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선연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참 좋은 인연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는 인연이 있지요. 처음엔 간이나 쓸개까지 빼줄 것처럼 다가왔다가 뒤돌아설 땐 온갖 좋지 않은 모습으로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결코 좋은 인연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좋은 인연이란 처음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이라는 말이 너무나 가슴 깊이 다가오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인연이란 무엇일까요? 불가(佛家)에서는 모든 것이 생기거나 소멸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멸(生滅)에 직접 관계하는 것을 인(因)이라고 하며, 인을 도와서 결과를 낳는 간접적인 조건을 연(緣)으로서 구별합니다.
사람의 관계를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功)을 들이면 필연(必然)이 됩니다. 사람이 세 번 만나면 관심이 생기고, 다섯 번 만나면 마음의 문이 열리며, 일곱 번 만나야 친밀감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생(相生)의 선연(善緣)으로 만나 착한 사람으로 헤어져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야 합니다.
사람은 만나봐야 그 사람을 알고, 사랑을 나눠봐야 그 사랑의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저절로 찾아옵니다. 또한 헤어짐 역시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 다해 떠나는 것입니다. 좋은 인연은 내 안에 있는 빛과 같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빛과 같은 인연! 상생의 선연은 내 안에서 빛을 밝힙니다.
그럼 인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상생의 인연입니다.
상생의 인연은 선인(善因) 선과(善果)로서 인과의 원리가 상생으로 순용(順用)됨을 이릅니다. 그 인연이 서로 돕고 의지하여 모든 일을 원만하게 성취하는 좋은 인연이지요. 예를 들어 부모와 자식에게 전생에 큰 은혜가 있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금생에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생전에 부모가 기뻐하도록 극진히 봉양하고 사후에는 좋은 곳으로 모시기 위한 천도 재(薦度齋), 열반기념제 등을 성심으로 모시는 인연입니다.
둘째, 상극의 인연입니다.
상극의 인연은 악인(惡因) 악과(惡果)로서 인과의 원리가 상극으로 역용(逆用)됨을 이릅니다. 그 인연이 서로 대립되어 여러모로 미워하고 방해하는 좋지 못한 인연관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원한을 사서 그걸 갚기 위해 자식으로 태어나는 인연도 있습니다. 작게는 부모 마음을 거스르고, 크게는 화가 부모에게 미치게 하며, 살아생전에는 맛있고 따뜻한 봉양을 올리지 않고, 죽은 뒤에는 황천에서도 모욕을 당하게 하는 악연입니다.
셋째, 순수(順受)의 인연입니다.
순수의 인연은 자신이 좋은 발심(發心), 좋은 희망(希望), 좋은 서원(誓願) 등을 세우고 정진하여 좋은 뜻 그대로 소원을 성취하는 등 순하게 받게 되는 인연입니다. 자식이 전생에 부모에게 진 재산상의 빚을 갚으려고 태어난 경우입니다. 진 빚이 많으면 평생토록 뼈 빠지게 일해 받들어 모십니다.
넷째, 반수(反受)인연입니다.
반수의 인연은 마음에 교만심이 많아서 남을 무시하고 천한 사람을 학대함으로써 도리어 자기가 천한 과보에 떨어지는 등, 마음과는 반대로 받게 되는 인연관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재산상의 빚을 진 까닭에 그 빚을 받으려고 태어난 경우이지요. 빚이 적으면 생활비나 학비를 들여 가르치고, 혼수 장만하여 결혼시켜 이제 자립하며, 사회활동 할 만하니 그만 수명이 다해 버리기도 하는 인연이지요. 빚이 많으면 집안 재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하기까지 합니다.
어떻습니까? 어차피 맺는 인연이라면 상극의 인연, 반수의 인연은 되지 말고 상생의 선연, 순수의 인연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슴을 열어 놓고 언제나 만나고 픈 해맑은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들로 등 돌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고운인연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 같은 마음으로 함께 볼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언가 기대하기 보다는 주어도주어도 아깝지 않을 순수한 인연이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의 영혼을 감싸 안을 줄 아는 아름다운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우리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 가족의 인연만큼 좋은 인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하루일과 시작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인연들이 바로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비밀스러운 사연들을 서슴없이 토해 내고, 울고 웃기를 함께 하는 사람만큼 상생의 선연은 세상에 없습니다.
각자의 느낀 감정 한 소절씩 댓글 속에 담아내는 가장 가까운 형제의 정을 봅니다. 더러는 억제할 수없는 감정으로 스스로 입은 상처에 못 견뎌 정든 공간을 떠나는 사람도 때로는 있습니다. 그런 사람도 소중한 인연으로 가슴에 담아 두면 언젠가는 스르르 마음을 풀고 돌아오는 분을 보면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카페란 한 분 한 분 모여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공간입니다. 삶의 가장 좋은 인연으로 요즘처럼 찬바람 부는 계절이면 따스한 차 한 잔 마주하며 맑고 밝고 훈훈한 사람의 정으로 오늘도 어제처럼 이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만남과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둘의 조화에 의해서 세상이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합니다. 만남은 하늘에 속한 일이고, 관계는 땅에 속한 일이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듯이, 만남과 관계가 잘 조화된 사람의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관계는 맑고 밝고 훈훈한 관계를 맺기 위해 수고하는 사람에게만 생겨납니다. 상생의 선연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것을 투자 하면 반드시 좋은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 인과이니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1월 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