것이지요.

그 배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전합니다.

어느 길모퉁이에 과일 행상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손을 다쳐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 사람이 하는 행상입니다. 먹고살 일이 막막하였기에 리어카 과일행상이라도 해보겠다고 시작했지만 괜히 부끄럽고 불편하며 손님과 제대로 흥정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이 다가와 “이 사과 얼마에요?”하고 묻었습니다. “예. 천원에 두 개입니다.” 그랬더니 삼천 원을 먼저 내고 사과를 고르는데, 글쎄 작고 상처가 난 사과만 여섯 개를 골라서 사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온 그 손님이 또 흠이 있는 사과만 골라서 사가지고 가니까, 모르는 척 돈은 받았지만 께름칙한 생각이 들며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그 손님이 세 번째로 사과를 사러 왔던 날에 행상이 먼저 말했습니다. “손님, 이왕이면 좋은 걸로 좀 골라가세요.” 그랬더니 그 손님은 그저 웃는 얼굴로 여전히 작고시든 못생긴 사과만 골라 담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야 성한 사과 하나라도 더 파시지요. 저도 어렵게 사는데 댁도 더 어려워 보여요. 힘 내세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리어카 장사는 숨을 쉴 수가 없게 되면서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의 향기인가요?

배려의 향기를 내는 다섯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첫째, 배려에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힘을 보태주어서 큰 도움이 됐더라도, 그 사람이 냉랭한 태도로 나를 깔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건 배려가 아닙니다. 배려를 받았다기보다는 자신이 일을 잘 못해서 민폐를 끼치는 바람에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상대방이 내 행동을 배려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거기에 ‘따뜻함’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말로 하는 소통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배려와 관련된 고민을 살펴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대방에게 건네는 말이 배려의 질을 결정한다고 믿는 듯합니다. 또한 대화를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배려의 질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마음가짐, 그리고 그 마음이 담긴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까지 포함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셋째,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이 흐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침묵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침묵도 시간을 공유하는 한 형태이기 때문에 결코 문제될 게 없습니다. 내가 먼저 괜찮다고 생각하며 침묵을 즐기면 상대방도 마음을 놓기 마련입니다. 조용히 함께 있기만 해도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넷째, 때로는 거절도 좋은 배려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무조건 승낙해야만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물론 여유가 있을 때는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여건상 도와주기 힘들 때나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는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없을 때는 거절하는 것도 유대를 중시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지나친 배려도 소극적인 배려도 좋지 않습니다.

지나친 배려란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는 배려를 말합니다. 상대방의 영역에 함부로 뛰어 들어가, 상대방이 압박감과 고통을 느끼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을 말하지요. 자신이 생각하는 상대방과 실제 상대방이 다르다는 사실에 둔감한 것입니다. 이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한 것입니다. 지나친 배려나 소극적인 배려가 좋지 않은 것은 그 자체가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다섯 가지 마음만 잘 지켜도 배려의 향기가 물씬 풍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배려의 향기가 바로 불보살(佛菩薩)의 향기일 것입니다. 불보살은 널리 천지 허공 법계를 내 집안 살림으로 삼고 시방세계 복록(福祿)을 심어 세세생생 그치지 않고 복록을 수용합니다. 그리고 크다 크다 하여도 부처님 포부보다 더 크며, 넓다 넓다 하여도 국한 없는 부처님 곳간보다 더 넓은 곳간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원(願)은 큰 데에 두고, 공(功)은 작은 데부터 쌓으며, 대우에는 괘념(掛念)치 말고 공덕 짓기에 힘을 쓰면 큰 공과 큰 대우가 저절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진리는 공정한지라 쌓은 공이 무공(無功)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 이 배려의 향기로 큰 공과 큰 대우를 누리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9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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