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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불이과(不二過)..
오피니언

[덕산 칼럼] 불이과(不二過)

김덕권 (원불교문인회장)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11/30 06:58 수정 2018.12.02 22:40
‘불천노’는 자신이 느끼는 화(火)를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불이과(不二過)

거대한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게 되고, 대궐 같은 집도 굴뚝에서 새어나온 작은 불씨 때문에 잿더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작은 잘못이 때로는 엄청난 과오(過誤)를 불러오게 되지요.

불이과(不二過)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過)는 허물이란 뜻이지요. 그러니까 ‘불이과’는 두 번 다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지키지도 못할 욕망에 대해 스스로 후회합니다. 하지만 전에 이루지 못한 욕망을 다시 이루려고 계획을 세우지요.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희망을 걸다가도 실패를 겪고 다시 희망을 세우는 것을 되풀이 합니다.

이 때문에 계획에 대해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게 됩니다. 하나는 무망 론(無望論)입니다. 계획을 워봤자 지키지 못할 것이니 처음부터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천방지축(天方地軸) 되는 대로 살아가자는 입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망 론(待望論)입니다. 계획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결과가 더 나빠진다고 생각해 계획이라도 세우자는 것이지요.

《논어(論語)》<선진편(先進編)>에 사람의 계획에 대해 ‘무망과 대망’의 상반된 반응이 나옵니다. 공자(孔子)의 제자 중 염구(冉求)는 대망 론 이상(理想)은 좋지만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잘못을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공자는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만 가겠다고 미리 선을 긋는 자세라고 지적했지요.

공자의 지적이 아무리 적실하다고 하더라도 염구는 처음에 품은 계획을 실현하는 데 버거워하고 는 셈입니다. 계씨(季氏)는 노나라 임금보다 더 부자인데 염구가 그를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걷어 재산을 불려주었습니다. 이에 공자께서 “염구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너희들이 북을 울리고 염구를 성토해도 좋다.” 염구는 공자의 ‘사과십철(四科十哲)’에 속하는 극히 중한 제자입니다.

이런 염구가 계씨의 주구(走狗)노릇을 하는 꼴을 보고 스승이 격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에게 염구를 성토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게 하신 것이지요. 이는 비록 큰 잘못을 했더라도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인(聖人)은 악한 자와 무리지어 백성을 해함을 미워하심이 이와 같은 것입니다.

이와 달리 안연(顔淵)은 한번 하고자 한 일이면 끝장을 보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안연에게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호학(好學)’의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지요. 그런데 안연도 염구와 같은 사람일진대 어떻게 변심하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공자는 변함없는 안연의 비밀을 ‘불천노(不遷怒)’와 ‘불이과(不貳過)’로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불천노’는 자신이 느끼는 화(火)를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불이과’는 한 번 한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불천노’와 ‘불이과’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화를 옮기지 않고 과오를 열정으로 바꾼 사람이 있습니다. 한 가수와 비행기회사와의 싸움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이름 없는 가수였던 ‘데이브 캐럴(Dave Carroll)’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수화물로 맡긴 자신의 기타가 화물칸으로 마구 던져져 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기타의 목이 부러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무려 400만원이나 하는 고가 기타였지요.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그 직원은 캐나다에서 항공권을 끊었으니 거기서 불만을 처리하라고 합니다.

급한 상황이라 자신의 돈 100만원을 들여서 기타를 고쳤습니다. 그리고 유나이티드항공사의 고객서비스센터와 계속 통화를 했지만, 9개월 후에야 그 항공사에서 이메일이 옵니다.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지요. 이럴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항의해야 할까요? 그 가수는 화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U항공사의 잘못에 대해 기나긴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래, 그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U항공은 기타를 부숴버리지(United Breaks Guitars)>라는 컨트리풍의 코믹한 노래입니다. 유튜브(Youtube)에 올라간 경쾌하고 재미있는 이 동영상은 일주일 만에 300만 명 이상이 보았고, 몇 달 동안 1,000만 명 이상이 그를 응원했으며, 동시에 U항공사를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 가수로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캐럴은 U 항공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그가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 덕분에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서 그를 인터뷰했고, ‘아이튠즈(iTunes)’ 같은 음원판매 사이트에서도 그의 노래가 크게 히트했습니다.

오히려 급해진 건 U항공이었습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후, U항공사의 주가(株價)가 나흘 동안 10퍼센트나 빠져서 한국 돈으로 2000억 원(1억 8,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금액은 캐럴의 기타를 5만 개 이상 사줄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U항공은 캐럴에게 사과하고, 노래 동영상을 수하물 관련 직원들의 교육용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악기 등, 파손 우려가 있는 물품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기업의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찌 시비(是非)가 없고 과오가 없겠습니까? 살아가면서 고비가 찾아옵니다. 그럴 땐 그 고비를 억지로 뚫으려고만 하지 말고 수월스럽게 돌아갈 길을 찾는 것이 선책(善策)입니다. 무지포악한 사람이 와서 시비를 걸 때에는 슬그머니 그 경계를 피하였다가 뒤에 타이르듯이 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우리 어리석게 과오를 변명하고 회피할 것이 아닙니다. 솔직하게 잘못을 사과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불이과’의 교훈이 아닐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1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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