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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잉글리시 ‘Why?’] 언어능력은 곧 경쟁..
오피니언

[이인권 대표 잉글리시 ‘Why?’] 언어능력은 곧 경쟁력의 척도다

이인권 논설위원장 . 영어 컨설턴트 기자 leeingweon@hanmail.net 입력 2018/10/26 09:58 수정 2018.10.29 10:25
“직장인 77%가 취업, 승진, 연봉에 영향을 주는 잉글리시 다바이드 실감”
▲ 이인권 뉴스프리존 논설위원장

◇ 어휘력은 지식의 힘이며 지혜의 파워

흔히 영어는 쉽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굳이 어려운 어휘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급스런 어휘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한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 정도는 바로 그 사람의 지식의 힘(知力)이며, 지혜의 파워(智力) 곧 사물을 헤아리는 능력을 보여준다.

인류 정신문화의 진화는 언어의 발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의 단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문화, 학문, 과학이 그만큼 엄청나게 진보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인간의 언어소통은 곧 문명의 발전과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기 1000년까지 영어의 단어는 대략 4만 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영어 어휘가 50만 개를 넘어섰다. 매 세기마다 평균 4만 6000개의 단어가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지금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새로운 단어들이 속속 등재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세계 영어인구는 500~700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엘리자베드 여왕 1세 집정 시기(1603년)에서 엘리자베드 여왕 2세 시대(1952년)에 이르러서는 영어인구가 거의 50배 증가하여 2억 5000만 명이 되었다. 그것이 지금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들어 지구상의 수십억 명이 영어를 쓰고 있다.

이렇게 성장해온 영어는 21세기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회문화적 계층이 확연하게 구별되는 ‘Great English Divide(영어 대격차)’라는 신조어를 낳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영어 실력 차이가 바로 사회적 지위의 격차로 이어져 사회가 ‘영어 잘 하는 계층’과 ‘영어를 못하는 계층’으로 나뉘는 새로운 계급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 잉글리시 디바이드 > 디지털 디바이드

미국의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가 2001년 8월호에서 이 말을 쓴 후 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나 공용어로 쓰는 나라를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의 영어와 관련하여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잣대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잉글리시 디바이드는 컴퓨터 능력을 가르키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나 학력 차이를 일컫는 ‘아카데믹 디바이드(Academic Divide)’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 있다.

달리 표현하면, 파벌이 극심한 한국사회에서도 글로벌 시대에 학연 . 지연 . 혈연에 의존하지 않고 영어 능력만 있으면 자신 있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미 우리 사회 직장인의 77%가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영어 구사 능력이 취업, 승진, 연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영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과 그렇지 못한 한국인으로 두 그룹의 한국인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대학교에서도 영어강의가 20~30%에 달하고, 영어강의를 하지 못하면 아예 교수로 채용하지 않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중요시 되고 있어도 우리말을 제대로 품격 있게 할 수 없으면 외국어를 잘하는 의미가 별로 없다. 국어의 어휘를 폭넓게 구사할 수 없고,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없으면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한다 손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원어민 국가로 이민을 가 거기에서 정착해 산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살면서 영어를 경쟁력으로 삼으려 한다면 국어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아니 우선 우리말부터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 영어는 국어와 같이 잘해야 진짜 능력

서울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영어와 한국어 구사력에 대해 조사를 했다. 그런데 영어의 어려운 단어인 ‘caterpillar'는 올바로 쓰면서 이를 우리말로 ’에벌레‘, ’애벌래‘라고 쓴 학생이 70%나 되었다고 한다. 영어 스펠링은 잘 쓰면서 우리말은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상을 그저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말이 있다.

연(燕)나라에 한 청년이 있었다. 그가 한단이라는 곳으로 가서 걷는 방법을 배우려다가 본래의 걸음걸이까지도 잊어버리고 기어 돌아왔다는 고사다. 자기의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면 두 가지 다 잃는다는 말이다.

영어를 배우겠다고 무작정 외국행을 감행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일이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혹시 우리는 한국어도 어정쩡 영어도 어정쩡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선 한국에 살아야 하는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은 우리말에 대한 구사력부터 철저하게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영어 못지않게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품격 있게 쓰고 말할 수 있어야 영어를 잘 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 그래서 우리말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진정 영어도 어느 정도 하느냐를 판가름 할 수 있다. 한국인이 한국말 한다고 능력 있는 직장인이고 유능한 사회인이라고 할 수 없듯이 영어만 잘 해 가지고는 완전한 경쟁력의 소유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영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고 작문을 한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말과 글로 얼마만큼 격조 있고 품위 있는 표현 능력을 갖췄는가가 중요하다. 여기에 영어로 담아낼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도 관건이다.

◇ 영어 실력자에게 따라붙는 '후광효과' 

영어를 잘 못한다 하여 기죽을 필요도 없고 영어를 좀 한다고 해서 우쭐돼서도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외국어인 영어는 평생을 두고 해야 하는 부단한 노력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평생을 통해 때를 맞추어 끊임없이 배움에 정진하여 삶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한다. 영어를 닦는 것은 그와 같은 것이다.

영어는, 아니 외국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섭취해야 생리적으로 생존할 수 있듯 끊임없이 해야 하는 연속 과정이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시대에 사회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필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기분 내키면 손에 잡았다가 싫증나면 그만 두는 작심삼일식으로 영어를 대해서는 맨 날 원점에서 머물 뿐이다. 영어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부지런히 해야만 순조롭게 나아가게 되어 있다. 부지런한 물방아가 얼 새가 없듯이 말이다. 영어에도 ‘Rolling stones gather no moss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영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는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게 따라다닌다. 영어를 잘 하니 다른 모든 일도 척척 해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다. 그런 기대치로 인해 사회생활에서는 좋은 인상을 받게 되고 직장 내 평가에서는 높은 평점을 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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