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시에 있는 경찰대학 대운동장에 “모두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32기 경찰대학생 116명(남 104명·여 12명)과 64기 간부후보생 50명(남 45명·여 5명) 등 166명의 합동임용식을 맞아 대운동장에 모인 졸업생 가족과 지역주민, 의경과 그 가족 등 130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기립했다. 같은 시각 KBS 1TV는 연회색 상의와 진청색 하의 차림의 근무복을 입고 스탠드(관람석)에 앉은 경찰관들의 모습을 화면에 비췄다.
이어 “전체 동작 그만, 부대 차렷!”이라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강신명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임용식장에 들어섰다. 흰색 장갑을 낀 경찰관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일반인 참석자들 손에는 소형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박 대통령은 상장 수여식 후 연단에 서서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각종 불안요인들에 엄정하게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찰 간부 임용식에 전국 각지에서 경찰관과 의경 1000명가량이 차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경찰인권센터가 공개한 ‘합동임용식 참관 경찰관 동원 및 세부 운영계획’ 문건에 따르면 이날 13개 부대 1093명의 경찰관들이 임용식에 참석했다. 경기·인천·전북·전남 기동대와 경기·대전·충북 의경중대,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특공대와 인천·김포 공항경찰대, 서울·부산·인천 관광경찰대 등에 소속된 이들로 전체 임용자 수(166명)보다 6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이와 관련, 2009년 3월25일 당시 경기 용인시에 있던 경찰대학 25기 졸업식 참석차 이동 중이던 중앙경찰학교 교육생 수백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추돌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이 사고로 신임 순경 교육생 1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 동원 논란이 일자 경찰은 “희망자들만 버스 11대에 나눠 태우고 가던 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임용식에는 경찰대학 재학생과 그 가족뿐 아니라 의경 가족, 지역주민, 경찰 협력단체 회원, 경찰대학 입시설명회 참석차 들른 고등학생과 학부모까지 참관인 자격으로 자리를 지켰다. 장신중 전 서장은 “임용식 날 입시설명회를 한 것도 학생과 학부모를 ‘박수부대’로 동원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관학교 졸업식과 마찬가지로 경찰 간부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에 동료들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날과 함께 합동임용식이 가장 큰 행사”라며 “스탠드에 앉은 특공대·관광경찰대 등 다양한 경찰의 모습을 생중계해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