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월22일 [정리뉴스]폭력의 역사 -회장님편’을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케이스를 추가했습니다.
대형건설사 대림산업의 이해욱 부회장(48·사진)이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23일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노컷뉴스는 이해욱 부회장이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구타를 일삼는 등 ‘슈퍼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재벌 3세 경영인인 이 부회장은 ‘사이드미러(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등 위험한 지시를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부회장의 전 운전기사 ㄱ씨는 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출발할 때부터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했다”면서 사이드미러 없이 운전하다 브레이크와 핸들에 신경을 잘 못 쓰면 폭언이 쏟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운전기사 ㄴ씨는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마니아인 이 부회장은 주말마다 서킷에 나갈 정도로 운전 실력이 뛰어난데 본인이 직접 운전할 경우 운전기사는 조수석에서 도로 차량 중계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곳에서 시속 150~160㎞ 속도로 달릴 때 중계 속도가 차량 속도를 못 따라가면 “똑바로 못해, 이 XXX야”라는 폭언을 했다고 운전기사는 주장했습니다. 이 운전기사는 “부회장 운전대 잡은 지 며칠 만에 환청이 들리고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교체된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는 약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은 2010년 2월 대림산업 부회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4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I&S)의 합병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에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이 모든 결과는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는 “상처받으신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 조만간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면서 “개인적인 문제로 주주와 대림산업 임직원께 큰 고통을 드리게 됐다”고 했네요.
▶[단독]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교체된 기사만 40명…갑질 피해자 속출
‘회장님의 폭력’은 대림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장님’ ‘사장님’들이 일상적으로 저질러 온 ‘폭력의 역사’를 역순으로 살펴봅니다. 폭력의 스타일도, 스케일도, 기업 규모도 다양합니다.
한국 최장수 기업의 하나인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76)은 지난해 12월 역시 운전기사 ㄱ씨(43)를 상습 폭행한 게 드러나자 사퇴했습니다. 김만식 회장은 수차례 ㄱ씨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거나, 가슴과 어깨를 주먹이나 라이터로 때렸습니다.
김만식 회장은 지난 10월22일엔 이런 폭력도 가했습니다. ㄱ씨의 말입니다. “회장님 사모님의 부탁을 받고 잠시 회사에 갔는데, 왜 거기에 있냐는 회장님의 불호령을 듣고 서둘러 회장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니, 회장이 다짜고짜 구둣발로 낭심을 걷어찼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일어나 걸을 수가 없었다.”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 ‘구둣발로 낭심 구타’···운전기사 폭행 사과문 내고 사퇴
▶몽고식품, '회장 갑질'에 결국 매출 반토막
▶운전기사 폭행 ‘회장님 갑질’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 대국민 사과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 제조사 대표인 남종현 전 대한유도회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도회 정관 개정을 놓고 자신과 다른 입장을 표명한 중고유도연맹회장 이무희씨를 향해 맥주잔을 던져 치아에 손상을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너도 포항 놈 아니냐, 나한테 반기를 들었지”라는 말도 했습니다. 유도랑, 포항이랑 무슨 상관인지….
▶기소된 남종현 전 대한유도회장…폭행사건 전말 “너도 포항 놈이지…충성 맹세, 꿇어”
2014년 12월30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방법원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혹 조현아 전 부사장 안부 궁금하시나요? 최근 보도를 보면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석방된 조 전 부사장은 자택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너무 많네요. 하나만 전합니다.
▶[사설]‘조현아 파문’에서 드러난 한국 재벌문화의 민낯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도 폭행 회장님 명단에 올랐습니다. 2013년 9월 전남 여수행 비행기를 타려다 셔틀버스 운행 지연으로 비행기를 놓치자 항공사 용역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했죠. 신문지로 말입니다. 신문업계 종사자로서 읽고 난 신문을 자장면 받침 등으로 재활용하는 건 권장하지만 폭력의 도구라니요….
2013년 4월엔 경주빵과 호두과자를 생산하는 중소제과업체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현관서비스 지배인을 지갑으로 때렸습니다. 지배인이 주차장 입구에 세워놓은 차를 이동시켜줄 것을 요구하자 “네가 뭔데 차를 빼라 마라 그러는 거냐”며 욕설을 하자 참다 못한 지배인이 “욕은 하지 마시라”고 하자 지갑으로 때린 거죠. 강 회장은 다음달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사회적 비난이 일자 최대 납품처인 코레일관광개발이 프라임베이커리와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죄없는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씁쓸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호텔 지배인 폭행 강수태 회장 "프라임베이커리 폐업"
이윤재 전 피죤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청부폭행한 혐의로 법정구속됐습니다. 이 회장은 김모 본부장을 통해 조직폭력배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 폭행을 지시한 뒤 폭력배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시민들은 피죤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매 한대에 100만원” 기억나시나요? 영화 <베테랑>은 이 사건을 참고했죠. 바로 2010년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M&M 전 대표가 화물노동자에게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 사건입니다. 한 대에 100만원이라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자랑스레 떠들기도 했죠. 모든 것은 ‘돈’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당연한 걸까요?
최철원 전 대표는 2006년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을 야구방망이를 들고 협박했던 전력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재벌 2세 "매 한 대에 100만원씩" 노동자 폭행
▶'2000만원 매값 폭행' 최철원, 이웃에도 야구방망이 위협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재벌은 최철원 전 대표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2007년 아들을 때린 이를 상대로 직접 ‘보복 폭행’을 했습니다.
▶한화 회장 구속 수감
뭐니뭐니해도 ‘재벌2세’ 폭행의 대표격은 1994년 신년에 벌어진, 이른바 ‘건방지게 프라이드’ 사건입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롯데 그룹 부회장 신준호씨의 외아들 신동학씨,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씨의 손자이자 제일화재해상보험 이동훈 회장의 아들 이석환씨 등은 1월17일 새벽 1시50분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타고 가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차를 세우게 했습니다. 시비를 벌이다 프라이드 운전자 정모씨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했습니다. 도로변에 있던 벽돌과 화분으로 정씨 등 일행의 머리를 때렸다죠. 프라이드에 함께 타고 있던 강모씨는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롯데 재벌 2세 신씨는 현장에서 도망친 뒤 19일 낮 영국 런던으로 출국하려다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당시 경찰도 재벌의 눈치를 봤던 모양입니다. 경찰은 이석환씨 부친인 제일화재해상보험 회장의 직업을 ‘보험회사 직원’ 등으로 축소했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같은해 4월 집행유예로 다 풀려납니다.
야구방망이 대신 담뱃불로 테러를 한 재벌2세도 나왔습니다. 1979년 7월엔 한국시티즌공업주식회사 이사 하명준씨는 폭처법위반으로 구속됐습니다. 호스티스에게 애인되기를 강요하며 깨진 맥주병으로 위협하고 담뱃불로 자신의 성인 ‘하’자를 새긴 혐의입니다.
최철원씨가 아마도 ‘힌트’를 얻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건은 ‘현대그룹 노조원 집단 폭행 사건’입니다. 그룹 차원의 폭력이죠. 현대의 노조원 폭행은 이른바 ‘전통’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이던 1988년 현대건설은 노조위원장을 납치 폭행했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조직 테러’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을 때 이회창 후보 쪽 이혜연 대변인은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 노조위원장을 납치, 폭행해 사법 처리됐음에도 한국노총이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한 마디로 자가당착이며 누워서 침뱉기”라고 비난했죠.
현대건설의 노조위원장 폭행이 일어난 뒤 1년 뒤인 1989년에는 현대중공업에서 현대그룹 노조원을 집단 폭행했습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현중공업은 정몽준 회장 주재로 사건 이틀전 대책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최철원씨는 ‘선배’들처럼 노조원을 두들겨 팬 뒤 ‘정치권 진입’을 노린 걸까요. 최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직속 후배인데, 정치 후원금도 10억원을 냈습니다. 10억원이면, 스윙 1000번 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