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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진정한 용기..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진정한 용기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10/16 00:05 수정 2018.10.17 12:31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나 모든 일에 스스로 정직해지는 것입니다.

진정한 용기
《참전계경(參佺戒經)》제 283사(事)는 <급거(急祛)>입니다. ‘급거’란 악한 것을 보면 지체 없이 물리치는 용기(勇氣)를 말합니다. 굳세고 씩씩한 기운이 용기이지요. 사람이 성품(性品)이 엄하지 못하면 용기가 없고, 엄하면 용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용기가 있는 사람은 착하지 못한 것을 보면 급히 물리치고, 믿지 못할 것을 봐도 급히 물리치며, 의롭지 못한 것을 봐도 급히 물리칩니다. 이것이 엄(嚴)함이며, 엄함은 용기의 근원입니다. 용기는 단순한 데서 나오고 복잡하면 힘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복잡한 곁가지들을 쳐내고 지금 내가 선택하고, 지금 내가 행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용기이지요.

어느 모녀가 숲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어린 소녀는 ‘용기’라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용기가 뭐예요? 작은 고양이가 자기보다 훨씬 몸집이 큰 개를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게 용기 인가요?” 어머니는 잠시 생각한 다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말도 맞다. 그런데 진정한 용기는 그 이상이란다.”

모녀는 계속 숲길을 걸었습니다. 마침내 모녀는 얼마 전 불이 나 잿더미가 된 숲에 다다랐습니다. 그곳은 검게 그을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숲 한복판에 검게 탄 땅을 뚫고 작은 꽃 한 송이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꽃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용기란 바로 저 꽃과 같은 것이란다.” 강한 힘을 가진 자를 이기는 것도 용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힘차게 뚫고 자신을 지키며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나 모든 일에 스스로 정직해지는 것입니다. 사람 앞에 설 때, 내 마음이 깨끗하고 생각이 분명하면 흔들리지도 두렵지도 않습니다. 결국 용기란 다른 사람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일 것입니다.

용기를 주는 너무 좋은 글이 있어 전합니다. 오래 전 대우중공업이 잘 나갈 때의 일입니다. ‘제안 2만 4천 6백12건, 국제 발명특허 62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심청가를 완창 하는 사람’ 대우중공업 김규환 명장(名匠)의 이야기입니다. 그 김규환 명장이 삼성전자 천안공장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요약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도 다녀보지 못했고, 5대 독자 외아들에 일가친척 하나 없이 15살에 소년가장이 되었습니다. 기술 하나 없이 25년 전 대우중공업에 사환으로 들어가 마당 쓸고 물 나르며 회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제가 훈장 2개, 대통령 표창 4번, 발명특허대상, 장영실상을 5번 받았고, 1992년 초정밀 가공분야 명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용기를 잃으면 다 잃는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글도 읽을 줄 몰랐습니다. 우연히 신문에 난 글이 궁금해서 이게 무슨 글인가 물어봤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그것은 ‘대우가족 모신다.’라는 글이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사람을 채용한다는 뜻을 알고,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회사 앞에 당도하자 수위는 냄새난다고 저를 쫓아냈고, 그래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까 저를 거지취급해서 심하게 때렸습니다. 거의 한 시간을 얻어맞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한 임원이 수위 보고 ‘무슨 행패냐 거둬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말로 ‘거둬줘’ 라는 말은 ‘도와주되 우리 식구로 받아줘’라는 말입니다. 그때 나를 패던 수위가 경상도 사람이라 ‘채용해서 써라’는 말로 알고, 사환으로 채용이 되었습니다. 사환으로 입사하여 매일 아침 5시에 출근하였습니다. 하루는 당시 사장님이 왜 일찍 오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선배들 위해 미리 나와 기계 워밍업을 한다고 대답했더니 다음날 정식기능공으로 승진시켜 주시더군요.

2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5시에 출근하였고, 또 사장님이 질문하시기에 똑같이 대답했더니 다음날 반장으로 승진시켜 주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정밀기계 분야의 세계 최고가 됐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계가공 시 1℃ 변할 때 쇠가 얼마나 변하는지 아는 사람은 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걸 모를 경우 일을 모릅니다.

제가 이것을 알려고 국내 모든 자료실을 찾아봤지만 아무런 자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장 바닥에 모포 깔고 2년 6개월간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재질, 모형, 종류, 기종별로 X-bar값을 구해 1℃변할 때 얼마가 변하는지 온도치수 가공조견표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집 가훈은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입니다. 저는 국가기술자격 학과에 9번 낙방, 1급 국가기술자격에 6번 낙방, 2종 보통운전 5번 낙방하고 창피해서 1종으로 바꾸어 5번 만에 합격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새대가리라고 비웃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1급 자격증 최다보유자는 접니다.

제가 이렇게 된 비결을 아십니까? 그것은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것 없다는 것이 저의 생활신조 때문입니다. 준비된 자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저는 현재 5개 국어를 합니다. 저는 학원에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외국어를 배운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과욕 없이 천천히 하루에 1문장씩 외었습니다. 집 천장, 벽, 식탁, 화장실문, 사무실 책상 등, 가는 곳마다 붙이고 봤습니다.

기회가 저에게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제 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했기에 기회를 만난 것입니다. 진급, 돈 버는 것은 자기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심청가를 1000번 이상 듣고 완창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청가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 돈의 노예가 되지 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의 인생이다!’】

어떻습니까? 용기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일의 선후를 알지 못하고 완력만 주장하는 것은 만용(蠻勇)이요, 정의를 세우기 위하여 불의를 치는 것은 의용(義勇)이요, 외유내강으로 정당한 뜻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은 도용(道勇)입니다. 우리 그 진정한 용기의 소유자가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0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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