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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오르지 않아 걱정, 전세로 갈아타기..
경제

아파트 오르지 않아 걱정, 전세로 갈아타기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3/19 20:30
"아직 10년전 집값" 신도시 '갈아타기' 집값 갈랐다 [과거로 짚어보는 아파트값-②]옛 신도시 집값↓… 분당→판교, 일산→원흥·삼송지구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씨가 지인들과 집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하는 말이다. A씨는 일산 신도시가 1990년대초 입주를 시작하고도 한참이 지난 2006년쯤 전세살이를 끝내고 4억원대에 집을 샀다.

A씨가 산 전용면적 101.85㎡ 아파트는 2007년초 6억원대까지 뛰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경기가 회복된 2010년 말에도 집값은 4억5000만~4억7000만원대를 맴돌았다.

2014년말부터 부동산 시장이 규제 완화로 '반짝 호황'을 보였지만 인근 삼송·원흥지구가 부각되면서 일산은 수요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A씨의 아파트값은 약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한때는 '하늘 아래 분당, 천당 위에 분당'이라고들 했죠."

분당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요즘 지은 지 20년이 넘은 헌 집을 팔고 옆동네 판교로 이사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B씨는 분당 아파트 매입으로 남부럽지 않은 부동산 투자를 했다. 2003년 집을 사 3년 만에 30% 이상 집값이 뛰었고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초에는 추가로 20% 가까이 더 올라 '정점'을 찍었다.

당시 분당보다 아파트값이 높은 곳은 서울에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떨어지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2010~2011년에도 상승하지 못했고 지난해 겨우 현 수준을 회복했다. B씨는 "예전엔 분당에 산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도 이젠 다른 신도시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적잖다"고 했다.

1990년대초부터 입주를 시작한 일산·분당·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이 아파트 노후와 집값 약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이 새로 개발되는 2기 신도시로 속속 이주하면서 집값이 추가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1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2015년 12월 현재를 기준(100)으로 5년 전인 2010년 12월과 비교해보면 성남(-0.5%), 고양(-0.6%) 등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지역의 매매가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에선 덕양구는 1.9% 오른 반면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각각 3.8%, 1.4% 내렸다. 성남에선 중원구가 1.3% 상승했고 분당구는 0.6%, 수정구는 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기 전체 아파트 매매가가 3.8% 상승했고 △수원(6.8%) △안양(6.2%) △부천(1.8%) △광명(10.6%) △평택(19.9%) △안산(10.9%) △구리(3.8%) △용인(0.7%) 등이 상승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전문가들은 기존 1기 신도시에서 주변 신도시로의 이주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 중층 단지로 가구별 분담금을 크게 늘리지 않는 한 사업성이 떨어져 사실상 재건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지난해부터 대규모 물량이 공급된 동탄·위례 등 새 신도시 역시 20년 이상 지나면 1기 신도시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1기 신도시가 1990년대 초반에 입주해 거의 30년을 바라보는데 낡고 오래돼 인근 신도시로 '갈아타기'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도시 공동화 등 문제를 줄이려면 중층 단지 정비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등 도시재생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며 "신도시들은 인프라가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재생 쪽으로 접근해 재정착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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