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세계의 허브로 떠오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21세기에 들면서 중국이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려 열심히들 노력하고 있다.
사실 중국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언어 중에서 사용 인구로 보면 단연 1위다. 그에 맞춰 중국이라는 거대국가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잠재력은 엄청나다.
여기에 급속도로 변화하며 개방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중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글로벌 시대에 중국인들이 영어에 눈을 돌린다면, 오히려 중국어보다 영어가 얻는 효용성이나 영향력은 더 클 수가 있다.
중국 사람들의 영어 배우기 열성이 한국 못지않은 가운데 미국의 대중문화가 빠르게 중국에 유입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 전역에 미국영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패션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중문화가 중국문화의 전통을 위협할 정도다.
중국의 국가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서구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는 중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지 오래다. 심지어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는 전에 햄버거학과를 개설했었는데 신입생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다. 미국의 문화가 중국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언어인 영어가 득세하고 있다는 웅변이기도 하다.
◇ 영어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무한 잠재력
이제 중국에서는 음식, 패션, 음악,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미국 대중문화에 물들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에 미국영어의 존재를 부각시켜 나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13억 중국 인구가 미국영어를 터득할 때 세계 공통어에서 세분화된 미국영어의 위상은 달라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영어는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전략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중국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이게 되어 있다. 중국은 5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있어 지역마다 각기 다른 중국어 방언을 쓰고 있다. 그런 중국이 유럽연합(EU)처럼 영어로 무장한다면 우리는 영어의 또 다른 강력한 상대를 맞아야 되는 셈이다.
이른바 ‘미친 영어(Crazy English)’라는 특유의 영어 학습방법으로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리양(李陽)이 있다. 한국에도 온 적이 있는 그는 영어 문장을 목청껏 외쳐대는 방식으로 영어를 숙달시켰다. 지금 중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학습법을 따라 영어를 익혔다.
학창 시절에 성적 열등생이었던 그가 영어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것은 중국인의 영어 배우기에 대한 열정과 당당함을 상징하고 있다. 리양의 외침은 중국대륙이 영어대국으로 웅비하는, 마치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처럼 보이게 했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향해 리양은 영어로 외쳤다.
“Change my life!" (내 인생을 바꾸자!)
그러면 학생들이 따라하는 외침이 울려 퍼진다.
"I will change my life!" (인생을 바꾸겠습니다.)
"I want to speak perfect English" (나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습니다.)
"Perfect English!" (완벽한 영어를!)
◇ 중국-두 번째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
세계 지식인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미국의 영어강연사이트 http://www.ted.com이 있다. 여기에서 《타임》지가 선정한 디지털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중의 한사람인 제이 워커(Jay Walker)는 <세계의 영어 마니아에 대해서>란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영어를 배워 인생을 바꾸겠다는 다짐에 찬 함성이 들리시죠. 중국인들에게, 아니 영어를 배우는 세계인들에게 영어는 ‘기회’를 의미 합니다. 즉 중국인들에게 더 나은 삶, 너 나은 직업을 얻기 위한 기회이자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마련할 능력, 또는 더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한 기회인 것입니다. 지금 중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강한 의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중국의 인구가 영어의 장벽을 극복하여 영어권에 본격 진입한다고 상정해 보자. 그러면 국제사회의 경쟁력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은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은 글로벌 시대에 미국에 이어 제2위의 영어 대국인 인도와 겨루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같이 영어를 상용어로 쓰는 국가와도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옛날에 중국과 인도의 아이들은 밥을 굶었지만 그 아이들이 지금 중국과 인도의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면서 영어권 국가의 경쟁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영어로 무장한 중국과 인도의 젊은이들이 영어권 시장의 일자리를 차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모국어 외에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가 가장 많다. 적어도 세계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영어를 공식어나 상용어(常用語)로 특별하게 쓰고 있다. 그런가하면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영어를 외국어로 선택해 가르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두 나라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5억 3,000만 명에 이른다. 이것은 영어를 제1언어, 곧 모국어로 쓰고 있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합친 인구 수자와 거의 맞먹는다. 영어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지렛대가 된다면 분명 앞으로 더 무서운 상대는 중국이 될 것이다. 그들이 영국영어를 쓰던 미국영어를 쓰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이 영어라는 병기를 갖추게 된다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중국은 2,500년 전 그들의 선조였던 손자가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던 그 지략을 21세기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구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미 중국은 정통 영어를 배우면서도 자기 방식대로 쓰는 중국식 영어인 ‘칭글리시(Chinglish)’를 당당하게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영어 사용 통계 전문회사(GLM)가 선정하는 <톱 워드 10(Top Words 10)>에 칭글리시가 포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