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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비판' 판사 인사평정 조작해 지방 발령 정황..
사회

'양승태 비판' 판사 인사평정 조작해 지방 발령 정황

김원기 기자 입력 2018/11/19 09:46 수정 2018.11.19 09:49

"블랙리스트도 없고, 불이익 없어" 양승태 거짓말 드러나

박병대·양승태가 직접 결재해

19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사를 비판한 판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정황이 담긴 문건을 검찰에서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농단 출발점인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수 차례 자체 진상조사 끝에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던 현 대법원도 부실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와 인사 불이익이 없었다고 단언코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판사의 인사 평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지방으로 좌천시킨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사법농단 사태를 촉발시킨 ‘판사 블랙리스트’가 구체적으로 실행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이 문건은 박병대 전 대법관(행정처장)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결재도 받았다고 한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어떤 법관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지닌 판사들 동향을 감시하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 의혹은 사법부를 상대로 한 최근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지만, 대법원은 실체를 부인해왔다.

18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송모 부장판사의 인사 평정 순위를 ‘강등’시켜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인사조처한다는 계획을 담은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라는 제목의 2015년 1월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보했다.

송 부장판사는 박상옥 당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자“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법원 내부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그는 이보다 앞서 2014년 8월에도 권순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비판하는 글을 쓴 바 있다. 당시 수원지법에 근무하던 송 부장판사는 통상의 법원 인사원칙에 따라 서울 소재 법원으로 옮겨야 했지만 문건 작성 직후인 2015년 2월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검찰은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된 이 문건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박병대법원행정처장- 양승태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당시 사법행정 수뇌부에 차례로 보고된 정황도 확인했다.

해당 문건에는 송 부장판사를 포함해 당시 사법행정에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법관 여러 명에 대한 인사조치 검토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부터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던 송 부장판사는 문건이 작성된 직후인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 발령났다. 통영지원은 송 부장판사가 인사희망원에 기재한 희망임지가 아닐 뿐더러 기존 인사평정 순위에도 부합하지 않는 곳이었다.

‘물의 야기 법관’으로 지목된 송모 부장판사는 18일 검찰에 출석해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이날 송 부장판사를 불러 피해 사실을 들은 검찰은 다른 법관들에게도 인사 불이익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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