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안데레사 기자]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한 예정됐던 이른바정부 합동 브리핑이 전격 취소됐다. 정부가 가짜뉴스에 강력한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도 지난달부터 집중단속을 거쳐 가짜뉴스 37건을 단속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8일 전했다.
이날 오전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은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대책안에 대해 좀더 심도 깊은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예정됐던 브리핑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9월12일 특별단속을 시작해 지금까지 37건을 단속했다"며 "이 가운데 21건은 삭제·차단 요청했고 16건을 내사 또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가짜뉴스'를 척결하자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주의라며 자유한국당이 EBS에 대해서는 법안까지 발의하며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통제를 획책하는 논란이 되고있다.
지난 1일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유규오, EBS지부)는 성명을 내고 “국회 일각에서 유례없는 황당한 방송 탄압과 개악 발의가 자행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자한당) 의원 등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E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교육방송 프로그램’으로 명시, ‘모든 종류의 보도 및 시사, 오락프로그램은 교육방송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 제안 이유로 이들은 “(EBS가) 교육방송 설립 목적과 다른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방송의 객관성,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한당 의원들은 지난달 24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프로그램 출연진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나 정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 예산 삭감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과 EBS는 이에 자한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이 문제 삼은 이미 방송 종료된 EBS 시사프로그램 ‘빡치미’ 논란을 잇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국민 청원 프로젝트’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갑질공화국’, ‘청년임대주택 논란’, ‘동물학대’, ‘을의 반란’ 등을 주제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공익적 프로그램이었다.
EBS지부는 EBS 관련 법 조항들을 언급하며 ‘빡치미’는 헌법과 EBS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는 EBS 설립 목적이 ‘학교 교육의 보완, 평생교육,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으로 돼 있고, ▲ 헌법 제31조는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고 돼 있으며, ▲ 평생교육법 2조는 ‘평생교육은 학력보완교육, 성인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EBS지부는 “그런데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시사 프로그램, 정치편향 프로그램으로 낙인 찍으며 개악안을 발의했다”며 “방송법상 방송분야는 보도(뉴스), 교양, 오락으로 구분돼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분야는 없다. 본인도 명백히 규정할 수 없는 방송분야를 설정해놓고 EBS에서 이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지의 소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BS지부는 이어 “EBS는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국가적으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한다”며 “특정 프로그램 출연자 구성을 빌미로 공정성과 편향성을 운운하며 법 개정을 통해 EBS 방송분야까지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권한 오용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방송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EBS지부는 “법 개정이나 예산 삭감으로 공영방송 EBS를 겁박하지 말라. 공영방송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다. 공영방송은 정치권이 개입하면 할수록 공영성이 훼손되는 법”이라고 밝혔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도 지난 9월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 등 자한당 의원 17명이 공동발의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자유한국당의 EBS 통제·장악의도’로 규정했다.
NCCK 언론위도 “<빡치미>는 일상 속에서 개선이 시급한 인권적 사안들을 진단한 시민참여교육 프로그램으로, 평생교육법에 따른 평생교육에 해당되며 헌법과 EBS 설립 목적에도 부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제작진의 출연진 구성을 두고 ‘정치적 편향성’ 운운하는 자유한국당의 행위는 방송법이 보장한 ‘편성의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예산 삭감을 통해 EBS 프로그램 나아가 EBS 전체를 통제하기 위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영방송 EBS는 그동안 공적 재원 구조가 취약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시청자 국민의 평생 교육과 민주적 교육 발전에 기여해왔으며 전 연령대 시청자들에게 다양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해 새로운 문화의 장을 만들어왔다.”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계속해서 NCCK언론위는 “이런 EBS에 대해 예산 삭감을 거론하며 방송 분야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전근대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NCCK언론위는 자한당의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악안 발의를 공영방송인 EBS를 프로그램 통제와 예산삭감으로 통제·장악하려는 의도로 보고 ▲ 자한당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즉시 철회할 것, ▲ 자한당은 EBS가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공영방송, 교육방송의 제 역할을 다하도록 공적 재원 확충방안을 마련할 것, ▲ 자한당은 EBS가 진정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도록 이사와 사장선임에 ‘시청자 참여’와 ‘독립성’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EBS에는 '다큐 시선', '다큐프라임', '지식채널e', '메디컬 다큐' 등 정말 양질의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번 자한당의 개악발의가 통과되면 정말 몇몇 다큐는 사라질지 모르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에 따르면 "이번 자한당의 교육방송법 개정 시도는 교육방송(EBS)의 정상적인 활동을 억압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민이 주인인 교육공영방송 EBS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억압하고 탄압하려는 시도를 자한당은 당장 멈춰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자한당이 공영방송 운영에 개입해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반민주적인 정당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발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번지는 '가짜 뉴스'에 대해 공동체 파괴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신속한 수사와 처벌, 체계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한 후 급하게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