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가정불화, 우울증, 성적비관 등의 이유로 자살한 초중고 학생은 총 556명으로 집계됐다. 한해 평균 1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하니 한 달 평균 10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자살예방 교육을 방치한다면 이러한 학생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 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하고 새롭게 교육과정을 점검하는 일은 시급한 일이다.
대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류가 풍요와 행복을 완성한 유토피아에 살게 될지 아니면 기계에 지배받는 디스토피아에서 살게 될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더불어 많은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새로운 사회 속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교육전반의 연구개발을 서둘러 지원해야 하는 절박한 시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수능이 4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교육현장에서는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들이 기다리지만 국회는 교육부 수장을 임명하는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2022학년도 입시개편안에는 교육부가 시민들의 공론화에 기대어 정책을 발표하다보니 무책임하다는 질책을 들으면서도 교육정책은 바꾸지 않겠다는 후보자를 내세워 비난을 받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이 시끄럽고 학부모단체까지 나서며 정치교육이 판을 치고 있는 모양이다.
더 이상 정치논리로 교육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이념에 매몰되어 소모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청와대 게시판의 여론을 의식하고 정체모를 학부모단체를 동원하여 교육정책을 평가하고 판단하려 한다면 도덕성에 관한 청문회 검증이라도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교육부장관후보자를 낙마시킬 힘으로 악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장관은 업무수행능력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최소 2년 이상의 임기가 보장 되는 지속성도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여 정착하기까지 최소 2년의 실행과정을 거쳐야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이유다. 평균 1년 2개월의 임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을 바꿔 실험한 결과 실패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유은혜교육부장관후보자는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마치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최고로 훌륭한 교육방향이라고 설정하고 교육을 실행하지만 교육은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빠짐없이 반영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고 여론에 따라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방법을 찾으려고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아이들 교육을 더 이상 책임질 전문가로서의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즉 들끓는 여론에만 기댄 교육을 계속하는 것 역시 “정치교육이 죽어야 우리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다가오는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곧 10년 20년 후를 경험하게 될 우리 아이들의 몫이다. 정치집단의 유 불리를 해석하고 계산하는 동안 교육은 혼란 속에 방치되고 훗날 아이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일까지도 감수해야할 것이다.
오늘 하루의 교육을 방치할 때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무시당하는 끔찍한 시대를 그대로 물려줄지 모를 일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수능확대를 권고하고 학종부를 축소시키는 평가도구로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수능을 확대하여 반영하는 암기식 문제풀이 입시체제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수능을 포함한 지필고사는 과감하게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이념이나 진영의 프레임으로 울타리 쳐진 교육으로도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사교육의 근원지인 유치원 영어수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초등학교1,2학년의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은 언제부터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
올 7월에는 이미 출산율이 2만 명대로 떨어졌으며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의 약화 요인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하여 영 유아 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하고 초중고의 교육과정 편성의 재량권과 대학의 입시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치열한 교육혁신이 지속 되어야 한다. 교육문제에서 더 이상 전문가이기를 포기하거나 반대로 오로지 여론에만 기대어 교육을 실행한다면, 우리는 결코 시대착오적이고 편협한 정치교육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정치교육에 휘둘리지 않으며 교육혁신을 엄중한 사명으로 받아들일 교육부장관이 필요하다. 유은혜후보자는 공론화나 관료들의 힘에 눌려 자신의 정치적 도약만을 위해서 어설프게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후보자는 혁신교육이 시스템화 될 수 있도록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교육을 죽이고 우리교육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