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 총장이 취임한 뒤 검찰 주변에서는 여러 관측이 나돌았다. 그 중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검찰을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 3월부터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될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검찰 수사와 관련된 여러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여권 핵심 인사와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모 상장사를 내사하고 있다거나 정치 테마주로 관심을 모았던 모 회사 오너가 검찰조사를 대비하고 있다는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무성하다.
심지어 특정 정치인이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그와 연결된 테마주의 폭락이 예고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어 증권가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특수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검찰이 굵직한 사건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수수사 강화한 검찰의 카드
김 총장이 검찰 전반에 걸쳐 인사를 단행, 검찰의 특별수사 영역 강화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검찰은 일단 특수부 강화에 이어 부패범죄특별수사단(반부패부) 신설로 수사 방향을 예고했다.
검찰이 총선정국 때 어디에 칼을 겨눌지를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정ㆍ관ㆍ재계의 ‘검은 커넥션’을 중심으로 비리를 겨냥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단 공공적폐, 재정ㆍ경제 사건, 전문 직역의 비리와 관련된 여러 제보와 고발을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대검 중앙수사부의 후신으로 만든 반부패부는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여러 사건에 대한 자료를 상당량 수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반부패부도 조만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부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는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총선정국 동안에는 여러 혼란을 감안해 일단 대형사건을 표면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 정권 비리와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이 사정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동일고무벨트 등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기업수사가 총선 직후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동일고무벨트는 박근혜 정부가 이완구 전 총리 낙마 직전까지 야심차게 추진했던 관피아 척결 작업 때 주목받았던 기업이다.
동일고무 외에도 얼마 전 마무리된 포스코, 농협에 이어 지금 진행 중인 KT&G, 롯데 수사도 정치권 관계자의 연루 여부가 핵심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수사를 두고 “그 내면에 검찰이 정치권과의 연계성을 살피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게 들리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사건이 정치권과 연결된 의혹이 있어 수사 과정에서 근거들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동일고무벨트는 이른바 ‘철도마피아(철피아)’ 수사 때 타깃이 됐지만 여권 인사가 이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알려지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에 철피아 관련 내용을 제보한 익명의 한 제보자는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 제보자는 “동일고무벨트는 오랫동안 철도마피아로 자리매김해온 회사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철도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대체로 다 아는 내용”이라며 “동일고무벨트를 비롯한 몇 개 회사의 철피아 유착 사실에 대해 검찰에 모두 알려줬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진 것은 한 건도 없다. 그나마 수사를 한 것도 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이제는 검찰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피아 수사가 한창이던 2015년 초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당시 지난 1년간 재산증식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조사가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재산보유액 자체도 1위였다. 재산증식 상위 10명 가운데 9명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 해 3월 25일 공개한 19대 국회의원 292명의 재산변동 신고내역(2014년말 기준)에 따르면 김 의원은 보유주식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전년대비 무려 457억9367만원을 늘렸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동일고무벨트를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그의 부친이 5선 국회의원인 고 김진재씨로 오랜기간 부산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경남지역의 ‘성골’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검찰이 오랜기간 정치권과 밀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일고무벨트에 칼을 겨누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관피아 수사 2라운드 시작하나
검찰의 중점 수사 대상은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 ▦재정ㆍ경제분야 고질적 비리 ▦전문 직역 숨은 비리 등 세 가지다.
이 중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와 관련해 거의 모든 사정기관이 조사에 착수할 조짐이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 등은 공기업의 분식회계나 비자금 조성 등 자금유용 행위, 대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금품을 주고받거나 국책사업의 사업비를 부당하게 늘리는 행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또 공무원의 뇌물 수수나 지방 공무원이 지역 토착세력과 유착하는 공직비리 사건도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주요 수사 대상이다. 특히 검찰은 재정ㆍ경제 분야의 고질적 비리에 화력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비리로는 기업주와 임직원의 횡령ㆍ배임을 포함한 기업 재산범죄, 시세조종ㆍ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 입찰담합과 같은 ‘민간 부문의 기업 경쟁력 저해 행위’를 꼽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시세조종과 같은 이른바 주가조작 관련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과 증권가에서는 정치인 또는 현 정권 권력 실세와 관련된 테마주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벌써 여러 추측과 관측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권력의 정점과 밀접하게 연결된 A씨가 대기업을 통해 중소 상장사의 주가를 움직여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했다는 소리가 증권가에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또 현 야권의 핵심인사인 B씨가 과거 자신과 관련된 테마주였던 C사의 주가를 움직이기 위해 제 3의 회사를 동원, 주가상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무엇보다 굴지 대기업의 오너 일가가 주가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D사가 바로 그 회사로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한 E사 등 복수 회사에 국책사업 관련 일감 수주 등 여러 호재를 제공하고 적지 않는 차액을 챙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정권 때 추진했던 국책 사업을 위한 행사에 이 회사의 오너 일가가 참석하는 일도 있어 무게를 더한다.
또 지난 정권 때 권력의 힘을 통해 청와대에 납품하던 K사가 최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때문에 이 회사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장추진을 위해 정ㆍ관ㆍ재계의 여러 인사가 직ㆍ간접적으로 돕고 있어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편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ㆍ금융비리로 625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177명이 구속됐다. 불공정거래 사범은 64명이 적발돼 6명이 구속됐다.
아울러 검찰은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각종 기금과 정부보증제도 부당이용, 조세포탈 범죄 역시 수사하기로 했다. 정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료상의 허위세금계산서 발급ㆍ수수행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 국외도피, 역외탈세 등도 엄단할 계획이다.
검찰은 교육과 법조, 언론, 방위사업 등 전문 직역군 비리와 관련해 이미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분야는 교원과 교직원 채용ㆍ승진, 입학과 학위취득 등 입시비리, 학교·재단의 교비집행 관련 비리, 납품 시설공사 관련 금품수수 등이 대표적 범죄다.
법조와 언론 분야는 민ㆍ형사 사건 및 인ㆍ허가 관련 브로커, 무자격 법률사무 취급, 폭로기사 무마 명목 금품 갈취 및 광고ㆍ협찬금 강요 등이 중점 수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몇몇 기업 등으로부터 복수의 언론사 관련 사례와 근거 등을 수집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 방위사업은 납품과정의 편의제공 대가 금품수수, 시험성적서 등 위ㆍ변조, 군사기밀 탐지 등이 주요 척결대상 비리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이날 회의 기조에 맞춰 본격 수사에 들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