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 기자] 판사 뒷조사나 재판거래 의혹.이런 의혹이 불거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졌다는 서초동 법조타운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사법농단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자유한국당과 법조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판사출신 박판규 변호사가 선거전담재판부를 예로 들며 적절성 여부를 따졌다.
반면, 헌법을 들이대며 대법원의 일탈을 옹호하는 판사들의 발언에 대해 시민들은 일제히 반격하고 있다. 어떤 시민은 “사법농단이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왜 헌법가치를 훼손하게 가만히 놔두었는가?”라는 댓글로써 정곡을 찌른다. 40여년 전에는 무고한 생명을 집단으로 빼앗아 세계 법조계조차 암흑의 날이라고 한 사법살인도 있었다. 사형판결 18시간 만인 1975년 4월9일 새벽에 시민 8명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사건이다. 판결한 대법관 중에는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상’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훗날 국가는 중앙정보부의 조작이었다고 결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당시 수사협조를 약속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PIP)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수사에서 사법부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수사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법원은 빗장을 걸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 변호사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별재판부가 과연 위헌일까?”라고 반문하고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각급법원은 선거전담재판부를 지정한다”고 운을 뗐다.
수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인 법원의 협조를 구해 증거자료를 받아보라는 사유부터, 자료가 없을 것 같다,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압수수색의 영장기각률은 90%에 육박한다. 과거 어떤 수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기각률이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처럼 큰 법원은 선거전담재판부가 2개 이상이지만 규모가 작은 대개의 법원은 1개 재판부가 선거전담으로 지정된다”며 “매년 2월 사무분담시 그 해의 선거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를 누구로 할지를 법원장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별재판부 법안은 간단히 표현하면 사법농단사건 전담재판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원장이 전담재판부를 구성해 지정한 다음 해당재판부에 배당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특별재판부 법안은 법원장의 판단으로 전담부를 만들고, 해당 재판부 판사를 구성하는 기존의 방식에 법원 외부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재판부의 판사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추가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지금 사법농단 사건은 전현직 판사가 판사 재직시절의 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고는 “따라서 현재 또는 과거의 동료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전담재판부를 만들고 외부위원회에 의한 판사후보를 추천받는 것은 그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특별재판부 법안은 자유당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버틴다면 법사위 통과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국회가 한마음으로 사법농단에 관한 입장과 해결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판사들에게 국민 다수의 의견이 어떤지를 보여주고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여당도 ‘위헌소지가 있다’는 일부 법학자와 법조인들의 주장에 대해 “삼권분립도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의 명령은 ‘사법정의를 세우라’는 것”이라고 강조,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7.5%가 특별재판부 설치에 동의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대법원의 조직적인 사법농단에 대해 시민들은 실망과 절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잘못했으면 법의 잣대를 자신에게 엄격하게 휘두르면 된다. 그것이 법관의 생명인 법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들은 루소가 말한 시민의 일반의지가 만든 헌법을 방패 삼아 자신을 변호하기에 급급한 듯하다. 그렇다면 묻는다. 군부정권의 폭력이 난무할 때, 그 범법자들을 단죄해야 할 법은 어디에 있었는가. 민중의 피와 눈물로 확립한 민주공화국의 헌법으로 보호받고, 그 과실을 향유하고 있는 법관의 권위는 누가 부여했는가. 법관의 최고경전인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절의 ‘모든 권력’ 속에 사법권은 예외인가. 백성이 위임했지만 본뜻을 벗어난 권력은 회수되어야 마땅하다. 방치하면 그 권력 집단이 더욱 불온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될 때도 검사들의 자존심은 죽었지만, 결국 특검이 헌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구현했다”고 언급하고는 “특별재판부 제도 역시 ‘사법부 죽이기’가 아니다. 오히려 특별재판부가 사법정의를 세우고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법부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지난 8월14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할 특별재판부와 별도의 영장전담법관을 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제1조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함은 물론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형사절차의 특례 및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그 목적을 분명히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사법부의 판결을 불신했다(불신 63.9%, 신뢰 27.6%). 또 이들 주술사들은 스스로 성전(聖殿)의 성직자로 여겼다.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검찰의 수사를 거부했고, 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기각하며 법원을 성역화했다. 저주에서 스스로 벗어날 기회를 버린 사법부에게 이제 남은 건 특별재판부 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