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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10/30 09:12 수정 2018.10.31 00:14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요즘 세상이 보통 흉흉한 것이 아닙니다. 거의 매일 같이 터지는 살인사건을 보노라면 이 세상을 좀 더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우리 덕화만발 가족들의 가슴이 타들어 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널리 전하면 그것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한 방편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기 전 빨강 신호에 멈춰진 버스 앞으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은 배속에 아기를 잉태한 한 여인의 모습이었습니다. 한손으로는 볼록한 배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요?

어떤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그려보겠다고 마음먹고 찾아 나섰습니다. 그는 여행을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하루는 어떤 성직자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입니까?” “믿음입니다.” 이번에는 지나가는 군인을 붙들고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입니까?” “평화입니다.” 이번에는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사랑입니다.” 화가는 세 가지 대답이 모두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었습니다.

세 가지를 합쳐놓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합쳐서 하나의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헤매고 다녀도 이 세 가지를 모두 모아놓은 그림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돌아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아무 것도 그리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지친 몸으로 힘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아빠!” 하고 소리치며 달려 와 안기는 것이 아닙니까? 그 때 화가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믿음을 발견했습니다. ‘아! 여기에 믿음이 있구나.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믿고 있구나.’ 남편이 오랫동안 집을 비웠는데도 아내는 여전히 부드러운 태도로 맞아주었습니다. 화가는 아내의 따뜻한 환영에서 사랑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집에서 오랜만에 지친 몸을 편안히 쉴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사랑과 아이들의 믿음 속에서 평화를 얻은 것입니다. 비로소 그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화가는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아름다움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시장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하늘이 꾸물거리더니 후 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겠지 했지만, 비는 두어 시간 동안 계속 내렸고, 도무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에게는 고등학생 딸이 한 명 있었는데 미술학원에 가면서 우산을 들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서둘러 가게를 정리하고 우산을 들고 딸의 미술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학원에 도착한 아주머니는 학원 문 앞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주춤거리고 서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나오는 통에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심지어 앞치마까지 둘러매고 왔기 때문입니다.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혹시나 엄마의 초라한 행색에 창피해 하진 않을까 생각한 아주머니는 건물 주변의 학생들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딸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빗줄기는 굵었고, 한참을 기다리던 아주머니는 혹시나 해서 학원이 있는 3층을 올려다봤습니다. 학원이 끝난 듯 보였습니다.

마침 빗소리에 궁금했는지, 아니면 엄마가 온 걸 직감했는지 딸아이가 창가를 내려다보았고,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딸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딸은 못 본 척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살짝 고개를 내밀고, 다시 숨기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역시나 엄마의 초라한 모습 때문에 기다리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

슬픔에 잠긴 아주머니는 딸을 못 본 것처럼 하고 가게로 갔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미술학원으로부터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초대장이 날아왔습니다. 자신을 피하던 딸의 모습이 생각나 전시회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나절을 고민하던 아주머니는 늦은 저녁에야 가장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미술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끝났으면 어쩌나 걱정을 한가득 안고 달려온 아주머니는 다행히도 열려있는 학원 문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또다시 학원 문 앞에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 하나하나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그림 앞에 멈춰선 아주머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그림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제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작업복, 그리고 낡은 신발. 그림 속에는 한 달 전 어머니가 학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초라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날 딸은 창문 뒤에 숨어 어머니를 피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화폭에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새 엄마 곁으로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모녀는 그 그림을 오래도록 함께 바라봤습니다. 딸은 가장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는 가장 행복한 눈빛으로!

어떻습니까? 어느 것이라 할 것 없이 우리들의 가슴에 감동을 몰고 올 만큼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여러 분은 위 사례 중 어느 것이 가장 아름다운지 댓글이라도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으로는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 아닐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0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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