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20대 총선 ‘공천부적격자’를 가려내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가 2차 낙천·낙선운동 대상자 11인을 발표했다. 이 중 4인은 ‘국민감시 악법’이라 비판받는 테러방지법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현역 의원으로, 특별히 ‘시민 컷오프’ 대상자로 선정됐다.
선정된 11인 중 현역의원은 7명으로 새누리당 소속의 권성동 의원, 김무성 대표, 윤상현 의원, 이철우 의원, 이노근 의원, 하태경 의원, 박민식 의원이다. 나머지 4명은 새누리당 소속의 곽상도 전 민정수석,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 수석비서관, 조전혁 전 국회의원 등 3인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윤종기 전 인천지방경찰청장이다.
총선넷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이런 사람은 후보자가 되면 안 됩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컷오프 대상자 4인 및 공천부적격자 7인 명단을 발표하고 오는 4월13일까지 이들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총선넷 “국민노예법이자 테러빙자법 통과시킨 4인 국회의원 될 수 없어”
테러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데 따라 낙천대상자로 선정된 4인은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및 같은 당 이노근 의원, 하태경 의원, 박민식 의원이다. 지난 2월22일 새누리당 의원 24명의 대표발의로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의 판단만으로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될 수 있고 국정원에 정보수집, 사생활 침해, 추적 등 지나치게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해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정보인권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총선넷에 따르면 이들은 테러방지법 통과 이전부터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통신사업자에 감청설비를 의무화하는 등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을 발의해왔다.
이노근 의원은 지난해 3월 국정원장 소속에 국가대테러센터 설치 내용을 담은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국정원장 소속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립해 국정원에 과도한 정보수집·감시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민식 의원도 지난해 6월 범죄수사,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모든 휴대전화에 감청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이들은 국민노예법, 테러빙자법, 헌법을 파괴하는 민주주의 파괴법을 통과시킨 자들”이라며 “총선 과정에서 심판할 것”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가폭력, 노동개악, 막말… 부적격사유 천태만상
대구 중남구 출마 예정인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국가폭력 당사자’로 지목됐다. 곽 전 민정수석은 조작사건으로 확인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담당검사로 조사 당시 강씨 고문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다. 또한 그는 지난해 3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낙하산’이란 비판을 받았고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이사장직은 사임하고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권선동 의원은 노동권 및 환경 파괴에 앞장서고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당시 핵심증인 채택을 반대한 전력이 선정 사유로 꼽혔다. 권 의원은 2014년 10월 노동시간 연장과 휴일수당 삭감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양대노총을 비롯한 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총선넷은 권 의원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추진에 앞장서고 있으며, MB 자원외교 국정조사 당시 여당 측 간사로서 자원외교 문제와 세금 낭비의 진실을 밝혀 줄 핵심 증인 채택을 반대해 진상규명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강원 강릉시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됐다.
김무성 대표는 ‘역사 정의 훼손’을 비롯해 가장 많은 선정 사유가 달린 후보다. 총선넷은 김 대표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고 ‘노동개악’이라 불리는 고용보험법과 근로기준법을 대표발의 했으며 불법유출된 NLL 관련 정상회담 회의록을 선거유세장에서 낭독한 사유를 강조했다. 이들은 “좌파세력이 준동하여 미래를 책임질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 불 됐을 것” “아기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 줘야” 등 김 대표의 망언도 집중 조명했다. 김 대표는 부산 영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성북을 출마를 준비하는 김효재 전 정무수석비서관의 사유는 ‘민주주의 훼손’이다. 김 전 수석비서관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한 ‘디도스 사건’ 당시 수사 정보를 수사대상자 최구식 전 의원 등에게 누설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어 그는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박희태 대표가 돈봉투를 돌린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선넷은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며 낙천을 요구했다.
잇단 ‘막말’로 지탄을 받은 바 있는 윤상현 의원은 같은 사유로 낙천대상자로 결정됐다. 윤 의원은 3월 초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이 XX,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등의 전화 대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총선넷은 이에 더해 윤 의원이 2013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가 2014년엔 자신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 ‘NLL 대화록 말 바꾸기’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인천 남구을 예비후보로 등록돼있다.
인천 남동을에 공천을 이미 받은 조전혁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죠) 명단 22만 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바 있다. 조 전 의원은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공개해 전교조 조합원들의 결사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총선넷은 그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고 지난 2010년 민주노동당을 ‘조선노동당의 졸개’라 비하하며 색깔론을 펼친 것을 사유로 들며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인 윤종기 전 인천지방경찰청장은 인천 연수을에 공천받았다. 총선넷은 “윤 전 인천지방경찰청장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 반대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시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책임자는 공천이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1년 9월2일 경찰 1000여 명을 투입해 반대운동에 참여하던 시민 다수가 부상을 입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반대운동을 이끌던 주요 인사들을 추적해 길거리에서 체포했고 집회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언론계 “한선교·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출마 막아야”
박석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전 한나라당 의원), 나경원 의원 등 3명을 언론계가 꼽은 낙천·낙선 대상자라고 발표했다.
용인병 출마를 준비하는 한 의원은 지난 2011년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도청한 혐의에 연루된 바 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한 의원이 대표로 있는 유령재단 정암문화예술연구회가 국가 예산 5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과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09년 신문·방송 겸영 및 방송에 대한 대기업의 소유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미디어법 통과에 앞장선 것이 낙천 사유다.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된 데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이 전 국회부의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지적이다. 총선넷은 나 의원에 대해 “종편이 방송장악을 하는데 제도적 기준이 된 방송법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등 7개 언론 유관단체가 선정했다,
부적격자 19명, 1000여 개 시민단체 이들의 낙선 목표로 운동 전개해 나갈 예정
총선넷이 꼽은 낙천·낙선운동 대상자는 지금까지 총 19명이다. 총선넷은 지난 3일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현 새누리당 의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현 새누리당 의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9명을 1차 낙천운동 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총선넷은 이들 명단과 사유를 범국민적으로 알리는 운동과 낙천·낙선 대상자들의 공천을 반대하는 캠페인 및 낙선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총선넷은 홍보의 일환으로 ‘3분 총선’ 홈페이지를 개설해 이날 시범 이용을 선보였다. 유권자가 3분 안에 지역구 정보 및 후보 이력 및 부적격 사유를 알 수 있게끔 만든 사이트다.
공직선거법상 오프라인상으로 정당과 후보 이름을 거론하는 현수막 설치, 피켓 시위, 집회, 서명운동 등은 금지돼있다. 낙선운동의 수준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는 가능하다. 오프라인상에선 최대한 가능한 수준까지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용산참사 유가족과 일부 지역의 시민들은 불복종을 선언하면서까지 낙선운동을 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