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김현태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2일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 대표직 사퇴 배수진을 친 채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비대위가 김 대표에게 비례대표 2번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자 김 대표는 비례대표 순번에서 “내 번호는 빼놓으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이미 마음이 사퇴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거취까지 고민하게 된 이유에 대해 멸 가지 살펴보면, 우선 자신을 비례 2번으로 ‘셀프 전략공천’한 것에 대해 ‘비례 5선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려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온 것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인격적 모독을 받았다는 것으로,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고 모욕적으로 느꼈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중앙위 단계의 당 내홍 사태 속에 친노 패권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판단과, 여전히 운동권정당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친노 진영이 김 대표에게 비례 2번을 부여하고 대표 몫 전략공천 4명을 인정할테니 나머지 비례 공천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친노가 자신을 핫바지에다 얼굴마담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측근은 “김 대표는 이런 식이라면 수권정당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 김 대표가 아무리 해도 당이 변하지 않으니 혼자서 당을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대위가 김 대표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례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고 이를 보고도 받기 전에 언론에 노출되는 과정 등에 대해 김 대표가 격노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을 향해 “일반 당원들과 달리 판단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서운함을 토로하자, 이에 대해 비대위원들은 “대표를 잘 모시지 못해 송구스럽다.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계속 당을 이끌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지만 김 대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김 대표는 비례대표 명부 작성권한을 비대위에 일임하면서 “비례 2번에서 내 이름을 빼놓으라”고 지시하자, 비대위원들은 “2번을 비워놓을 수 없고 김 대표 이름을 넣겠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표직에서 사퇴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비대위원들이 여지를 두지 않겠다고 막아선 것으로, 대위원들은 이날 밤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에서는 이미 김 대표의 마음이 더민주를 떠났다며 대표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강한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반면, 김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의 논란을 털어내고 리더십을 재정립키 위한 군기잡기 차원에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