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파마만 해도 20~30만 원은 나가요. 부담이 클 거고 갈등이 심해질 것 같아요. 강남의 유명 숍에서 하는 학생들도 있을 거고.”
“애들이 머리에 신경 쓰고 학업에 열중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사실 경제적인 상황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중·고등학교 두발규제 완전폐지를 전격 선언하면서 나타난 반대 목소리들이다.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①항이다. 우리헌법은 개인이 가지는 기본권 중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에 이어 ‘자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조문이다. 여기서 신체의 자유는 나이나 조건 혹은 성별의 차이와 같은 조건은 없다. 헌법은 <모든 국민…>으로 표현해 학생이라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유보당해야 한다거나 제한 받는다는 조항은 그 어디에도 없다. 헌법을 어기면 대통령도 탄핵받아 물러나는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왜 유보당해야 하는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학생 두발자유화’를 공식 선언하고 일선 학교들이 이를 반영하도록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는 두발자유를 개성실현의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조례 제정 6년여 만에 재확인하고 실현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지 6년이 지났는데 왜 학생인권은 홀대 받고 있었는가?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것은 지난 2010년의 일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것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곳은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과 광주 전북이 전부다.
2012년 서울시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에는 완전한 두발자유가 명시되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에야 서울시교육감이 두발자유화를 재차 선언하고 나선 이유는 교육부가 ‘학교 규칙으로 두발 등 용의복장을 규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법원에 무효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그 영향력을 봉쇄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송들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에서 근거부족으로 연이어 각하 또는 기각 판결을 받았다. 사실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학생인권조례를 거부하는 일부 학교에서 두발규제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겠다며 시행령을 악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발자유가 정말 일부 교원단체나 학부모들의 우려와 같은 교권침해로 이어지는가? 이미 공립 대안학교를 비롯한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두발 자유를 포함한 교복이나 복장에 대한 규제를 풀고 완전자율화 했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된 지 오래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하는 곳이다.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통제와 단속으로 길들이는 규제가 진정한 민주적인 교육인가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이란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집단적 합의와 자율적인 판단으로 이끌어 내야 할 민주적인 교육의 과정이 아닌가?
지연된 정의의 실현은 두발 자유화뿐만 아니다. 이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발자유화와 같은 학생인권회복은 두발 자유화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래 묵은 민주주의는 두발자유화를 계기로 체벌, 교복자율화, 강제적인 자율보충학습, 각종 차별, 성폭력과 성희롱 등 학교 안의 학생인권 문제를 민주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증언되고 있는 ‘스쿨미투’ 또한 학교 현장에서 유린되고 있는 학생인권 문제다. 학생들을 인간으로, 또 시민으로 존중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학교가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낼 수 있겠는가? 교육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학생인권을 억압하거나 제약하기 위해 만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 등을 마련해 서울시의 두발자유화 선언이 전국의 학생인권 개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