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구=문해청 기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지역회의(부의장 허노목)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상임 대표 배한동)는 ‘생명과 평화 나눔의 집’에서 제1회 평화통일지도자양성과정 특강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개성공단, 개성공단 사람들”을 주제로 강사 김진향(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이사장)의 강의를 지난 6일 공동개최했다. ·
김진향 강사는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 참여정부에서 NSC 한반도 평화체계담당관으로 국정에 참여했다. 이후 학자 입장에서 북학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근무를 자원 2008년부터 4년간 개성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이며 전 개성공단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개성공단 사람들>이 있다.
다음은 김진향 강사 특강 내용
전쟁 위기를 넘어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협력이다. 2000년 6월 15일에 남북이 통일 방안을 합의한 남북 공동 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합의 되었다.
그렇게 남북이 공동으로 최초의 경제 특구를 만들었는데 그걸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어차피 남쪽 기업이 올 거면 관리위원회를 공동으로 운영하되 관리위원장을 남측에서 맡고 실질적인 운영을 남쪽이 하는 것이 어떠냐' 이렇게 된 것이다.
사실 그 관리위원회는 개성공업지구법이 규정하는데 그건 엄밀히 북측 법이다. 남과 북이 공동으로 협의를 해서 만들긴 했지만 북측 땅에 있는 경제특구 법이란 말이다. 대한민국 민간인을 북측 기관에 보낼 순 없으니,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만들어서 위원회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보내고 있었다.
이건 남측에서 통일부가 주도해서 법을 만들었다.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재단을 만들고 재단 직원을 선발해서 관리위원회에 파견하는 것이다. 관리위원회는 북측 기관, 지원재단은 남측 기관. 지원재단은 한마디로 개성공단 관리 운영의 최종적인 책임 기관이다.
현재 재단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개성공단이 닫혀있다. 갑자기 우리가 전면 중단을 선포하고 내려왔기 때문에 원래 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에 대한 경영 정상화 지원, 남측 주재원 재취업 지원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가 당국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공단 재개의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가치, 의미, 설립취지, 본질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은 개성공단의 가치에 대해 너무 모른다. 이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만 국민이 알아도 공단 재개, 정상화는 국민적 여론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먼저 6만의 남북 노동자가 14년간 같이 생활했단 것만으로도 엄청난 평화적 가치가 있다. 또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고 흔히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폄하하는데, 이는 거짓이고 왜곡이다. 사실 우리가 엄청나게 ‘퍼오는’ 곳이다. 경제적 지표로 보았을 때 1을 투자하면 30을 얻어낼 수 있는 곳이다.
이렇듯 남측에서 하는 거에 비해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생산력을 가진 곳인데, 이런 경제적 가치를 은폐해왔기 때문에 국민이 모르는 거죠. 안보적 가치도 있어요. 아직 전쟁 중인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그 군사적 긴장을 억제하는 완충 역할로서 개성공단이 있다.
남북 노동자 6만이 같이 있는 곳을 두고, 군사적 작전을 하기가 어려운 거죠. 미사일 부대를 갖다놓는 것으로 소극적 의미에서의 안보는 되지만 한반도에는 본질적으로는 적극적 안보, 즉 평화가 필요하다. 개성공단은 적극적 안보, 즉, 평화의 상징이고 평화가 오면 안보는 해소된다.
네 번째로 통일 문화의 미래적 가치가 있다. 남과 북은 체제와 제도가 다른 채로 살고, 가치규범, 사고방식, 생활양식도 다르다. 개성공단은 그 다름을 배우는 곳이다. 적대적 분단 구조는 참으로 많은 폐단을 낳았고 북을 단순히 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실제로서 북은 다른데 그런 것은 실제 공간에서 생활하며 배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해했던 부분을 제대로 알게 되며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고 이는 제가 경험해본 통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 경제, 안보, 통일문화의 네 가지 가치를 국민에게 확산시켜야 한다. 그래서 재개에 대한 압도적인 국민적 여론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번 정부 들어 남북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 될 것이라 생각는지? 개성공단은 미국의 제재, 안보리 제재 때문에 문을 닫은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닫은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난 후, 공단의 재가동과 연관될 수 있는 몇몇 제재가 생긴 것이다. 사실 안보리 제재는 그걸 지키면서도 개성공단을 재가동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또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독자 제재는 진짜 가혹하다. 그런데 이를 우리가 완벽히 따라야 되는 상황이냐 하면 이는 판단의 문제이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 개성공단을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공단이 북한의 달러박스, 돈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노동자가 받는 월급은 4인 가구 먹고 살기도 바쁘다. 또 개성공단이 퍼주기도 아니다. 핵, 미사일로 전용될 여지를 갖는 많은 돈이 북한에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평화를 제도화 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이런 것을 미국에게 계속 설명하면서 한국 국민의 개성공단에 대한 인식 또한 예전 인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미국의 제재 완화를 기준으로 수동적으로 생각하면 공단은 안 열린다. 결국 국민의 압도적 지지 여론이라는 조건이 되면 열릴 것이다. 향후 상황에 따라 잘하면 정말 빠르면 내년 1,2월이라도 다시 가동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은 북측 근로자의 저렴한 임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 입장에서 북한과 마찬가지로 인건비가 저렴한 여타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여 개성공단에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다른 동남아 쪽 국가에 진출하는 것 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실례로 베트남과 비교해 최소 5배는 더 벌어요. 모든 조건이 거의 유사한 2개의 신발 하청업체가 있었는데, 베트남에 간 기업과 개성공단의 기업을 비교하면 순이익이 개성공단 쪽이 압도적이었다.
저렴한 임금 뿐 아니라 남북의 거래는 무관세이다. 거리도 가깝고 아침에 원부자재 싣고 저녁에 완제품 갖고 나온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최적지이다. 동일 언어 동일 문화, 이런 가치 덕에 개성공단이 열릴 당시 공단에 땅 분양 받으면 로또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공단의 가치를 제대로 얘기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곳이다.
간단히 말해서 공단에서는 남측에서 드는 것의 15분의 1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치는 거기서 기업하는 사람만 안다. 전 세계 어느 공단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국 관계가 험악해 질 때 기업은 제발 우리는 좀 가만히 두라고 할 정도였다.
‘개성공단 사람들 책’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의 ‘북맹’(북에 대한 무지)은 정말 심각하다 북한학자로서 개성에 체류하고 북한의 당국자, 주민, 관료와 대화하면서 나아가서 북한의 노동자와 일상적으로 얘기했다.
처음에는 이를 단순히 청와대 높은 사람과 공유하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북한 사람과 질문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4년의 경험이 학자적 관점에서도 엄청났다. 학자적 입장에서 ‘이 내용을 공유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했다.
국민에게 공유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컸다. 정신적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5천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유하는 게 맞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북맹’, 북에 대한 총체적 무지란 무엇일까? 첫 번째, 분단체제라는 것은 북한을 선악의 관점에서, 적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만든다. 두 번째, 타자, 대상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결국 비교적 관점에서 보게 되고, 그 비교의 준거가 우리의 물질적 관점. 자본적 관점이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기본 이해 없이 북을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은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 고도의 집단주의 체제, 군사국가의 특징을 가진다.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북측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란 말이다.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단순 ‘나쁜 놈, 찌질한 놈’ 이런 식의 인식만 갖고 있다. 이는 결국 단순 혐오만 이끌어 내는 것이고 학자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북에 대한 집단적 무지, 왜곡, 오도된 잘못된 인식을 넘어, 헌법에서 얘기하는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실존하는 북을 아는, 화해 협력적 기조가 필요하다. 북맹을 넘어 온전히 제대로 북을 설명하고 싶었고, 평화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북한학자로서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북에 체류했던 유일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책을 내서 이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의 기원을 따져보면, 개성공단 방식의 남북경협을 먼저 제안한 것은 우리 남측이었다. 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기업은 북측에게 경제협력에 대한 러브콜을 계속 보냈었다. 개성공단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가 북측에게 요구해서 하게 되었다. 남북경협에 큰 관심이 없었던 북측이 2000년 6.15공동선언이라는 남북간의 상당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에 부응하여 남과 북의 경제협력에 나선 것이다.
우리는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북측의 토지와 노동을 만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평화의 공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즉 평화도 제도화하고 경제도 번영을 시키는 평화프로젝트, 경제프로젝트였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상임 대표 배한동)는 “개성공단이 하루 속히 열려서 남북이 교류 하고 경제협력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사실상의 통일이 빨리 이루어져서 북녘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마음 편히 만나보기를 바란다.”고 잔잔한 소회를 밝혔다.